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은 변호사(법률사무소 새날)

대상판결 :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 2015고단2056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1. 사실관계


피고인 박○○(갑을오토텍 주식회사 전 대표이사)은 금속노조 갑을오토텍지회(이하 ‘제1노조’라고 함)와의 노사관계를 기존과 같이 유지하는 경우 과도한 인건비 등으로 더 이상 회사 경영이 어렵고 회사 존립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새로운 노사관계 형성이 필요함을 생각하고 있던 중 2014. 10. 평소 친분이 있던 피고인 김△△으로부터 “경찰·특전사 출신을 신입사원으로 뽑아서 회사에 입사시킨 후 별도 노조를 설립해 제1노조에 대항할 수 있는 세력으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 보자”는 제안을 받고 이를 승낙했다. 또한 갑을오토텍 총무부장 피고인 권□□은 2014. 11.경 노무법인 예지로부터 “신입사원들을 중심으로 제2노조를 설립해 제1노조를 약화시킨다”는 내용의 ‘Q-P 시나리오’를 전달받은 후 위 내용을 피고인 박○○에게 보고했다.

위와 같은 계획에 따라 피고인들은 2014. 12. 2. 서울 커피숍, 2014. 12. 20.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350에 있는 갑을오토텍 본사 등에서 피고인 권□□, 피고인 김■■ 정▶▶ 등이 모집한 신입사원 60명 중 경찰·특전사 출신 팀장급 20명을 만나 모임을 갖고 "입사 후 제1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할 것"을 결의한 후 2014. 12. 29. 미리 확정해 놓은 경찰 출신 13명, 특전사 출신 19명이 포함된 신입사원 60명을 채용했다.

피고인 박○○은 2015. 1. 하순경 피고인 권□□에게 “신입사원 중 팀장급은 연봉 5천만원, 조장급은 3천800만원, 나머지는 3천500만원으로 맞춰서 지급하라”라고 말하여 위 신입사원들에게 제2노조 가입 활동비를 지급할 것을 지시하고, 피고인 권□□는 이를 OT수당(overtime charge, 시간외 근무수당)에 포함시켜 위 신입사원들 중 팀장급 20명에게는 월 125만원, 조장급 13명에게는 월 25만원씩 지급했다. 피고인 김■■은 2015. 3. 하순경 신입사원 이◆◆에게 제1노조를 탈퇴하고 제2노조 가입원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제2노조 가입을 종용해 2015. 3. 19.부터 2015. 4. 15.까지 신입사원 60명 중 52명이 제2노조에 가입하게 했다.

검사는 피고인들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이라 함) 위반죄로 공소제기했고, 피고인들은 제1회 공판기일에서 범죄사실을 모두 자백했으며, 검사는 피고인 박○○에게 징역 8개월을, 나머지 피고인들에게 각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은 피고인 박○○에 대한 형을 징역 10월, 피고인 김△△에 대한 형을 징역 8월, 피고인 권□□ 김■■에 대한 형을 각 징역 6월로 정하면서, 다만 이 판결 확정일부터 각 2년간 피고인 김△△ 권□□ 김■■에 대한 위 각 형의 집행을 유예하고, 피고인 김△△에게 사회봉사 120시간을, 피고인 권□□ 김■■에게 각 사회봉사 80시간을 명했다.

2. 판결의 내용 및 의의

첫째, 법원은 피고인들이 ‘제1노조 미가입 또는 탈퇴’를 고용조건으로 신입사원 60명을 채용한 행위가 노조법 제81조2호를 위반했다고 판시했다. 사용자는 노동자가 어느 노동조합에 가입하지 아니할 것 또는 탈퇴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거나 특정한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될 것을 고용조건으로 하는 행위를 반조합계약(황견계약)이라 한다. 채용 단계에서 노동조합의 헌법상 권리인 단결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반조합계약은 헌법 제33조1항 및 노조법 제81조 위반으로 사법상 당연무효다. 반조합계약의 사례는 현실에서는 빈발하나 이를 명시적으로 설시한 판례가 드물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둘째, 법원은 피고인들이 공모해 신입사원들에 대해 회사에 우호적인 제2노조 활동비 명목으로 금원을 지원하고, 제1노조를 탈퇴해 제2노조에 가입할 것을 종용하는 방법으로 제1노조 및 제2노조의 조직 및 운영에 지배·개입했음을 인정했다. 이와 같은 유형의 부당노동행위도 현실에서는 가장 쉽게 발견되나, 근로자측의 입증 부족 등으로 관련 판례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 대상판결은 이를 정면으로 설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셋째, 법원은 영업이익이 급속하게 악화됐다는 검사와 피고인들의 범행동기 부분을 배척하면서 헌법에 보장된 근로자 단결권을 침해한 점 등을 양형의 불리한 요소로 삼아 사용자에게 실형을 선고해 노조파괴범죄에 경종을 고한 것이다.

검사는 “영업이익 적자가 2012년 3억원, 2013년 27억원, 2014년 61억원으로 매년 급속하게 늘어났다”는 취지로 범행동기를 공소장에 기재했다. 그러나 법원은 “실제 영업손익은 2012년 25억원, 2013년 54억원 흑자이고 2014년에만 60억원 적자로 수치에 오류가 있는 데다, 위 기간 매년 급속하게 악화됐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공소사실 중 영업이익 적자 및 이와 관련한 부분은 삭제한다”고 밝혀 검사와 피고인들의 범행동기와 관련한 주장을 배척했다.

반면에 법원은 “이 사건 각 범행은 피고인들이 제1노조를 약화 또는 와해시키기 위해, 노무법인으로부터 시나리오[신규인원 충원 및 조직화, 파업 (유도), 직장폐쇄, 2노조 설립, 조합원 선별복귀, 대규모 징계 및 민·형사 고소 등을 통해 2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획득하게 함]를 제공받은 다음, 물리력 행사가 가능한 특전사·경찰 출신 30여명이 포함된 신입사원 60명을 제1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탈퇴할 것을 조건으로 채용하는 등 판시와 같은 방법으로 부당노동행위를 한 것이다. 이러한 범행은 노사 간의 균형을 무너뜨리기 위해 헌법에 보장된 근로자 단결권을 침해한 것으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게다가 이 사건 각 범행은 회사의 인적·물적 자원을 동원해 조직적·계획적으로 이뤄졌으며 그 규모 또한 대규모로 비난 가능성이 크다.

이 사건 각 범행 이후 제1, 2노조 간 다수의 인적피해를 낳은 폭력사태가 수차례 발생하는 등 혼란스러운 상황이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제1노조 조합원들이 피고인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 갑을오토텍은 이 사건 각 범행으로 인한 결과를 시정하기 위해 2015. 6. 23. 및 같은해 8. 10. 합의를 하기는 했으나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 사건에서의 행태[신입사원 채용취소의 실체적·절차적 요건을 구비했다는 점에 관한 자료를 전혀 제출하지 않고 오히려 채용취소에 정당한 사유가 결여돼 있고 절차상 하자가 있음을 자인함] 등에 비춰 보면 위 합의의 적절성 및 채용취소 가능성 여부를 떠나 사용자측이 진정으로 위 합의를 이행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피고인 박○○은 이 사건 각 범행의 최종결정권자이자 최종책임자이고 수사가 시작되자 증거인멸을 지시하기도 했다는 점을 피고인들에게 불리한 양형요소로 삼았다.

이를 바탕으로 법원은 검사의 구형을 초과해 갑을오토텍 대표이사에게 실형 10월을 선고했다. 종전에 검찰은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로 불기소하거나 경한 형을 구형했고,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는 노동 3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받지 못하는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대상판결은 이와 같은 종전 관행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노조법을 위반해 노동자 단결권을 침해하는 사용자에게 실형이 선고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판결이다.

4. 결어

갑을오토텍은 법원의 대표이사에 대한 실형선고를 반발이라도 하듯이 실형선고 11일 만에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갑을오토텍은 노조 쟁의행위로 중단된 업무수행을 위해 노조법 제43조1항(신규·대체인력 채용금지), 제2항(도급·하도급 금지)을 위반해 노조 쟁의행위에 대한 대응조치를 완비했다. 갑을오토텍 직장폐쇄의 목적이 쟁의행위로 인해 중단된 생산재개가 아닌 노조파괴에 있음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증거다. 노동 3권이 보장되기 위해 징역 10월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나 보다. 사용자들의 부당노동행위를 규제하기 위해서는 법정형을 상향 조정하는 등 노동3권을 침해하는 사용자에게는 중형이 선고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깨우쳐 주는 조치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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