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방공기업 5곳이 성과연봉제 관련 집단교섭을 추진한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산하 지방공기업 중 처음이다. 5개 기관 정원이 1만8천명을 웃도는 만큼 집단교섭 성사시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성과연봉제 관련 공동파업 가능성도 열려 있다.

7일 서울시투자기관노조협의회(서투노협)에 따르면 서투노협 소속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SH공사·서울시설공단·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노조 대표자들이 지난 5일 간담회를 열어 성과연봉제 집단교섭 추진방안에 공감대를 이뤘다. 노사 대표가 단일 테이블에서 성과연봉제 관련 원포인트 협상을 벌여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자는 취지다. 이들 노조는 “노동자 의견을 배제한 채 기관 이사회가 일방적으로 의결하는 내리꽂기 식 의사결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정부 페널티 압박, 노사합의로 돌파"=행정자치부가 성과연봉제 적용 대상으로 분류한 지방 공사·공단은 총 143곳이다. 지난달 말 현재 137곳(96%)에 성과연봉제가 도입됐다. 서울시 산하 5곳과 대전시 산하 대전도시공사 1곳만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은 상태다.

행자부는 올해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하지 않는 기관의 경영평가 점수를 깎고(-3점), 총인건비를 지속적으로 동결하는 등 추가 페널티를 부여할 방침이다.

반면 6월 말까지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기관에는 연봉월액(기본연봉÷12개월)의 50%를, 지난달 말까지 도입한 기관에는 연봉월액의 25%를 인센티브로 얹어 주기로 했다. 전형적인 ‘당근과 채찍’ 전략이다.

서울시 산하기관 5곳의 성과연봉제 집단교섭은 중앙정부의 페널티 압박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서투노협 소속 박득우 공공운수노조 지방공기업사업본부 상임준비위원장은 “정부가 인센티브와 페널티로 압박하는 상황에서 개별기관 노사가 성과연봉제에 대한 합리적 논의를 벌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성과연봉제 도입의 핵심인 합리적인 임금체계 개편을 위해서도 서울시나 해당 기관 노사 같은 이해당사자가 머리를 맞대는 것이 효율적”이라이라고 설명했다.

성과연봉제 집단교섭은 이달 중순께 본격화할 전망이다. 해당 노조 중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소속 4개 조직(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서울시설공단·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은 10일 열리는 노조 ‘공공기관사업본부 운영위원회’에서 집단교섭 방침을 확정한다. 이어 사용자측에 교섭공문을 발송하고 교섭절차에 돌입한다. 상급단체가 없는 SH공사노조 역시 자체 의결과정을 거쳐 집단교섭에 동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원순표 노동 행보, 이번에도 통할까=교섭이 성사되려면 해당 기관 사용자들의 교섭 참여가 담보돼야 한다. 직접적인 사용자는 아니더라도 중층적인 사용자 위치에 있는 서울시의 참여 여부도 관심사다. 이와 관련해 9일 열리는 서울시 노사정 서울모델협의회 ‘공익위원협의회’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회의에는 서울시 관계자들이 참석해 집단교섭 관련 사항을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노동정책을 시정 우선과제에 배치해 온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향을 고려할 때 서울시와 해당 기관 사용자들의 교섭 참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시와 산하기관 노사가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서울모델협의회는 이미 지난해 임금피크제 도입 과정에서 ‘서울시 투자·출연·출자기관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사정 서울협약’을 체결하며 “신뢰의 노사관계 구축”을 강조한 바 있다. 시와 산하기관 노사는 올해도 ‘근로자 이사제’ 도입에 합의하며 노동자 경영참여를 통한 의사결정 민주화와 관련해 한목소리를 냈다.

박준형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실장은 “성과연봉제라는 단일사안에서 집단교섭이 성사되면 노사가 공동노력을 통해 교섭비용을 절감하고 합리적 해법을 모색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며 “박근혜 정부가 힘의 논리를 앞세워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 지방공기업 노사가 새로운 실험에 나선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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