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병욱 변호사
(법무법인 송경)

올해 6월19일 서울남부지검에 근무하던 33살 김아무개 검사가 업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자살하며 남긴 유서에는 “한 번이라도 편한 마음으로 잠들고 싶다. 스트레스 안 받고 편안하게…”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고 한다.

김 검사의 어머니는 7월5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며 김 검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들과 함께 대검찰청에 진상조사를 요청했다. 김 검사의 아버지 또한 청와대와 국가인권위원회 등에 철저한 조사를 원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진자리 마른자리 가려 가며 옥이야 금이야 곱게 키워 놓은 아들이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자살을 한 것이 믿기지 않으실 부모님 마음이 오죽하겠나.

그러나 현재까지 돌아온 것은 7월7일 서울남부지검이 ‘업무경감’을 추진한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우리 주변을 돌아보거나 신문지상에 보도되는 과로로 목숨을 잃은 사례들을 살펴보면, 과로로 인한 심혈관질환으로 외부 요인에 의해 사망하는 경우도 있지만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자살(自殺)’도 부지기수다.

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자살이 우리나라 전체 사망자 사망원인 중 무려 4위(1위 암, 2위 심장질환, 3위 뇌혈관질환, 이상 2014년 기준)에 올라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만큼 자살은 우리와 친숙하지 않고 ‘절대 해서는 안 되는 나쁜 것’ 정도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그런데 자살을 줄이고자 하는 노력은 마치 홍보 등을 통해 계속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살 원인을 정확하게 판명하고 이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 없다.

심지어 우리 대부분은 자살과 관련한 소식을 접하면 자살을 한 사람의 개인적인 일탈이나 우울증 등의 개인 질환으로 치부해 버리고 ‘자살은 나쁜 거야’라고 사회적으로 세뇌된 주문을 외우며 일상으로 돌아가 버리지 않는가.

자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나쁜 것’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이 내 일터에서의 업무상 스트레스나 과중한 노동으로 인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사회에서도 명예롭게 생각하는 직업이어서 누구도 자살을 하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그 검사도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면(안정된 직장을 가지고 있는 공무원들의 자살도 언론에 꽤 보도되고 있다), 적어도 직장내 스트레스 내지 과중한 노동으로 인한 자살은 어느 직장이건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현상인 것이고, 반드시 근본적인 문제점을 발본색원하고 대책을 세워야 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김 검사 자살에서 봤듯이 업무상 스트레스 내지 과중한 노동으로 인한 자살을 ‘과로자살’이나 ‘과로사’(우리나라 사망률 2위와 3위인 뇌심장질환에서 과로도 한 원인이다)로 정의하고, 과로사나 과로자살을 줄이기 위한 국가와 사회(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서조차 ‘과로’라는 단어를 찾아볼 수 없다. 굳이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연장근로나 시간외근로, 야근, 잔업이 많고(OECD 회원국 중 근로시간 2위, 2014년 OECD 통계) 업무상 스트레스가 많은 나라다. 사회적으로 과로가 묵인되는 꼴이다. 여기에다 과로‘사’나 과로‘자살’을 언급하는 것이 미안해지기까지 한다.

옆 나라 일본은 이미 과로자살을 포함해 과로사 개념을 정의한 ‘과로사 등 방지대책추진법’(과로사 방지법)을 2014년 제정해 시행 중이다. 과로사방지학회도 설립돼 교수·변호사·의사 등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과로사 방지를 위해 노력 중이다. 과로사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모임도 중앙을 중심으로 지역별로 잘 발달돼 있다. 과로사방지법이 이념법이어서 과로사 방지를 선언해 놓은 것에 불과하지만, 과로사 방지를 위한 국가 의무를 규정해 놓은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얼마 전 일본 과로사방지학회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었는데, 거기에서 어느 교수가 "한국은 아직 20년 멀었다"고 한 말이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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