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귀하는 계속 근로가 가능하시나요?
① 계속 근로 가능함(62.24%)
② 계속 근로 어려움 예상(37.76%)


고용노동부가 지난 6월 13~15일 조선소 밀집지역 노동자 6천63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선업 종사자 설문조사’ 문항 중 일부다. 노동부는 애초 조선산업 고용시장 예측 용도로 조사를 진행했는데, 조사결과는 노동부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추가경정예산 산정근거로 활용됐다. 무려 369억원이 투입되는 ‘조선업 밀집지역 일자리 창출지원’ 예산 산정에 활용된 유일한 자료다.

10일 <매일노동뉴스>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노동부 설문조사 세부항목과 응답 현황을 입수했다. 설문항목·조사방식·활용도 등 전반적인 부분에서 부실함이 발견됐다.

◇형식도 못 갖춘 노동부 설문조사=이번 조사는 울산·통영·거제·영암지역 조선업종 협력업체 종사자 6천635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응답자의 75.27%가 거제지역 근무자다. 특정 지역 고용시장 현상이 과잉 대표됐을 가능성이 높다. 국내 최대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이 있는 울산지역의 응답률은 10.63%에 그쳤다. 대규모 인력감축 논란이 벌어진 STX조선해양이 소재한 창원지역은 아예 조사대상에서 빠졌다. 주먹구구식 조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제는 또 있다. 대체적으로 설문조사 신뢰도는 표본집단의 규모에서 결정된다. 이번 조사처럼 정부정책 수립과 예산산정에 반영되는 조사일 경우 더욱 그렇다. 올해 6월 기준 조선업종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17만2천759명이다. 고용보험 피보험자 대비 응답자 비율은 3.84%에 그쳤다.

이번 조사의 핵심 문항은 고용위기 체감도를 묻는 “귀하는 계속 근로가 가능하시나요?”라는 질문이다. 정부 주도 구조조정에 따라 대량실업 위기감이 극에 달했던 시점에 진행된 조사인 만큼 고용위기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였다. “계속 근로 가능함”(62.24%)이라는 응답이 “계속 근로 어려움 예상”(37.76%)이라는 응답을 압도했다. 정부발 조선산업 위기설이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인데, 정작 노동부는 이에 대한 추가 질의나 분석을 시도하지 않았다.

◇조사결과도 개연성 없이 오락가락=함량 미달 문항도 다수다. 노동부는 “계속 근로가 어려운 경우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라고 질문하며 ‘재취업·창업·은퇴’를 보기로 제시했다. ‘재취업’이라는 응답이 87.69%를 차지했다. “재취업시 희망업종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에는 ‘조선업·건설업·제조업·기타’의 보기를 제시했다. 조선업이라는 응답이 60.51%로 가장 많았다.

노동부는 외부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설문항목을 만들었는데, 이처럼 설문 설계자의 전문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문항이 여럿 포함됐다. 압권은 재취업 희망자에게 희망급여를 묻는 질문이다. “계속 근로 어려움 예상”이라고 답한 응답자 대다수는 현재 일터에서 해고돼 이직할 경우, 지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기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슷한 조사에서 통상적으로 “임금이 낮아져도 계속 일하기 원한다”는 답변이 다수를 차지하는 것과 비교된다. 달리 해석하면, 이번 조사 응답자들이 체감하는 고용위기 정도가 그리 높지 않은 수준임을 보여 주는 결과다. 노동부는 이 점에 대해서도 추가 분석을 하지 않았다.

이런 식이다 보니, 이번 조사 결과는 조선업종 실업발생 시기 예측자료로서도 활용도가 떨어진다. 노동부는 “계속 근로가 어려운 경우 언제쯤 실직이 예상되시나요?”라고 물으면서, 정작 해당 실직이 구조조정에 의한 비자발적 실업인지 또는 계약만료나 이직계획에 따른 것인지 구분하지 않았다. 이런 결과로는 실직 집중기간을 예측하기 어렵다.

송옥주 의원은 “조선업종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변화를 예측한 정부 차원의 자료는 노동부 설문조사 결과가 유일한데, 허술한 설문방식과 정비되지 않은 조사표본, 질문자의 의도가 뻔히 드러나는 설문문항 등으로 객관성을 상실했다”며 “이런 조사결과를 토대로 추진되는 정책이 과연 효과를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2017년 예산에도 구조조정 대응사업이 반영될 텐데, 이를 위해서라도 정부는 보다 과학적이고 책임질 수 있는 예측조사를 통해 사업과 예산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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