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달 18일 '노동계의 7월 불법 총파업에 대한 경영계의 입장'을 공개했다. 노동개악 폐기, 구조조정 분쇄, 재벌책임 전면화 등을 요구하며 민주노총이 지난 20일부터 돌입한 릴레이 총파업에 대한 논평이다.

경총은 입장문에서 민주노총 파업을 ‘불법’이라고 단정했다. “임단협이라는 표면상 이유와는 달리 정부 정책 폐기와 구조조정 저지, 반기업 정서 확산을 염두에 둔, 정치적 요구를 앞세운 파업”이라는 이유다. 비정규직을 양산하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악, 노동시간을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악, 불안정한 노동자들의 실업급여 수급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고용보험법 개악, 그리고 저성과자 해고 등에 맞서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는 것은 민주노총이 해야 할 중요한 임무다. 민주노총은 자신의 유일한 수단인 파업을 통해 이 임무를 성실히 이행해야 한다. 경총은 그동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동개악안을 통과시키려고 해 왔다. 자신들의 행위는 정당하고 이에 반대하는 투쟁은 불법이라는 낯 뜨거운 논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주장하고 있으니 참으로 뻔뻔하다.

경총은 이번 파업에 대해 “청년 등 미래세대와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외면한 채 대기업 정규직 노조의 기득권만을 지키기 위한 이기적인 행태”라고 비판했다. ‘취약계층’의 가장 중요한 요구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 경총의 답변은 늘 ‘동결’이었다. 2017년 최저임금이 7.3%라는 낮은 인상률로 결정됐는데, 이에 대해서도 "중소·영세업체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비판했다. 청년을 걱정한다면서 19일 경제단체협의회 운영위원회에서 ‘청년고용할당제를 민간부문까지 확대한 개정법’은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회원사들의 신규채용 축소를 오히려 자랑스럽게 떠벌려 왔다. 그래 놓고 노동자 권리를 위해 싸우는 민주노총을 향해 "취약계층을 생각하라"는 훈수를 두고 있는 것이다.

경총은 또 조선업종 노조 파업을 거명하며 “하도급업체와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생존이 기로에 서 있는 이때 해당 노조의 파업은 심각한 생산차질과 대외신인도 하락을 가져와서 회복할 수 없는 위기상황을 만든다”고 주장했다. 생산차질과 대외신인도 하락은 경영진이 만든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당지원으로 부실을 키운 것은 정경유착이며, 협력업체와 하청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것은 기성금을 낮추면서 협력업체를 쥐어짜는 원청 때문이다. 그런데 부실경영 책임을 묻고, 전체 노동자들의 고용안정과 삶의 유지를 위해 투쟁하는 이들을 향해 이토록 독설을 쏟아 내는 것을 보면 경총은 조선업종의 위기가 어디에서 왔는지를 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총은 “불법파업을 조장, 선동한 자와 불법행위 가담자에 대해 엄정한 법 집행을 통해 산업현장에 법치주의를 확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총과 짝을 이루는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불법적으로 자금을 지원했을 때 경총은 ‘법치주의’ 운운했던가. 경총은 그동안 ‘창조컨설팅’으로 대표되는 노조파괴 전문업체들과 협조해 왔다. 이들 노조파괴 전문업체들의 반헌법적 노조파괴 행위에 대해 경총은 무엇이라고 말하고 있는가. 심지어 최근 공공부문과 금융권을 중심으로 성과연봉제를 강제하기 위해 노조동의 없이 의사회 의결로만 시행하거나 심지어 조합원을 감금하는 등 불법·탈법적인 행위도 저질러지고 있다. 이에 대해 경총은 무엇이라고 답할 것인가. 기업인들의 세금포탈은 일상이 되고 갑질 폭력과 성매수에 이르기까지 총체적인 비리가 드러나고 있는데도 경총 수장은 비리와 탈세에 연루된 기업인들의 사면을 슬쩍 흘리고 있다. 도대체 경총이 무슨 자격으로 ‘법치’ 운운하는가.

이 나라 경제단체들은 재벌들의 이익을 ‘공익’으로 간주한다. 재벌 이익에 조금이라도 침해되면 김영란법도 반대하고, 노동이사제도 반대하고, 고용형태공시제도 반대한다. 사회를 정상 가동시키는 최소한의 조치조차도 공익에 대한 침해라고 주장한다. 노동자 대표에게 헌법에 보장된 저항권을 행사했다는 이유로 징역 5년을 선고하는 나라, 노동자에 대한 폭력이 법의 이름으로 저질러지는 이 나라가 마치 ‘법치국가’이기라도 한 것처럼 ‘준법’ 운운한다. 경제권력을 독점하고 사법권력 및 정치권력과 결탁해 있는 경제단체들은 매우 점잖은 척 ‘법치’와 ‘공공성’을 주장하지만 그것은 노동자들에게 재벌대기업 중심 세상에 순응하라는 주문에 불과하다. 그들의 ‘말’과는 달리 경제단체들은 그런 가치들을 깡그리 무너뜨린 지 오래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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