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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 박원순 서울시장-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 “불평등한 노동은 시민의 삶 무너뜨려 … 노동계는 정치에 전면 결합하고 사회개혁 투쟁 나서야”
▲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민선 6기 반환점을 돌아 3년차를 맞은 박원순 서울시장. 2011년 10월 보궐선거 당선 이후 5년간 그는 각 분야에서 서울시정 변화를 이끌었다. 노동 분야에서는 ‘노동존중특별시’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생활임금제 도입, 근로자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 노동정책기본계획 수립, 일자리노동국 신설 등 지자체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다양한 정책을 펼쳤다.

그런 가운데 올해 6월 서울지하철 구의역 사고가 터졌다. 뜻하지 않은 사고에 당황할 법도 한데, 박 시장은 곧바로 자신의 책임을 인정했다. 남 탓 하지 않고, 구의역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 '위험의 외주화'에 메스를 들이댔다.

최근에는 청년수당을 둘러싸고 박근혜 정부와 직접적인 갈등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박 시장은 이와 관련해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거듭 밝혔다. 그는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이다. 대선 출마 여부에 말을 아끼는 박 시장이지만 시대의 화두인 불평등·불공평·불균형 사회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에는 공감을 표했다. 그가 우리 사회에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일까.

박승흡 매일노동뉴스 회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시청 시장실에서 박 시장을 만났다. 박 시장과 박 회장은 지난해 8월12일 출범한 서울시 일자리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의 이날 만남은 2013년 4월 특별대담에 이어 두 번째다.

노동운동 수장의 감옥행, 정상적인 국가인가

박승흡 : 귀한 시간을 내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10일)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면회를 다녀오셨는데요. 어떤 생각을 하셨습니까.

박원순 : 예전 권위주의 국가 시절에는 노동운동 과정에서 감옥에 가기도 했죠. 그런데 21세기 이른바 자유민주주의 국가라는 이 나라에서 노동운동 한 축의 수장이 감옥에 가는 게 과연 정상적인 국가인지 의문이 들더군요. 대화와 타협이란 가치가 실종돼 있는 사회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비감함을 안고 갔습니다.

과거 인권변호사로 유명했던 박 시장은 구치소 면회를 간 게 거의 10년 만이라고 했다. 2005년까지 변호사 활동을 했는데, 그 뒤엔 갈 기회가 없었다고 한다.

박승흡 : 시장께서 인권변호사 활동을 하면서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시절이 떠오르지 않았나 싶군요. 박근혜 정부는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활동한 내셔널센터 수장에게 집회·시위를 이유로 5년 징역형을 선고했습니다.

박원순 : 사회적 합의란 그렇게 쉬운 게 아닙니다. 때로 자기의 입장을 양보하고 상대방 의견을 경청하는 과정을 통해 컨센서스가 이뤄집니다. 노사는 기본적으로 갈등하기 마련이죠. 갈등이 없을 수가 없어요. 지난한 과정을 거쳐 합의를 이루고 마침내 산업·사회평화가 이뤄지는 것 아닙니까. 그런데 민주노총 위원장을 구속했다는 것은 대화와 타협, 소통의 프로세스가 완전히 실종됐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국제노동계로부터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일인데요. 국가의 수치스런 장면 중 하나라고 봅니다.

박승흡 : 시장께서는 노동권을 시민권의 개념으로 바라보고 인류가 오랜 투쟁을 통해 쟁취한 제도적 권리로서 노동권이 제대로 지켜지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밝히셨는데요. 노동자의 권리만이 아니라 인간 전체가 존엄해지고 사람 중심 사회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했지요. 이번 한 위원장 면회가 그런 메시지를 노동현장에 전달하는 상징적인 방문이 아니었나 생각이 듭니다.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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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역 사고, 사람·안전 우선 패러다임 전환 불러

박승흡 : 다음 질문인데요. 구의역 사고에 대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너무나 비극적인 참사였습니다. 전 정권이나 전 시장들에 대한 책임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와 사회, 기업을 운영하는 기본 철학에 대한 것이지요. 구의역 사고의 기저에는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이라는 효율성 논리가 깔려 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비슷한 사고가 세 차례나 발생하면서 박 시장께서도 마음의 상처를 많이 받았을 텐데요. 구의역 사고가 좋은 일자리, 정규직 중심의 일자리, 생명·안전업무 직접고용 원칙이 정착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원순 : 구의역 사고의 배경에는 여러 가지 구조와 역사가 있지만 전적으로 제 책임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미리 파악하고 성찰해서 사전에 그런 구조를 혁파하고 사고를 예방했어야 했는데 제가 부족했습니다. 이제는 사고를 제대로 분석해서 해결책을 마련하는 게 중요합니다. 전화위복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우선 서울시 산하기관 경영방향에 대한 커다란 패러다임 전환이 있었습니다. 과거 신자유주의 기준에 따라 경영의 효율화·합리화를 중시했다면 지금은 사람의 가치, 안전에 초점을 두는 패러다임적 전환이 있었죠. 안전에 대한 외주화는 완전 직접고용으로 결정했습니다.

결국 안전이란 것은 노동의 인간화, 노동자에 대한 충분한 처우와 존중을 통해 지켜질 수 있습니다. 예컨대 노동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서 야간연장근무를 한다든지, 더 많은 사람이 필요한 직무에 적은 수의 인력을 투입한다는지 이런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되죠.

박 시장은 특별대담이 진행된 당일 오전 비정규직 정규직화 후속대책인 ‘서울시 노동혁신 대책’을 발표했다. 비정규직 사용사유 제한을 통해 비정규직 입구를 틀어막고 산하기관은 물론 민간위탁업체까지 비정규직 총량을 관리하는 한편 정규직화된 노동자의 처우를 대폭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박원순 : 비정규직 정규직화 성과에 이어 정규직으로 전환된 노동자가 단순히 신분안정이란 것을 넘어 노동조건과 처우개선, 노동의 존엄성이 지켜지도록 만들기 위해 후속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이것은 구의역 사고 대책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노동자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 원인 중 하나는 서울시를 포함한 공공기관이 하는 공사가 다단계 하청을 통해 중간에 (수수료로) 전부 떼인다는 데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가 준비하는 것이 있는데요. 그리고 구의역 사고와 관련해 시민대책위원회가 별도로 조사 중인데, 이 보고서가 나올 예정입니다. 그러면 여태까지 나온 (지난달 28일 발표된 민관합동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보고서를 포함한) 모든 보고서를 기초로 해서 ‘안전 및 노동 종합대책’을 발표할 것입니다. 앞으로 두 번의 발표가 더 남은 셈이죠.

박승흡 : 노동혁신 대책 발표 자리에 저도 함께 있었습니다. 비정규직 후속대책을 보면 몇 가지 중요한 점이 눈에 띄는데요. 고용의 원칙에서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라는 대원칙과 비정규직 채용시 3가지 원칙(단기성·예외성·최소성)을 제시했습니다.

박원순 : 한마디로 말하면 비정규직을 최소화하겠다는 겁니다.

박승흡 :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다고 할 때 사용사유를 제한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서울시 대책은 대단히 의미 있는 성과라고 봅니다. 동일노동 동일처우 원칙도 주목할 만합니다.

박원순 : 우리 사회가 양극화로 고통받고 있지 않습니까. 같은 노동을 하는데 한 사람은 처음부터 정규직으로, 어떤 사람은 비정규직으로 들어와서 비정규직으로 남거나 정규직으로 전환돼도 여전히 처우에서 차별받습니다. 이런 것을 용납해서는 안 됩니다. 한꺼번에는 안 되더라도 2018년까지 정규직 임금 대비 70%까지는 올릴 생각입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하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번 조치로 현장에서 불만과 어려움을 가졌던 사람들이 다들 좋아하셨을 겁니다. 이번 대책은 구의역 김군의 희생 위에서 만들어진 결과물이기도 합니다.

서울시는 민간위탁부문에서도 직접고용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120다산콜센터는 내년 초에 서울시가 100% 출자하는 120서비스재단으로 전환된다. 상담사들을 직접 고용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이달 중으로 ‘서울시 120서비스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시의회에 제출한 뒤 9월께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서울지하철 통합 무산, 노조 재추진 의사 있으면 협력
근로자이사제 가치와 임팩트 이미 검증 … "10월 시행"


박승흡 : 얼마 전 민선 6기 2주년을 지나며 임기 반환점을 돌았는데요. 서울형 일자리모델은 서울시에만 한정되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일자리·노동·고용 원칙과 가치를 현실화하고 변화시키는 제도여서 상당히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렇게도 세상이 바뀔 수 있구나 하는 희망의 제도화이기도 한데요.

공공부문의 공공성 강화라는 부분에서 보면 시장께서 역점을 두고 추진한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통합을 지켜본 사람들이 많습니다. 경영효율화를 달성하되 좋은 일자리를 담보하고 노사상생 제도화를 위한 근로자이사제를 도입하는 등 단순한 통합을 넘어 이런 것이 종합적으로 이뤄지는 모델 말이죠. 하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이신가요. 특히 근로자이사제와 관련해서는 비판적·공격적 목소리가 존재하는 게 사실입니다. 민주노총이 100% 동의하지 않는 문제도 있고요.

박원순 : 전통적 노사관계라는 태도와 원칙에서는 커다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노사는 기본적으로 대립하고 갈등할 수밖에 없는 존재인데, 공동의사결정제나 노동이사제는 오히려 화합적이고 상생적인 관계를 맺는 제도의 틀입니다. 독일의 경우 경제가 항상 좋았던 게 아닌데요. 오히려 경제가 어려울 때 기업의 문제를 사용자만 결정한 게 아니라 노동자도 함께 결정함으로써 고난을 함께 해결하고 극복해 갔습니다. 이것이 독일 경제의 강점이고 경쟁력의 원천입니다. 유럽 18개국에서 (노동이사제가) 채택됐다니 이미 보편화된 제도이기도 합니다. 가치와 임팩트가 이미 검증된 것이죠. 쉽게 말하면 테이블에 노동자를 초대함으로써 함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결정에 참여한다는 것은 그만큼 주인의식을 높이는 것입니다. 올해 10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으니 그 모델을 보면 알 수 있겠지요.

서울시는 당초 올해 말까지 서울지하철 두 공사 통합을 추진했다. 그런데 6월 두 공사 노조 투표에서 서울메트로(서울지하철노조·서울메트로노조)쪽에서 안건이 부결돼 무산됐다. 서울시는 같은달 ‘서울특별시 근로자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이달 서울시의회에 조례안을 제출하고 9월에 통과되면 10월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 양 공사 통합은 당연한 겁니다. 서울지하철인데 하나로 가는 게 맞지요. 애초에 두 공사를 분리한 것은 노조에 대한 불신 때문이라고 판단합니다. 파업을 하면 분리돼 있어야지, 하나로 통합해 파업하면 걷잡을 수 없고 통제하기 힘들다며 두려워했기 때문이지요. 노조와 노동자에 대한 신뢰를 갖는다면 그런 것은 기우입니다. 양 공사 입장에서도 하나가 되면 경영의 합리화도 가능할 테고, 그렇게 비용이 절감되면 노동자에게 혜택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은 노조와 노동자와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구의역 사고 이후 서울메트로쪽 노조에서도 여러 고민이 있는 것 같습니다. 서울시가 먼저 재론할 수는 없지만 노조와 함께 다시 추진하는 게 가능하다면 협력할 용의가 있습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갑을관계, 갑이 해결책 내놔야
서울시 산하기관 성과연봉제 노사합의 존중할 것


박승흡 : 구의역 사고 이후 생명·안전에 관한 정규직 원칙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앙정부와 협의해서 인력운영을 해야 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청년수당을 둘러싸고도 중앙정부와 갈등이 있는데요. 시장께서 청년수당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부당했습니다. 대법원 가는 것 말고 무엇이 더 남았나요. 시장께서는 이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생각이신가요. 서울시가 중앙정부에 강력히 맞서야 한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박원순 : 갑을관계라고 있지 않습니까. 중앙정부가 더 큰 힘을 갖고 있죠. 서울시는 지자체로서 약한 존재입니다. 기본적으로 갑 위치에 있는 사람이 착한 마음을 갖고 풀어 주는 게 필요합니다(허허허). 그래서 그런 호소를 한 것이죠. 만약 안 받아들여지면 대법원 제소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하지만 대한민국 최고지도자인 대통령과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시장이 법정으로 가는 것은 모양이 너무 사납습니다. 여러 최선의 방안을 동원해서라도 대화의 물꼬를 트고 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국민이 박수를 보내지, 소송으로 가서 계속 싸우면 어떻겠습니까. 저도 인간인데 왜 화가 안 나며 바라는 대로 안 하고 싶겠어요. 이 문제를 바라보는 시민이나 청년 당사자 눈에도 이런 과정이 중요합니다. 정치권이 싸움박질하고 갈등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면 절망하지 않겠습니까.

서울시와 산하기관들이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지방정부가 사실상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으로 자치권을 규제받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법 제112조2항에서는 행정기구 설치와 지방공무원 정원은 인건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따라 지자체 조례로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 시장은 성과연봉제처럼 지방공기업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정부 정책에서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박원순 : 기본적으로 권한과 법령 적용권을 중앙정부가 갖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을 직접 고용하는 문제도 서울시 본청에서는 채용이 어려운데요. 중앙정부가 기준 인건비제로 공무원수를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투자·출연기관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평가·제재 수단을 갖고 있어 우리 마음대로 하기 어렵습니다.

성과연봉제도 시장이 이래라저래라 말하기 어렵습니다. 노사가 있고, 서울시 노사정 서울모델협의회(서울모델)가 있으니까요. 거기서 협의해서 하도록 서울시가 자율권을 주겠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성과연봉제는 개인적으로 반대합니다. 노동의 효율성, 경영의 효율성도 좋지만 그것을 이른바 기계적 평가에 따라, 인간의 자존심을 상하게 해서 이뤄지는 성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2011년 10월 서울시장에 취임하기 전에 저성과 공무원 퇴출제가 있었습니다. 그런 풍토가 존재하는 기업이나 기관에서 무슨 팀워크가 만들어지고, 무슨 성과가 나오겠습니까. 근본적으로 잘못된 접근방법입니다.

행정자치부가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으로 분류한 지방 공사·공단 143곳 중 지난달 말 기준으로 137곳(96%)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서울시 산하 5곳은 아직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노사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도입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서울시는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노사합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5개 산하기관 노사는 이달 19일 서울모델에서 만나 성과연봉제 집단교섭을 벌일 예정이다.

▲ 정기훈 기자


서울시 일자리노동국 협치 기반 노동정책 펼쳐
근로감독권 없는 지자체, 노동현장 모니터링 한계


박승흡 : 시장께서 항상 강조하는 게 협치인데요. 지방정부 최초로 노동을 전담하는 노동정책과에 이어 일자리노동국을 만들었습니다. 서울시 일자리위원회를 포함해 일자리노동국에서 진행되는 과정을 보면, 정책 수립과 입안 과정에서 서울시 입장을 낮추고 공개해서 의견을 모으더군요. 그리고 집행단계에서 다시 논의합니다. 결정한 뒤 진행된 것을 환류시킨 달까요. 평가 과정에도 참여시키더군요. 서울시 일자리노동국 공무원들의 협치능력이 뛰어난 것 같습니다.

박원순 : 그렇습니다. 상당히 낯선 일이죠. 실제로 결정권을 가진 공무원이 그것을 개방해서 시민 참여를 보장하고, 거기서 이뤄진 결정을 존중하고, 이후 실행 과정을 모니터링해서 개선합니다. 제가 취임하고 5년간 부족한 점도 있었지만, 상당히 정착시켰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부서가 다 그렇습니다. 특히 일자리노동국이 잘하고 있지요.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가 좋은 정책을 채택하고 잘 실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박승흡 : 내년에 대선이 다가옵니다.

박원순 : 아니, 위원장까지도 그런 질문을 하나요(허허허).

박승흡 : 아니, 그 질문이 아닙니다. 양대 노총 입장에서 대선후보를 선택하는 데 있어 갈등요인이 크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민주노총은 진보정당 해산 뒤 특정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을 철회했고요. 한국노총의 경우는 더불어민주당과의 정책협약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노동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해 나가려는 세력이나 후보를 지지하지 않겠나 예견됩니다. ‘박원순표’라고 이야기할 만한, 서울형 일자리·노동모델을 좀 더 확장시켜야 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제도권 정당조차 해내지 못한 것을 서울시라는 거대 지방정부가 이끌어 내고 현실화하면서 변화시킬 수 있는 것 말입니다. 양대 노총을 포함한 노동쪽에 상당한 메시지가 될 것 같네요.

박원순 : 모든 노동정책과 그 제도의 기반은 사실 중앙정부가 갖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그 테두리 안에 속해 있어 한계가 많습니다. 서울시장 5년간 노동존중 도시로서 우리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으로서, 시민권으로서 노동권을 보장하고 실행하는 데 최선을 다했지만 여전히 부족한 게 상당히 많습니다. 예컨대 근로감독관이 고용노동부에 있잖아요. 서울시는 그런 권한이 없습니다. 다만 근로감독관 보조기능으로서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고발하거나 시정을 요구하는 정도입니다. 한계가 큽니다. 그럼에도 서울시가 지자체로서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다고 스스로 평가합니다.

박 시장은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할 당시 ‘서울시민 권리선언’을 발표했다. 노동권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이자 시민의 당연한 권리로서 노동자 권리보호 차원을 넘어 우리 사회의 존엄을 확보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취임 뒤 노동존중특별시를 선언하고 노동 분야 30개 사업에 131억원을 투입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시정에서 낯설었던 ‘노동’을 정책 분야로 편입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노조는 정치에 전면 결합하고 사회개혁 투쟁해야
대선 출마? 저의 책무 끊임없이 묻고 답 찾아갈 것


박원순 : 기본적으로 노조가 활성화된 나라일수록 선진국이고, 탄압·억압받는 나라일수록 후진국입니다. 서구 선진국 중 경제적으로 가장 잘사는 독일의 사회민주당은 노동자·노조를 주축으로 만들어졌고 지금도 거기에 기반해 있는 당입니다. 영국 노동당도 과거보다 많이 끊겼다지만, 여전히 노동자·노조에 기반한 당입니다. 대한민국에는 그런 당이 없지요. 그때그때 지지하는 정당이 달라지는 상황은 노동자·노조의 이해가 대변되는 정당이 제대로 없다는 말이지요. 제가 과거에 참여연대에 있을 때 노동계에 제안한 것이 있는데요. 전세금이 갑자기 오르고 부동산값이 앙등하고 사교육비가 확 늘어 버리면 현장에서 임금인상 투쟁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사회개혁 투쟁을 같이해야 한다고 제안했는데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동운동의 최고 목적은 인간다운 삶의 질을 확보하고 나아가 평화롭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입니다. 노조가 정치에 전면적으로 결합하고 그 대표성을 정치에 구현해야 합니다. 방법은 고민해 봐야 하겠지만요. 그런 것이 좋은 세상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승흡 : 그런 점에서 노조조직률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씀하신 거네요.

박원순 : 서구 국가들은 노조조직률이 70%까지 올라가 있다고도 하던데요. 완전히 노동자 국가인데, 그러니까 잘사는 것 같습니다.

박승흡 : 노조조직률이 높아지기를 원하시는 거죠.

박원순 : 그렇게 되도록 원할 뿐만 아니라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서울시 행정국장에게 노조조직률을 높여야 한다고 하니까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다고 하더군요(허허허).

박승흡 : 돌발질문일 수도 있겠네요. 시장께서는 '친노동'이십니까. 만약 그렇다면 자신이 친노동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세요.

박원순 : 친노동이죠. 노동은 인간의 존엄한 삶 그 자체입니다. 인간은 노동으로 생존하고, 역사는 노동에 의해 발전해 왔죠. 우리 부모님도 노동을 하면서 자식을 길렀습니다. 우리는 지금도 노동을 하고 있어요. 우리 아들딸들은 예비노동자들입니다. 우리 모두는, 모든 인간은 근본적으로 노동자입니다. 그래서 친노동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 전략이 돼야 합니다. 친노동은 친기업의 대립되는 개념이 아닙니다. 노동자와 기업은 가장 긴밀한 파트너가 돼야 하니까요.

박 시장은 대선의 ‘대’자가 나오는 순간 정색하며 부담스럽다는 기색을 드러냈다. 하지만 인정하든 안 하든 박 시장은 유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이다. 대선 출마를 묻는 질문에 그는 별도 서면답변서를 통해 “지금까지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살지 않았다”며 “무엇을 할 것이냐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실천해 왔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그러면서 “제가 짊어져야 할 책무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겠다”고 밝혔다.

박승흡 : 시장께서는 노동이 존중받는 세상을 강조하셨는데요. 노동이 존중받으려면 어떤 시대정신과 어떤 집권전략을 갖춰야 한다고 보십니까.

박원순 : 노동이 존중받아야 시민의 삶이 바로 선다는 믿음, 그리고 실천이 노동존중 세상을 만들기 위한 최대 전략이자 전술입니다. 해고당한 노동자가 자살하고 비정규 노동자가 재계약이 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들리는 세상을 우리 아들딸에게 물려줄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불평등한 노동은 시민의 삶을 무너뜨리고 꿈을 꺾어 버리죠. 시민들이 일상에서 노동의 가치를 물처럼 공기처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서울시가 앞장서고 그 동력을 확산해 나갈 것입니다.

정리=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좋아하는 연예인은 안중기? 아니, 송중기! “들켰네”
인간적인 박원순에게 던진 인간적인 기습질문


전반적으로 이날 대담이 딱딱하게 진행됐다는 판단에 따라 <매일노동뉴스>는 박원순 시장의 인간적인 삶을 엿보기로 했다. 박승흡 회장이 기습적으로 몇 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 여름휴가는 다녀왔나요.
“15일부터 갈 예정입니다.”

- 최근 가장 감명 깊게 보신 책은.
“얼마 전 <명견만리>를 읽었습니다.”

- TV 드라마는요.
“<옥중화>를 쭉 보긴 했는데. 최근엔 <몬스타>를 봤습니다.”

- 가장 좋아하는 연예인은.
“저기…. 하하하. 누굴 얘기할까요. (곁에서 직원이 김수현을 말하자) 아니지, 안중기. 아, 송중기. 하하하. 들켰네.”

-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소수 한 잔이면 사실 그래요. 요새는 몇 잔 마시는 걸로.”

- 리우올림픽은 보시나요.
“그럼요. 어제도 펜싱 경기를 봤습니다. 심지어 비치발리볼도요. 하하하. 그것도 재밌더라고요.”

- 가장 좋아하는 음식.
“김치찌개요.”

- 노래방 18번.
“차중락의 <낙엽 따라 가 버린 사랑>입니다.”

- 왜요?
“그냥 어릴 때부터 불렀어요.”

-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의) 사랑이 가 버린 것은 아니고요. 하하하.”

연윤정 기자

연윤정  yjyon@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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