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최근 한 청년노동자를 상담했다. 그는 누구나 알 만한 유명 사립대에 재학 중이다. 여느 청년들처럼 집안이 넉넉지 못해 아르바이트로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다. “제가 아르바이트를 몇 개 합니다.” 그는 주말에는 온종일 카페테리아에서, 수업이 없는 날과 시간을 쪼개 정말이지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얻는 수익이 월 80여만원이랬다.

상담은 전혀 새롭지 않은 내용이다. 우리시대 대부분 청년노동자들이 처한 상황이지 않은가. 이 시대 청년들의 삶이 곤곤하다. 그가 학생이든, 노동자이든, 둘을 겸하든 여하튼 오늘처럼 청년들에게 무(無)희망이었던 때가 있었던가. 여전히 양호한 청년고용률이라는 정부 주장에 반박한 어느 대학교수는 청년 4명 중 1명이 실업자라고 했다. 우리시대 대학교는 이미 4년제가 아니라 6년제로 바뀐 지 오래다.

청년의 복지와 노동 문제에 서울시가 나섰다. 청년수당 제도를 도입했다. 19세에서 29세, 중위소득 60% 이하,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 3천명에게 매월 50만원을 최장 6개월 동안 지급하겠다는 게 그 요지다. 이러한 1차 정량적 평가 외에도 사회활동 참여 의지와 진로계획에 대한 2차 평가를 거쳐야 청년수당 수급 대상으로 선정된다. 얼마 전 1회 대상자가 선정돼 해당 청년들에게 수당이 지급됐다고 한다.

청년수당은 청년들을 위한 지방자치행정으로서 지방정부에 정책 집행 권한이 있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청년들이 자기개발을 위한 귀한 시간을 아르바이트에 허비하지 말라는 뜻이 숨어 있다.

이러한 서울시의 정책에 대해 중앙정부는 지방정부의 복지정책은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라 중앙정부와 협의를 거쳐야 하므로 협의를 거치지 않은 청년수당 제도 도입은 위법이라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이를 이유로 앞으로 정부가 집행할 지방교부세 또한 감액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법률적으로 볼 때 정부의 주장은 옹색하다. 지방자치 행정의 범위가 아니라 복지정책이라는 정부의 주장에 따르더라도 서울시의 청년수당 지급은 사회보장기본법 위반이 아니라는 말이다.

도리어 서울시의 청년수당 제도 도입은 사회보장기본법 취지에 부합한다. 참고로 사회보장기본법 취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은 다음과 같다. 법은 사회보장정책의 수립·추진과 관련제도에 관한 기본적이 사항을 규정함으로서 사회구성원인 시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할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법 제1조). 이러한 목적 수행을 위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을 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 증진하거나 사회보장에 관한 책임과 역할을 국가와 지방단치단체에 부여한 것이다(법 제5조).

그렇다면 그 책임을 다하겠다고 나선 서울시의 행동은 법을 지킨 것일 뿐이다. 오히려 그 질과 양이 기본법 취지에 비추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더 적절하다고 본다. 3천명에게 고작 50만원이라니.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를 근거로 한 “협의”에 대한 정부 해석은 지극히 자의적이다.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게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제2항의 내용이다.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에는 사회보장위원회가 조정할 수 있을 뿐이다(위 법 제26조제3항).

법에 따르더라도 정부와 서울시 사이 이견은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다루면 그만이다. 물론 사회보장위원회에서 논의됐다는 얘기는 듣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이보다 앞서 정부는 서울시의 제안에 대해 진지하게 “협의”한 일이 없다는 데 있다. 정부가 먼저 법을 지켜야 할 일이지 않는가.

지방정부의 정책과 행정은 마땅히 헌법과 법률에 따라야 한다. 그게 법치행정이다. 그리고 나름 연구했다. 대한민국헌법과 사회보장기본법에서 찾을 수 있는 청년노동자의 복지와 노동에 관한 정책이 과연 무엇인가에 대해. 필자가 찾은 답은 “재정이 가능한 최대한의 복지”가 아닌가 한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제도는 청년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고려될 수 있는 것은 다른 지방자치단체와의 형평성이 아니겠나. 이 또한 보충적으로 고려할 문제다.

답답하다. 현재의 청년수당 문제의 원인이 따로 있어서다. 정부가 노동부가 공언한 대로 청년을 위한 좋은 일자리가 차고 넘쳤다면 굳이 싸울 일이 없지 않겠나. 날도 더운데.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