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화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징역 5년….”

“5”라는 한 음절이 법정 내부에 흩어질 때, 그 공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이 단 한 음절을 일시에 빨아들일 기세로 일제히 깊은 탄식을 뱉어 냈다.

“조용히 하시오! 정숙하시오!”

재판장의 이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 대한 선고는 서둘러 끝이 났다. 어떤 이는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의 결과라고도 하고, 어떤 이는 엄정한 법 집행이라고도 할 것이다.

“동지들이 무죄라고 생각하면 나는 무죄요. 주저앉고 말 것인가, 새로운 투쟁을 준비할 것인가 선택하시오!”

공판이 종결되던 날, 재판장은 위원장에게 노동조합운동에 투신하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처음 공장에 들어갔을 때, 그 시절 회사 관리자는 노동자의 조인트를 깠습니다. 그것이 너무 이상했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직장인이 된 이후 노동조합에 있는 동안 노동조합 소속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그는 수많은 ‘반대와 보장’에 앞장서야 했을 것이다. "조인트를 보호하고, 정리해고를 반대하며, 죽어 가는 정리해고자들의 복직을 보장하라"는 또 다른 이름표와도 같은 것이었다.

2015년 한 해 동안 박근혜 정부에 의해 노동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추진된 노동시장 구조개악 문제는 ‘최저임금 1만원’과 함께 민주노총의 주요 과제 중 하나였다. 그와 민주노총은 쉬운 해고, 파견직 확대, 노동조합의 정당한 개입조차 불허하는 성과연봉제 등 임금체계 개편 도입에 맞서 지난해 11월14일 정부의 ‘일방통행’에 끼어들었다. 무언가에 대한 계속된 ‘반대’는 그의 인생에 있어 유행과는 무관한 ‘작업복’이었을 것이다. 1심 판결 결과를 듣고도 역시 그다지 변한 것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지난 18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하반기 주요 고용노동정책을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민주노총의 20일 파업과 금속노조의 22일부터 23일까지 1박2일 상경투쟁’에 대해 고임금 업종인 대기업·공공기관 정규직 노조들이 중심이 됐다고 보고, 소기업·협력업체를 배려하는 노동운동이 필요하다고 평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청년일자리 창출의 최대 장애물은 조직된 정규직 노동자"라고 말하고 싶은 듯하다. 지금껏 그래 왔듯이 다시 한 번 "정부는 틀렸다"고 말해야 하는 시점이다.

항소심을 담당할 변호인들에게 1심 판결은 새로운 과제를 안겼다. 1심 판결은 정당하지 않다. 마찬가지로 민주노총은 지난해 11월14일 이후 새로운 싸움을 준비해야 할 시점인 듯하다.

여러모로 검사의 공소장과 법원의 1심 판결문에 첨부된 범죄일람표에 적힌 피해 경찰관 수와 손괴 피해액은 변호인에게나, 민주노총 위원장에게나, 무엇이든 반대하는 모든 이들에게나, 종료된 행위 결과가 아니다. ‘징역 5년’이라는 벽은 넘어서야 하는 새로운 출발점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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