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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질환 산재 인정기준과 신청 방법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 권동희 공인노무사(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7월 발표한 멘털헬스(mental health atlas 2014) 개정판에 따르면 전 세계 국민 10명 중 1명은 정신건강질환을 동반하며 살아가고 있다. WHO는 개정판에서 2020년에는 질병 부담률에서 우울장애가 허혈성 심장질환에 이어 2위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자주 발생하는 질병인데도 정신질환이 산업재해 신청으로 이어진 경우는 드물다. 지난해 기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통계상 정신질환 산재는 150건이 신청돼 46건이 인정됐다. 인정률은 30.7%다. 이마저도 자살사건을 포함한 통계다.

사회적으로 정신질환을 터부하는 탓에 노동자들은 정신질환으로 산재를 신청하기 꺼려 한다. 아예 산재로 인정되는 것조차 모르고 있다. 정신질환의 산재 인정기준과 판정의 특이성을 몰라 불승인되는 경우도 많다. 정신질환도 산재라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일을 하다가 손과 팔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하는 것이나 일로 인해 정신질환을 얻는 것이나 산재라는 본질은 같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노동자의 개인적 문제가 아니라 사업주가 책임져야 할 위험요소이자 직업병 유발원인이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은 별표에서 ‘신경정신계질병’에 속하는 세 가지 정신질환을 명시하고 있다. 업무와 관련해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에 의해 발생한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업무와 관련해 고객 등으로부터 폭력 또는 폭언 등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적응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다. 세 가지 상병 외에 다른 정신질환도 업무와 관련성이 인정되면 산재가 될 수 있다.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3월28일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지침’(제2016-11호)을 마련했다. 공단은 지침에서 대표적 정신질환으로 △우울병 에피소드 △불안장애 △적응장애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와 급성스트레스 반응 △자해행위 및 자살 △수면장애를 예시하고, 인정기준과 조사요령을 명시했다.

산재신청을 위해서는 일단 진단명이 확정돼야 한다. 우리나라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는 2013년 5월 기준으로 미국 정신의학회(APA)의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DSM-5)’을 활용해 진단하고 있다. 수면장애의 경우 ‘2주 이상의 수면일지와 수면기록’의 부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공단이 ‘심리 외상성 사건, 최초 증상 발생 전 6개월의 주요 변화요인, 일상적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을 우선적으로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도 참조해야 한다. 주요한 심리 외상성 사건을 증명하고, 근로시간이나 업무실패 및 과중한 책임, 업무의 양과 질의 변화, 역할 변화, 직장내 대인관계, 스트레스 가중요인 같은 주요 변화가 6개월 이내에 일어났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일상적 업무상 스트레스 요인 증거자료는 근무시간·근무형태·직무요구도·직무자율성·노력보상 불균형·직업불안정성·사회적 지지·고객응대업무 여부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공단의 문답 조사 과정이나 재해조사에서 개인적 특성이나 가족력, 업무 이외 다른 스트레스 요인이 부각돼서는 안 된다. 이런 사항이 드러날수록 업무 관련성은 부정적으로 평가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신질환 산재 판정이 과도한 의학적인 평가에 치우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즉 정신건강의학과 의무기록지, 다면적 인성검사(MMPI) 같은 임상심리검사에 의해 결과가 좌우된다. 공단 지사에서 지침에 따라 많은 자료를 확보하고, 재해자의 스트레스 요인이 다양한 증거자료에 의해 증명되더라도 결국 판단의 가장 중요한 근거는 의무기록지다. 의무기록지상 업무 스트레스 요인이 기재되지 않거나 업무 이외 개인적 사안이 기재되는 경우에는 부정적으로 평가될 수밖에 없다. 판정위원회에 참여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신질환 산재신청을 염두에 둔다면 초기 의사 면담 과정부터 비업무적 요소나 내용을 언급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정신질환을 산재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사업주 태도다. 이런 사건에서는 사업주가 비협조적 태도를 드러내기 일쑤다. 사업주 스스로 노동자를 정신질환에 걸리게 할 정도로 업무 스트레스를 줬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명확한 외상사고가 아닐 경우 증명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동료의 진술서나 확인서 등은 참고사항일 뿐이다. 의무기록이나 각종 검사에 있어 업무 관련 사항과 업무 스트레스를 자주 언급하고, 이런 사항이 기재되도록 하는 것이 산재를 인정받는 최선의 방법이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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