▲ 강연배 보건의료노조 교육선전실장

교육연수원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금속노조 교육위원들과 함께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캐나다 최대 민간노조인 유니포(Unifor) 본부와 교육연수원을 다녀왔다.

‘Unifor’라는 이름은 ‘Union Forward’를 줄인 말로 앞을 향해 나간다는 의미다. 이 노조는 이름처럼 교육활동이나 조직화, 정치활동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었다. 유니포 조직의 통합 역사는 좀 복잡하다. 유니포 전신은 캐나다 전국 자동차·항공·운수 및 일반노조(CAW)다. 이 노조는 원래 미국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캐나다 지부였으나 1985년 독립해 캐나다 독자 조직으로 출발했다. 당시 조합원은 약 13만명이었고 적극적인 조직화 사업을 추진한 결과 2005년에는 조합원이 26만5천명에 이르렀다. 2013년 조합원 10만명 규모인 캐나다 통신·에너지·제지노조(CEP)와 통합한 이후 조직이 확대돼 현재는 31만5천명에 이르고 캐나다 민간부문 최대 노조가 됐다. 유니포는 캐나다 자동차노조(CAW)로 불리던 시절에도 이미 자동차 공장에서 일하는 조합원이 30% 이하로 서비스 및 일반노조 성격이 더 강했다. 통신·운송·자원사업·제조업·서비스산업 등 다양한 산업과 퇴직 조합원을 포괄하고 있는데 단일 직종으로 가장 규모가 큰 것은 2만9천여명에 이르는 보건의료 부문이다. 그러나 자동차산업 부문은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고 재정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우리가 만난 유니포 간부들은 유니포 설립 이후의 변화를 강조했으며, ‘사회적 조합주의(Social Unionism)’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사회적 조합주의에 대한 정확한 개념을 이해하기는 어려웠지만 유니포는 ‘유니포 가족교육센터’를 통해 획기적인 교육 사업, 적극적인 노조 간 통합, 미조직 조직화 사업, 폭넓은 국내외 연대사업, 유연한 선거방침을 통한 제도개혁 활동을 두드러지게 하고 있다.

통합 당시 유니포는 조직화를 핵심 사업으로 정했고 전체 조합비의 10%를 사용하고 있다. 전략조직화 영역으로는 보건의료·자동차 부품·에너지·은퇴자를 핵심으로 잡고 있다. 노조 내 산업별 위원회가 해당 전략화 계획을 수립하고 집행하도록 한다. 신규조직화 방식을 보면 과거에는 사업장 밖에서 간부들이 선전하고 조직하는 방식을 취했으나 내부 노동자들이 1대 1로 면담해 스스로 조직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중앙뿐만 아니라 지부에서도 조직화 사업을 가장 우선으로 삼고 있다. 부서를 두고 독자적인 사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유니포 창립 이후 새로운 지부 형태인 ‘커뮤니티 지부(Community chapter)’를 설치했다는 점이다. 지부를 설치하고 사업주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지부가 아니라 단체협약을 체결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한 조직화 방식인 셈이다. 가령 파견노동자, 시간제·임시직, 아르바이트 대학생, 영세사업장 노동자 등이 그 대상이고 몇 가지 사례에서 성공을 거뒀다고 한다.

노조활동의 모든 분야에서 조직화가 포함되도록 하고 있는데 가령 교육사업이나 캠페인도 조직화와 연관되도록 한다. 조직문화를 혁신해서 조직화를 중심에 두는 노조문화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또한 유니포가 자랑하는 것 중 하나가 사회연대사업이다. 44개 국가에서 현재까지 1천건이 넘는 해외 프로젝트를 통해 연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도 제3 세계를 중심으로 107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들 사업에 소요되는 재정은 ‘사회정의기금’에서 사용한다. 단순한 자선사업이 아니라 사회 변화를 이룰 수 있는 사업에 지원한다는 원칙을 뒀다.

보건의료노조의 ‘사회연대기금’은 조합원들이 출연하는 기금이라면 유니포의 사회정의기금은 단체협약에 의해 사업주가 출연한 것이라는 점이 다르다. 현재 유니포가 체결하고 있는 단체협약은 2천500개가 있는데 이 중 3분의 1 정도에 사회정의기금과 관련된 조항이 있다고 한다.

‘유니포 가족교육센터’는 포트 엘긴 지역에 있는데 토론토 시내에서 자동차로 3시간이 걸렸다. 이 교육센터는 조합원이 13만명이던 시절인 20년 전에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대대적인 개조를 했다고 하는데 한마디로 호숫가에 세워진 최신식 호텔과 같았다.

최신 강의장과 실내체육관, 축구장과 야구장, 3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시설뿐만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과 교육 진행 방식도 놀라운 수준이었다. 간부들은 4주에 걸쳐 유급 교육을 비롯한 다양한 교육을 받고 있고 심지어 평조합원과 그 가족들이 참여하는 1주일간의 숙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에 참가하는 간부들은 단체협약에 의해 유급으로 인정받고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 역시 단체협약에 의해 사용자가 출연한 기금을 사용한다.

모든 교육은 강사에 의한 일방적인 강의가 아닌 참여식 교육이고 외부 강사가 아닌 조합원으로 구성된 ‘토론 진행자’가 진행한다는 점도 이채롭다. 가장 놀라운 것은 그 교육에 참가하고 있는 조합원과 가족들의 진지하고 열정적인 모습이었다.

교육센터는 한마디로 유니포가 지향하는 새로운 운동의 방향과 활동을 소개하고 변화와 혁신의 방향을 공유하는 유니포의 ‘심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금속노조가 교육연수원 건립을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위기를 돌파할 뜨거운 고동이 금속노조 연수원 건립 운동에서 시작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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