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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이 그들의 선택지가 돼야 한다김요한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 김요한 공인노무사(민주노총 서울본부 노동법률지원센터)

1천974만8천500여명. 통계청이 조사한 2016년 6월 현재 우리나라의 임금노동자수다. 노동자수가 2천만명에 육박했으니, “천만 노동자 총단결” 등의 구호는 이제 오롯이 역사의 유물(留物)이 된 셈이다.

69만8천26명. 자타공인 우리나라 민주노조 운동의 대표체인 민주노총의 2015년 조합원수다. 전체 노동자 중에서 민주노총에 가입한 노동자의 비율은 고작 3.5%에 불과하다. 여기에 한국노총 조합원 84만여명, 상급단체에 미가입한 개별노조 조합원까지 모두 합쳐도 우리나라 전체 조합원수는 190만여명에 불과하다. 노조 조직률이 10%를 밑도는 것이다.

2천만명 vs 3.5%
노동상담 풍경


회사가 그나마 노동법이라도 지키게 하자면 노동조합이 꼭 필요하다. 노동조합도 없고, 노동법 위반에 대한 국가의 엄정한 처벌도 없는데 구태여 꼬박꼬박 법을 지킬 리가 있겠는가. 취업규칙 꼼수 변경, 부당한 야근 강요, 일방적 임금 삭감, 연차휴가 박탈…. 갖가지 법 위반 사례에 대한 상담이 끊이지 않는다.

원장이 직원들에게 형식적인 서명을 강요해 취업규칙을 불이익변경했다는 어느 보육교사에게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단체협약으로 다시 바꾸는 수밖에 없어요”라고 말하자 힘없이 대꾸한다. “방법이 없다는 말이군요. 알겠습니다.” 노동조합에 대한 전방위적인 공격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은 평범한 노동자들의 선택지에서 제외된다.

간혹 스스로 노동조합 가입 의사를 밝혀 오는 이들도 있다. 가입 의사를 밝힌 이들의 특징은 대단히 전형적이다. 중소 영세사업장 소속이거나 비정규직 신분.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한국의 노동조합이 이들과 함께 할 준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을까? 30명 미만 사업장에 고용된 노동자수는 1천100만명으로 전체 노동자의 반수가 훨씬 넘지만, 이들의 노조 가입률은 3%대에 불과하다. 항시적인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 노동자의 노조 가입률은 1%를 조금 넘는 수준. 사업장 단위 단체교섭과 단체협약 체결이 법으로 강제되는 한국에서, 그나마도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제도 때문에 과반수 노동조합이 필수인 상황에서, 취약계층 노동자들이 제대로 노조를 운영할 수 있을까. 관성적인 대답을 꺼낸다. “노조를 혼자 하시는 건 의미가 없어요, 못해도 직원 절반 이상은 같이 해야 하니까, 일단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을 찾아보시고 계속 저희와 연락하시죠.”

그러나 답을 하면서도 좋은 결과가 이어지리란 기대를 별반 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노동조합을 하자면 일단 사업장에 재직 중이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지만, 부당한 처우를 겪는 노동자들 대부분이 이직(移職)을 가장 현실적인 탈출구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향은 젊은 노동자일수록 더하다. 젊은 세대가 노동운동의 새로운 주체로 등장하며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하는데, 더 나은 삶을 위해 적극적으로 이직을 시도하는 짧은 근속연수의 청년노동자들은 노조에 별 관심이 없다.

무엇을 할 것인가

위기라는 걸 누구나 체감한다. 정규직 이기주의, 철밥통보다 더한 '차밥통', 귀족노조…. 사람 구실도 못하는 이건희 회장이 가만히 누운 채로 올해 7개월 동안 1조2천억원 넘는 주식 재산을 불렸다는 사실보다는, 현대차 노조의 평균연봉이 1억원이란 사실에 '헬조선'의 평범한 노동자들은 분노한다.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는 노동자 계급의 양극화, 여기에 노동조합이 답을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민주노총은 “내 삶을 지키는 최선의 선택, 노동조합”이라는 이름으로 노동조합 가입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부족하다. 미조직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을 높이는 사업에 지금보다 몇 배는 많은 자원이 투입돼야 한다. 활동가 몇몇의 헌신적인 활동으로 유지되는 사업이 아니라 사업운영의 지속성이 담보되는 조직체계가 꾸려져야 하고, 미조직 사업이 노동조합의 중심 사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조직문화를 혁신해야 한다.

노동조합의 운영 내용에 대해서도 새롭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기업별 단체교섭을 중심으로 하는 전통적인 노조활동 질서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개별 노동자들이 재직 여부와 상관없이 자유롭게 가입할 수 있는 노동조합, 꼭 기업별 단체교섭이 아니더라도 삶의 조건을 개선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을 고민하고 실천하는 젊은 노동조합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누가 뭐라 해도 이를 위한 각종 자원의 공급처는 기존 조직 노동운동일 수밖에 없다. 취약한 노동자들을 위해 노조가 양보하라고 거품 무는 저들 중에 자기 호주머니를 터는 이는 없다. 하지만 여전히 조직 노동운동은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미조직 사업에 돈과 사람을 지원해 줘야 한다. 지금은 부족하다. 미조직 사업의 최일선 창구인 노동상담소 중에 조합비만으로 운영되는 곳이 단 한 곳이라도 있는가.

조직 노동운동에 이런 역할을 기대하자면, 조직 노동자들에게 만연한 조합주의 의식을 깨뜨리고 계급적 정치의식을 고양시키기 위한 활동이 노동조합 활동가의 주된 임무가 돼야 할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것이라지만, 그래도 더 늦은 것보다는 낫다. 다음 주에 열리는 민주노총 정책대의원대회를 분수령으로 미조직 노동자 조직화 사업이 전환기를 맞길 기대한다.

김요한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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