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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위기 늪에 빠진 제조업을 살리려면
통계청이 지난 7월 ‘고용동향’을 발표하면서 조선업 밀집지역 고용상황이 주목받았다. 예상했던 것이지만 울산·경남 지역의 고용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1년 새 4~5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전체 실업률은 3.5%였는데 울산·경남지역 실업률은 각각 3.9%, 3.6%였다. 두 지역의 실업률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업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나타난 결과다. 한국 수출산업의 전진기지라는 울산·경남은 심각한 고용위기 지역으로 추락하고 있는 셈이다.

고용지표 악화는 조선업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제조업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월 고용률(61.2%)은 전년 동월 대비 소폭 늘었는데 제조업에서 감소한 대신 서비스업에서 증가한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제조업 취업자는 446만4천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6만5천명이나 줄었다. 제조업 취업자는 2012년 이후 꾸준히 증가했으나 4년1개월 만에 감소세로 전환한 것이다.

고용보험 가입자 현황을 보더라도 악화된 제조업의 고용사정을 확인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지난 7월 고용행정 통계에 따르면 고용보험 가입자 증감률은 주춤했는데 제조업 피보험자가 감소한 탓이다. 제조업 고용보험 가입자의 45%가 몰려있는 전자부품·컴퓨터·통신장비, 기계장비, 자동차, 금속가공제품에서 고용이 감소됐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조선업의 고용감소 규모가 가장 크지는 않다는 것이다. 제조업의 주요업종 가운데 휴대폰·반도체 등 전자·통신장비의 고용감소 규모가 가장 컸다. 전자·통신 분야는 2013년 9월 57만명을 고용했으나 2014년 1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31개월 만에 21만4천명이나 고용이 줄었다. 다음 순은 선박 등 기타운송장비로 18만5천명이나 줄었다. 선박 수주절벽과 구조조정 여파로 조선업에서 고용감소 규모가 가장 클 것이라는 예상은 빗나간 것이다. 그렇다면 전자·통신장비에서 고용감소 규모가 큰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테면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8조1천4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이러한 상승세는 프리미엄폰인 갤럭시 S7이 상반기에만 2천600만대 팔리면서 이끌었다. 효도상품인 갤럭시 S7이 날개 돋히듯 팔리고 있다면 덩달아 고용도 늘어야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삼성전자는 한 해 5억대 가량의 휴대폰을 생산한다. 삼성전자 휴대폰을 생산하는 국가별 생산현황을 보면 베트남과 중국에서 약 72.7%가 생산된다. 우리나라는 구미공장에서 전량 제작하는데 약 2천600만대를 생산한다. 생산 비중으로 보면 약 6.3%에 불과하다. 베트남·중국·브라질·인도네시아·인도·한국 등 5곳의 휴대폰 생산기지 가운데 우리나라 생산비중은 4번째다. 이런 사례를 보면 전자·통신분야에서 고용감소 원인은 조선업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자·통신 분야의 경우 삼성전자와 같은 주요업체들이 해외 생산비중을 늘리고 있는 탓에 국내 고용인원이 줄어든 것이다. 구조조정이 한창인 조선업의 고용사정과 다르다는 얘기다.

이렇듯 제조업의 고용위기는 세계경제 침체에서 비롯됐지만 기업들의 해외 생산비중의 확대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정부와 경영계는 구조조정만이 제조업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실화된 업종과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은 필요하지만 그것이 전부여선 안 된다. 감원 위주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숙련인력을 잃어버린다면 안 하니만 못한 꼴이 된다. 자칫 기업들의 해외 생산비중이 확대되면서 고용이 감소된 부분은 놓칠 수도 있다. 구조조정은 산업의 재구조화와 숙련 인력 양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 과정에서 무분별한 기업들의 해외 생산비중 확대도 규제해야 한다.

그간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위기에 처한 제조업을 살리기 위해 노사정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회에서 제조업발전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제조업의 고용위기가 현실화된 마당에 정부와 국회는 이를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박성국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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