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윤덕 변호사
(법무법인 시민)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16일 2017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7.3%(440원) 인상한 6천470원으로 결정했다. 4·13 총선 때 최저임금 1만원 열기를 생각해 보면 사기당한 기분이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이전이나 지금이나 최저임금 제도는 바뀐 것이 없으니 예측 가능한 결과이기도 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는 있었지만,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라고 하지 않았나.

최저임금위에 대한 비난이 거세다. 최저임금이 결정된 후 한 공익위원 인터뷰를 보니 공익위원들끼리 자조 섞인 말로 “욕먹는 하마”라고 한다는 대목이 있었다. 노사 간 극한 대립으로 공익위원에게 너무 많은 짐이 부과된다고도 했다. 참으로 딱한 일이다. 이참에 최저임금위 논의 과정을 속기록 형태로 모두 공개해 공익위원들이 이유 없이 욕을 먹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좋겠다. 노사 간 극한 대립이야 공개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될 것이지만, 최소한 그 와중에 공익위원들이 어떠한 합리적인 근거를 제시하고 설득했는지, 그것이 최종 결론에 어떻게 반영됐는지를 알아야 사회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게 아닌가.

특히 현행 공익위원 선정방식의 문제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위에서 사실상 결정권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전원 정부에 의해 위촉된 위원들이 독립적으로 공익에 비춰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정부가 직접 결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너무 공익위원들 탓만 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는 하지만, 논의 과정 자체가 상세하게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의심이 드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현재 공익위원 선정방식에 대해 노·사·정이 추천한 인사들 중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이 투표로 선출하는 방식(이정미 정의당 의원 발의), 노·사·정이 각 3명씩 추천해 정부가 위촉하는 방식(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 9명 중 6명에 대해 국회가 추천하는 방식(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의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어떤 것을 택하더라도 지금보다 나빠질 일은 없다고 본다.

아예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최저임금위를 통한 결정방식은 직접적 이해당사자의 참여와 협상을 통한 결정이라는 점에 의미가 있다. 그러나 현재는 사실상 공익위원, 즉 정부 의사에 따라 최저임금이 결정되고 있기 때문에 가장 큰 이해당사자인 국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최저임금 최종 결정을 국회가 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발의로 법안이 제출돼 있다.

최저임금 결정에 국회가 관여해야 한다는 취지에 적극 공감한다. 다만 법·제도에 대한 근본적인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검토돼야 하며, 특히 노사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논의 과정에서 당장의 문제를 도외시할 수는 없으므로 단기적인 개선책으로 최저임금법에 최저임금액 하한선을 명시하는 법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해 처리할 것을 제안한다. 현재 “전체 근로자 평균 정액급여의 50%”를 하한으로 하는 법률안(윤후덕 의원 발의)이 제출돼 있는데, 이미 19대 국회에서 유사한 법률안이 제출돼 심의까지 했던 부분이다. 야 3당이 총선공약을 지키기 위해서도 이 정도는 가뿐하게 통과시켜야 할 것이다.

내년 여름의 뜨거운 날은 예정돼 있다. 한 줄 소나기 같은 희망을 예약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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