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조성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이를 계기로 한국은행 독립성와 삼권분립 강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가 1일 발간한 '중앙은행 금고 탈취 미수 사건이 남긴 것' 이슈페이퍼에 담긴 내용이다. 이슈페이퍼는 주진형 더불어민주당 국민경제상황실 부실장이 작성했다.

정부는 지난 6월 해운·조선업종 구조조정 지원을 위해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이 10조원의 발권력을 동원한 뒤 도관은행을 거쳐 각 국책은행에 자금이 흘러들어가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노동계와 야당을 중심으로 “국회 검증을 피하려는 꼼수”라는 비판이 거세졌고, 결국 정부는 국책은행에 현금출자할 1조4천억원을 추가경정 예산안에 반영했다. 정부의 당초 계획이 흐지부지되는 모양새다.

주 부실장은 이에 대해 “중앙은행이 바보가 됐다”고 비판했다. 한국은행이 처음에는 정부에 반대하는 듯하더니 7월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비상계획”이라며 대출을 의결했다. 그는 “정부가 요청하면 중앙은행이 건별로 심사해 국책은행에 출자하겠다는 것을 비상계획이라고 부른다는 것 자체가 코메디”라며 “한국 사람들은 이런 말도 안 되는 것도 대놓고 반대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냐고 외국인들이 비웃는다고 해도 할 말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사건으로 삼권분립 원칙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의 경우 2008년 리먼 브러더스 도산으로 발생한 금융위기 당시 국회의 철저한 검증과 관련법 통과 과정을 거쳐 자금지원을 결정했다.

주 부실장은 “미국에서는 공적자금을 감시하는 4개의 장치 중 3개가 국회 소속인 반면 우리는 하나도 없다”며 “외환위기시 국회가 공적자금관리위원회를 만들었지만 소속은 금융위원회고 사무국에서 일하는 사람도 대부분 공무원들”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한국은행 독립성을 유지하고, 공적자금 운영을 투명하게 하기 위해 국회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부실장은 “정부가 금고에서 돈을 탈취하려 해도 법으로 금고를 맡고 있는 중앙은행마저 정정당당하게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하면 삼권분립 원칙을 지킬 수가 없다”며 “여소야대인 20대 국회가 행정부 감시와 견제를 얼마나 하는지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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