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가운데 공조장치는 에어컨시스템을 의미한다. 살인적인 더위 속에서 운전하면 새삼 에어컨 바람의 고마움을 느낄 때가 많다. 갑을오토텍은 국내에서 자동차용 공조장치와 열교환기 부품을 만드는 중견업체다. 갑을상사그룹의 계열사다. 갑을오토텍의 모태는 현대양행이다. 지난 62년 설립된 이 회사는 만도기계·만도공조·위니아만도로 사명을 바꾸었다. 위니아만도는 2004년 공조사업본부만 떼어 내 매각했고, 인수기업인 모딘코리아는 외국계회사였다. 당시 위니아만도 공조사업본부는 따로 떼어내 팔 수 있을 정도로 알짜 사업이었다. 갑을오토텍은 지난 2009년 모딘코리아로부터 100% 지분을 인수하면서 설립됐다. 이렇듯 갑을오토텍은 최근 노조파괴와 용역폭력으로 얼룩지기는 했지만 우리나라 자동차 역사와 궤를 함께해 온 내공 있는 회사다. 인수합병으로 어지러운 상황에서도 생산현장을 묵묵히 지켜 온 노동자들이 있었기에 이런 역사가 가능했다.

갑을오토텍은 또다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올해 임금·단체협약 갱신협상에서 갑을오토텍은 노사갈등의 대표적 기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단체교섭 결렬에 따라 노조가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회사측이 26일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회사측은 또 생산시설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용역경비 투입을 추진하고 있다. 비록 경찰이 경비원 배치와 관련해 서류 보완을 요구해 회사측은 지난 27일 용역경비 투입을 미뤘다. 하지만 용역경비 투입은 조만간에 강행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일각에선 지난 2014년 갑을오토텍에서 발생한 노사갈등이 재연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갑을오토텍 노사갈등과 관련해서는 법적 판단 근거가 확립됐다. 법원은 지난 15일 노조파괴 용병을 고용해 폭력사태를 일으킨 박효상 전 갑을오토텍 대표이사에게 징역 10월형을 내렸다. 회사측이 경찰·특전사 출신을 채용해 새 노조를 설립했고, 이들이 기존노조 조합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는 판결이었다. 지난해 노사는 노조파괴 용의자로 지목된 신규 입사자 퇴사에 합의함으로써 사태를 수습하려 했다. 하지만 회사측은 이런 합의사항을 깔끔하게 이행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회사측이 구태를 또다시 반복하려 하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쟁의행위 기간 동안 벌어진 노사 또는 노노 간 폭력사태는 직장폐쇄에서 비롯됐다. 노조가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들어가면 회사측은 직장폐쇄를 할 수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방어용’이다. 말 그대로 생산시설 또는 생산품 보호를 위해서다. 그런데 노조가 평화롭게 쟁의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직장폐쇄를 강행하는 회사들이 있었다. 이른바 ‘공격적 직장폐쇄’다. 대법원은 지난 5월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사건에 대해 판결을 내림으로써 직장폐쇄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공했다. 대법은 “회사측의 직장폐쇄가 지회 쟁의행위에 대한 방어적 목적을 벗어나 지회의 조직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목적을 갖는 선제적·공격적 직장폐쇄에 해당하면 정당성을 상실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당시 발레오전장은 노조가 조건 없이 생산현장 복귀 의사를 밝혔음에도 석 달 동안이나 직장폐쇄를 유지했다. 대법은 부당한 직장폐쇄를 한 발레오전장에게 직장폐쇄 기간 동안 해당하는 임금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노조 무력화 수단으로 악용된 사용자의 직장폐쇄를 제한하는 판결이었다. 지난 26일 전격적으로 직장폐쇄를 강행한 갑을오토텍은 발레오만도 사례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갑을오토텍은 직장폐쇄뿐만 아니라 용역경비 투입계획을 완전 철회해야 한다. 악몽과 같았던 2014년 폭력사태가 또다시 발생하면 갑을오토텍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반세기 넘는 동안 공조장치 대명사로 알려진 갑을오토텍의 역사는 막을 내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회사측이 있어야 할 자리는 단체교섭장이다. 노사가 단체교섭을 통해 원만한 합의를 도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쟁의행위 기간 중 발생하는 폭력사태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대법원은 지난 5월 발레오전장 사건 판결에서 사용자의 공격적 직장폐쇄에 대해 철퇴를 내렸다. 이를 바탕으로 국회가 제도개선안을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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