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9월부터 공공병원에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전면 시행된다. 공공병원은 1개 병동 이상에서 보호자 대신 간호인력이 입원환자를 돌보게 된다. 통합서비스는 노동계와 보건의료계가 꾸준히 요구했던 ‘보호자 없는 병원’의 다른 이름이다. 전문인력이 환자를 돌보기 때문에 서비스 질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금도 부족한 인력이 서비스 시행으로 늘어난 업무를 도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정책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어떤 보완책이 필요한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병원 인식 바꿔 간호사 인력투자 나서야

▲ 박영우 대한간호협회 부회장(병원간호사회장)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는 가족간병으로 인한 국민들의 사회·경제적 부담을 경감시키고 입원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해 2013년 7월 ‘포괄간호서비스’라는 명칭으로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제도에 대한 환자와 보호자의 만족도는 높다. 낙상·욕창과 병원 감염률 감소를 비롯해 환자 회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 연구결과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정부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가족간병 문제가 부각되자 지난해 12월에 의료법을 개정하고, 2018년으로 예고한 통합서비스 확대를 올해로 앞당긴 바 있다. 이에 따라 올해 400개 의료기관으로 확대시행하고 2017년에는 1천개 의료기관으로, 2018년에는 전체 의료기관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제도 전면시행을 불과 1년반 정도 앞둔 현재까지도 통합서비스는 많은 장애요인을 가지고 있다. 첫째, 간호사 인력투자를 위한 병원들의 노력이 부족하다. 통합서비스 성공의 핵심요인은 전문 간호인력의 확보인데도 병원 경영자는 간호부서를 비용유발 부서로 인식하고, 수익을 높이기 위해 간호인력의 인건비 조정을 우선시하고 간호인력 규모를 축소대상으로 여긴다. 간호사 근무환경과 임금 개선에도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둘째, 간호관리료는 전체 건강보험 수가의 3%에도 미치지 못하는 불합리한 보상체계라는 제도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셋째, 현재 일반병동을 통합서비스 병동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신속한 간호 수행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반적인 시설 개선과 투자가 필요한 실정이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병원경영자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가 증가할수록 환자 사망률이 증가하고 간호사가 환자에게 투입하는 간호시간이 늘어날수록 환자의 재원일수와 의료비용을 감소시킨다. 간호사 인력에 대한 투자는 환자치료와 병원경영의 질적 향상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간호관련 수가 체계 역시 하루빨리 개선돼야 한다. 의료기관의 낮은 간호서비스 질을 개선하고자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1999년 도입한 바 있으나, 간호관리료는 현재 간호인력 인건비를 약 50%밖에 보전하지 못하고 있어 사실상 간호사 추가 고용 유인책으로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 간호사 수급을 지원하는 유일한 인센티브 정책인 간호관리료 차등제를 개선해 의료기관이 간호사를 추가 고용하는 유인이 되도록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통합서비스의 안정적인 확산과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지방 중소병원과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간호·간병료 및 시설지원비에 대한 가산 지급 등 지원책 마련이 필요한 상황이다.



간호인력 노동조건 개선으로 수급문제부터 해결하자

▲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환자가 안심할 수 있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이 운영되려면 간호인력 기준이 상향돼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 간호인력 기준으로는 보호자 없이 안전하게 환자들을 돌보기도 어려울뿐더러 간호사들의 노동강도도 굉장히 높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통합서비스 기준에 따르면 병원에 따라 간호사 1명이 환자를 최소 7명에서 14명까지 맡는다. 예컨대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간호사 1명당 7명의 환자를 보도록 돼 있고, 간호조무사 1명이 30~40명을 돌보도록 돼 있다. 이를 간호사 1명당 환자 4명, 간호조무사 1명당 환자 20명으로 줄여야 한다. 외국에서는 통상 간호사 1명이 환자 4명, 많게는 5명까지만 돌보도록 돼 있다.

간호인력 수급대책도 세워야 한다. 간호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심각한 상황이다. 실제 강원도에서는 간호인력이 없어 통합서비스 시행을 포기했다. 간호인력 수급 문제는 단순히 공급을 늘린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간호인력에 대한 적절한 대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현재 간호사들은 낮은 임금, 열악한 근무조건, 감정노동에 시달리면서 이직하거나 골병이 들거나, 심지어 자살까지 이르는 경우가 많다. 간호인력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이직률을 낮춰야 수급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그 출발은 현재 국회에 발의돼 있는 보건의료지원특별법 제정이다.



통합서비스 좋은 제도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아

▲ 이수진 의료산업노련 위원장

국민의 간병비 부담완화·감염관리·전인간호를 통한 의료 질 향상이라는 목적으로 추진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전면시행을 앞두고 있다. 도입 취지가 정당하고 다양하게 제시됐던 대안 중에서도 우월한 제도이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게 드러나고 있다.

의료 질을 가늠하는 데 핵심요소 중 하나는 인력수준이다. 통합서비스 후 병원에 인력이 늘어났다. 하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의 인력을 유지했던 우리나라에서 현재 환자수 대비 인력 기준은 결코 높은 수준이 아니다. 현장에서는 증원을 전제로, 중증도를 고려한 인력기준 재설정을 요구하고 있다.

통합서비스 시행시 병원노동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낙상사고다. 현장에서는 보호자가 옆에서 자고 있어도 일어나는 게 낙상사고라고 말한다. 현재 인력수준이면 사고는 불가피한데, 환자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위치에서 선뜻 통합서비스를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감정노동 역시 더욱 심해지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극히 일부지만 거동이 가능해진 환자가 병실만 들어오면 과일을 깎아 달라거나 잔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있고 불필요한 용변처리를 요구하는 등 성희롱을 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장기적으로 지방 중소병원의 인력수급 문제, 통합서비스의 이해를 돕는 캠페인, 지역 공공병원 중심의 지원, 대형병원들의 참여 의사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직·임금인하와 함께 가계파탄의 3대 주범이라 지적받는 간병비 해결을 위한 통합서비스가 전면 시행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병원·병원노동자의 애정과 참여, 국민들의 관심과 올바른 관점 등 모두의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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