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애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 파업에 경찰력이 투입되기 하루 전인 2011년 5월23일 '유성기업㈜ 쟁의행위 대응요령'이라는 사측의 대외비 문건이 폭로됐다. 유성기업 공장 내에 상주하고 있던 현대자동차 총괄이사의 차량에서 발견된 문건에는 '유성기업 주간연속 2교대 도입 관련 문제점 및 추진방향'이라는 항목이 담겨 있었다. 여기에는 “유성기업 노사 간 주간연속 2교대 시행 합의시→현대차/기아차 본교섭에 일부 변수 우려” 등이 적혀 있었고 ‘추진방향’으로는 “주간연속 2교대 관련 협의 진행 권고(시간지연)”“현대차/기아차 시행 전 ‘先(선)시행’ 노사합의 방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문건은 무려 6년간 자행되고 있는 원·하청 노조파괴 공세의 본질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유성기업 노사는 2009년 임금·단체협상에서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2011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2011년 3월부터 이와 관련한 교섭을 진행했다. 한편 2008년과 2010년에 주간연속 2교대제에 합의하고도 구체적 진전이 없었던 현대차는 당시 교섭에서 난항을 겪고 있었다. 이러한 상황을 살펴본다면, 원청보다 앞서 부품업체인 유성기업에서 노사가 합의하는 내용이 원청 노사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을 예상해 현대차가 유성기업 노사관계에 개입했다는 전체적 그림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유성기업지회를 둘러싼 노조파괴 공세는 현대차와 유성기업, 그리고 정부·검찰에 의해 총체적으로 자행됐다. 유성기업지회가 2011년 5월18일 합법적인 2시간 부분파업을 벌인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유성기업은 공격적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지회가 업무복귀를 선언한 그해 6월14일을 지나서도 한참을 지속했다. 법원 중재로 같은해 8월17일에야 일단락됐다. 직장폐쇄 중이었던 같은해 7월 중순 회사 주도로 어용노조가 설립됐다. 유성기업지회 조합원들은 현장복귀 이후에도 부당징계와 해고·손해배상 청구, 차별에 시달려야 했다.

2011년 5월23일 현대차는 “유성기업 생산직 평균연봉은 7천15만원”이며 “유성기업 파업으로 투싼·싼타페 제조라인 스톱”이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같은날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연봉 7천만원 받는 회사가 파업하면 국민이 납득하지 못한다”고 발언했다. 이튿날인 5월24일 전격적으로 경찰력이 투입된 후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현대차 관계자로부터 치하 전화를 받았다는 사실을 언론에 숨기지 않았다. 5월26일 이채필 당시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유성기업 파업은 명백한 불법”이라고 밝혔고, 5월30일 이명박 대통령은 “기업 한 곳의 파업으로 전체 산업을 뒤흔들려는 시도는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2012년 국정감사를 통해 노조파괴를 기획한 창조컨설팅 전략회의 실상이 폭로됐고, 검찰 수사자료를 통해 현대차 개입사실도 드러났다. 그러나 창조컨설팅 대표노무사 심종두는 최근 새로운 노무법인을 통해 공식 복귀했고, 현대차의 노조파괴 개입사실에 대해 검찰도 법원도 침묵했다. 유성기업의 어용노조는 올해 4월14일 법원으로부터 설립무효 판결을 받았지만, 노동부는 5월3일 이름만 바꾼 어용노조에 다시 설립신고증을 교부했다.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와 공권력의 불법적 행사는 밝혀내기도 어렵고 설령 밝혀진다 해도 처벌받지 않는다. 노조파괴 주범인 현대차와 유성기업 사용자를 처벌하지 않고서 ‘법과 질서’를 운운하지 말라.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laboryun@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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