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우여곡절 끝에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올해보다 7.3% 인상된 6천470원이다. 최저임금 결정방식과 그 이후 반응이 흥미롭다. 왜냐하면 올해도 지난해, 그 이전과 똑같이 공익위원들이 일방적으로 최저임금을 결정한 데다, 결과에 대해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크게 불만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런 반응은 곧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뉴스에서 사라질 것이다.

최저임금은 매우 중요하다. 300만명에 육박하는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제도의 적용을 받는다. 노사가 최저임금 인상률을 기초로 임금협약을 체결하는 곳도 적지 않다. 참고로 춘천시 시내버스를 운행하는 노동자들의 시급은 최근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는데도 최저임금 수준을 겨우 벗어났다. “최저임금 인상률은 지켜야죠.” 노조 위원장의 말끝에서 최저임금이 노동현장에서 갖는 무게를 느낄 수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 논의가 중요해지는 것이 바람직한 것일까. 6·7월 최저임금 결정 과정은 흡사 우리나라 전체의 임금협상 기간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다. 노동과 임금에 대한 관심을 불러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노동에 관한 많은 문제가 최저임금으로 가려지는 부정적인 측면도 크다. 요컨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은 “그저 최저임금 수준 노동자들을 보호하자”는 취지 그 이하로 변질되고 말았다고 평가하고 싶다.

최저임금 문제가 강조되는 이유는 그만큼 이를 보완하거나 대체할 제도가 충분하지 않은 데 있다. 만약 최저임금을 적용받는 노동자가 거의 없다면, 최저임금 수준이 시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정도라면, 노동자를 위한 복지와 사회안전망이 충분하다면 최저임금 문제가 이처럼 논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매달릴 곳이 최저임금 말고는 달리 없는 현실의 반영이 아니겠는가.

최저임금 개선방안만큼 많이 연구된 주제도 없는 듯하다. 매년 2개월 동안 모든 매체가 수차례 토론을 벌이는가 하면 관련한 전문적인 글이 쏟아진다. 선진 각국의 최저임금 수준과 결정방식 소개도 단골 메뉴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주 의회는 향후 6년에 걸쳐 최저임금을 시간당 15달러로 인상하는 법안을 승인했다”(한국노동연구원)는 정도의 정보는 우리나라 임금노동자들에게 상식이 됐다.

그럼에도 수년간 제기된 문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 전원이 사퇴하면서 저항했다. 문제의 중심에는 아마도 최저임금 결정주체(공간)가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최근에는 “국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도록 하자”는 의견도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다. 의회가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입법례도 적지 않다. 현재보다는 분명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게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노사 자치라는 최저임금 결정의 기본 정신을 흩트린다. 노사 당사자의 문제를 또다시 제3자인 국회에 맡길 수는 없지 않는가. 입법은 그야말로 최소한이어야 한다.

현재의 최저임금위 위상을 제고하고 결과의 신뢰를 담보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야 한다. 첫째 사회적 대화의 기본 틀은 유지하고, 둘째 고용노동부 간섭을 벗어나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셋째 공익위원 자격 및 추천요건을 수년간 정부와 기업이 발주하는 사업에 관여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전체 노동자 임금결정의 기초가 되는 최저임금 제도의 위력에 걸맞아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할 수 있는 대안으로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서 최저임금을 논의하는 것은 어떨까. 지금 모습의 노사정위가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개 정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공식적인 사회적 대화기구라는 점은 분명하다. 조금만 손을 본다면 노사정위만 한 곳이 또 어디 있겠나. 그렇게 되면 노사정위 위상도 자연스레 복원되지 않겠나.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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