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교섭창구 단일화 시행 5년을 맞았다. 최근 관련 토론회도 있었지만 생각만큼 큰 주목을 받지는 못하는 듯하다. 이에 비하면 이번주 초 <매일노동뉴스>가 기획한 기사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창구단일화 시행이후 현장에서 발생한 다양한 문제를 깊이 있게 다뤘다. 읽는 이로 하여금 해당 제도의 문제와 개선방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기회였다.

2010년 1월1일 새벽 국회를 통과해 2011년 7월1일 시행된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개정안은 '복수노조 설립 자유법'이 아니다. 노조법으로는 금지돼 있었지만 이전에도 사실상 복수노조 설립이 허용됐다. 고용노동부와는 달리 법원은 초기업별 단위노동조합 지부 형식의 노동조합 설립을 인정했다. 법이 아니라 판례를 통한 불완전한 자유였지만 노동자들에게는 분명 복수노조 설립 자유가 있었다.

그렇다면 2011년 7월1일부터 복수노조 설립의 자유가 인정됐다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때문에 “복수노조 설립의 자유를 보장하는 대신 창구단일화를 통해 사용자의 교섭권과 균형을 맞추겠다”는 논리는 애당초 성립하지 않는다. 복수노조 설립의 자유가 새로 주어진 것이 아니었는데 “그 대가”라는 개념이 있을 수 없지 않는가.

오히려 위 제도는 창구단일화 제도의 도입 강제라고 하는 것이 바른 명명이다. 우리는 창구단일화 제도 강제가 가져온 폐해를 잘 알고 있다. <매일노동뉴스>도 지적했듯이 기존 초기업별 노동조합의 지부와 소수노조들의 노동 3권은 완전히 박탈됐다.

창구단일화 제도는 실패했다. 그래서 폐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개정 노조법을 맞이하면서 한 기대는 조합원수 급증이었다. 그동안 조합설립에 어려움을 겪었던 노동자들이 설립한 조합수가 셀 수 없이 늘어날 것이라는 선전이 있었다. 그러나 결과는 아니었다. 시행 5년이 지난 현재 노조조직률이 여전히 10% 전후를 맴돌고 있지 않는가.

이에 반해 노동조합 숫자만 늘어났다. 이른바 노노 간 분쟁이 급증하고 있다. 제도 시행 초기에 교섭대표노조가 되기 위한 경쟁에서 시작한 갈등은 교섭대표노조를 상대로 한 소수노조의 공정대표의무 요구로 발전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창구단일화 강제는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라는 기본 정신을 무너뜨리고 말았다. 생각의 차이는 있어도 노동자는 노동자여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조직을 달리한다는 이유만으로 상대 소속 조합원들을 공격하는 게 일상화됐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도 적지 않은 노노 간 갈등 사건을 다룬다. 때로는 상대방 대리인이 민주노총 법률원인 경우도 흔하다. 슬픈 일 아닌가? 노동자의 상대방은 사용자여야 한다.

창구단일화 제도 개선방안으로 소수노조를 보호하기 위해 교섭대표노조에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지우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예를 들어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남용해 소수노조를 차별하는 단체협약을 체결할 경우 해당 교섭대표노조를 처벌해야 한다는 얘기다.

조합원들 사이에 차별을 금지해야 한다는 면에서는 일리가 있으나 오히려 더 큰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노동자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는 또 하나의 제도 고안일 뿐이기 때문이다. 공정대표의무 위반도 모자라 부당노동행위까지 넣다니.

복수노조 제도는 원래 취지로 되돌려야 한다. 노동조합 설립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 노동조합들이 자유롭게 경쟁하도록 두면 그만 아닌가. 창구단일화니 공정대표의무 위반이니 하는 것들은 설립 자유에 있어서는 독이다. 지난 5년간 우리가 확인한 결과이지 않는가. 실험은 끝났다. 반드시 폐지해야 한다. 분명 조합원수가 획기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아울러 전임자 제도 또한 바꿔야 한다. 노동현장에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전임자 제도가 창구단일화 제도 이상으로 노동운동을 황폐화시켰다”고 말한다. 노사가 자유롭게 전임자 활동을 정하면 그만이지 않는가. 국가와 제도가 노사 간 사적영역에 개입한다는 자체가 모순이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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