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한민국은 무엇보다 위험한 사회다. 세월호 참사로부터 구의역의 비극적 사고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는 안전사고 위험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매일 평균 다섯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 산재사망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적정한 사회적 제어가 부실해진 만큼 도처에 위험이 도사린 일터가 급증하고 있다. 안전사고로 인해 일상적으로 삶에 위협을 받고 있다고 할 정도로 위험한 사회와 일터에서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구의역에서 그만 생을 접은 만 열아홉 청년노동자 김군처럼 산재사망자의 대다수는 비정규직이다. 우리 사회는 숱한 비정규 노동자를 사지로 몰아넣는 악순환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하청·파견·용역 등 간접고용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돼 왔다. 외주화로 하청업체가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수리업무를 담당한 서울메트로에서 비정규직 사망사고가 연이어 발생한 반면 같은 업무를 정규직이 맡은 도시철도공사에서는 사망사고가 없었다던 점에서 커다란 차이를 볼 수 있다.

구의역 사고가 일어난 지 나흘 후인 6월1일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 폭발사고로 4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같은달 23일에는 삼성전자서비스 수리기사가 에어컨 실외기 작업을 하다 추락사했다. 이들 사망자들의 공통점은 외주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라는 것이다. 이렇게 공공부문이든 민간부문이든 외주하청구조가 노동자 목숨을 앗아 가는 위험한 일터를 만드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산재사망사고가 빈발하는 사업장에서 공통적으로 외주화 문제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드러나면서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을 망라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7월28일 발표된 구의역 사고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도 강조되고 있는 것처럼, 사고 발생의 가장 중요한 구조적 요인은 정부와 서울시가 강행 추진한 외주화 정책이었다. 지하철 승강장 안전문 사고가 재발되는 근본 이유도 외주화로 지칭되는 구조적인 적폐가 시정되지 않은 채 온존해 왔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망사고를 불러온 구조적 요인을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최우선으로 이뤄져야 한다. 문제 발생의 뿌리를 다스리지 않고 그 문제의 현상적 결과에만 주목해 시행되는 대증적 처방으로는 문제의 근원적 해결을 기대할 수 없고, 머잖아 그 문제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영효율과 인건비 절감을 앞세운 외주화를 무분별하게 추진함으로써 산업안전 및 노동기본권, 공공성을 도외시하는 심각한 문제를 낳았다. 안전업무 외주화로 인한 원청 사용자의 법적·사회적 책임회피가 노동자·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일상적으로 위협하는 고위험 일터를 양산했다. 따라서 경영효율화만을 앞세우며 잘못된 정책논리에 따라 추진돼 온 안전업무 외주화를 중단하고 바로잡는 것은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첫 번째 관문에 해당한다. 그런 점에서 구의역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 박원순 서울시장이 안전 관련 업무 직영화를 실시한 것은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다만 위험의 외주화 중단과 직영화에만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실질적인 대책 마련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가야 한다. 유기적인 소통이 생명인 지하철 종합관제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한 이유도 기술적 요인 외에 외주화로 인한 원·하청 위계구조와 노동차별 구조가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른바 ‘메피아’ 논란을 불러일으킨 불합리한 노동차별 구조가 많은 문제점을 낳았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정규직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부족한 안전인력으로 인해 정규직들도 사고 위험에 상시 노출돼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 만큼 적정한 인력 보강도 필수적이다. 차별 없는 일자리 창출과 안전을 우선한 인력확충 계획이 병행될 때 일하는 노동자와 이용하는 시민 모두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연이은 안전문 사고를 통해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은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다. 구체적이고 근본적인 사고재발 방지대책을 마련해 실행하는 것만이 안타깝게 희생된 노동자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다. 구의역 사고가 안전사회 건설을 위한 도정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namsin196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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