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부터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시민 1천379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여름휴가를 가겠다는 응답자 중에서 42.9%가 7월29일부터 8월3일에 휴가를 떠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주에는 전국 휴양지 어디를 가더라도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룰 것 같다.

여름휴가는 요즘처럼 숨이 턱 막히는 날에 꼭 필요한 제도다. 더위는 생산성을 떨어뜨리거니와 노동자 건강을 해치는 주범이다. 특히 고열에서 일하는 노동자에게 여름은 암보다 무서운 존재다. 섭씨 1천500도나 되는 쇳물을 다루는 철강노동자와 섭씨 60도 철판을 용접하는 조선노동자는 더위와 사투를 해야만 한다.

이들은 두꺼운 소가죽으로 만든 작업복을 입고 일한다. 두꺼운 장갑과 안전모는 기본이다. 안전을 위해 불가피한 장비들이다. 더위와 사투를 벌이는 철강노동자와 조선노동자가 냉방조끼나 에어조끼를 입기도 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이들 노동자에게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너무 더울 때는 일하지 않는 것이다. 여름휴가를 길게 보내면 된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비롯한 조선업종 일부 회사는 2주의 장기간 휴가제도를 도입해 운영 중이다. 2000년 중반 대우조선이 처음 시행한 집중휴가제는 이제 조선업종에서는 보편화됐다.

그런데 2주 이상 장기간 휴가를 보내는 노동자는 일부 업종에 국한돼 있다. 우리나라 노동자의 여름휴가는 평균 4.4일 정도에 불과하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조사한 자료를 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평균 4.8일, 300인 이하 사업장은 평균 4.3일의 여름휴가를 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말까지 더하면 평균 일주일을 여름휴가로 사용하는 셈이다. 노동자 여름휴가 일수는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변화가 없다. 경총이 2001년 조사했을 때 평균 여름휴가 일수는 4.6일이었다. 올해보다 0.2일 많았다는 사실이 오히려 놀라울 정도다.

노동자의 여름휴가 일수를 지금보다 늘려야 한다. 선진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4주의 여름휴가가 보편화돼 있다. 지금처럼 1주일 정도의 여름휴가로는 더위를 피하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노동시간단축 효과도 작다. 철강노동자와 조선노동자처럼 더위와 직접 연관된 직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최소 2주의 여름휴가가 필요하다. 요즘처럼 섭씨 30도가 넘는 더위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는 휴가만큼 중요한 건강관리는 없다. 더위가 맹위를 떨치는 7월 말부터 8월 중순까지 2주 정도만 피하더라도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된다.

여름휴가를 늘리자는 제안에 반대할 노동자는 없을 것이다. 여름휴가 일수를 기존의 휴일수에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보편적인 관점으로 본다면 현재의 근로기준법 틀 안에서 검토하는 것일 텐데, 이와 관련해 연차휴일 일부를 여름휴가 때 추가로 사용하는 방법이 있다.

그런데 이해관계자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노동자는 연차휴일 사용일수가 적다. 휴가를 돈으로 보상받으려는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연차휴일을 사용하려면 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봐야 하는 조직문화 같은 관행적인 요인이 크다. 이와 같은 현실에서 연차휴일을 강제로 사용해 여름휴가를 늘린다면 노동자와 관리자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노동자와 사용자의 저항이 있더라도 여름휴가를 늘리는 과제는 노동시간단축이라는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 휴일을 돈과 교환하는 방식에서 탈피해야 한다. 노동자의 건강이 돈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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