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재 공인노무사(법무법인 시민)

최저임금은 이땅에서 일하는 모든 노동자에게 적용돼야 합니다. 그런데 유독 택시노동자들에게만 최저임금법이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적용되고 있어 실제로는 최저임금법이 전혀 적용되지 않고 있는 것과 다름없는 현실을 고발하고자 합니다.

택시노동자들의 임금은 사용자로부터 고정적으로 받은 급여와 운송수입금에서 사납금을 회사에 납부하고 남은 운송수입금(통상 초과수입이라고 함)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택시노동자들은 1일 12시간씩 2교대로 26일 근무하거나, 격일제(1일 24시간 근무 후 다음날 비번)로 13일 근무를 하고서 택시회사로부터 받는 임금이 월 30만원이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렇게 고정급여를 적게 받아도 법원은 고정급과 초과수입의 합이 월 최저임금을 넘기 때문에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정으로 택시노동자들의 월 고정수입은 매우 낮을 뿐만 아니라 들쭉날쭉해서 생활이 매우 불안정했습니다. 초과수입을 벌기 위해서 과속·교통신호 무시 등 난폭운전을 함에 따라 교통사고도 빈발했을 뿐만 아니라 승차거부·합승과 같은 사회적 문제까지 야기했습니다.

이러한 택시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점을 개선해 택시노동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국회가 나섰습니다.

2007년 11월23일 국회는 188명의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184인의 찬성, 4명 기권이라는 사실상 만장일치로 ‘생산고에 따른 임금’ 즉 초과수입을 최저임금의 산입범위에서 제외하도록 한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개정안은 대도시는 2009년 7월1일부터, 중소도시는 2010년 7월1일부터 시행하기로 했습니다.

법개정 취지는 고정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높여 택시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삶을 보장하는데 있습니다.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2010년에는 최저시급이 4천110원이므로 택시노동자들은 택시 사업주로부터 고정급만으로 최소 85만8천990원(최저시급 4천110원×월 209시간)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2010년 7월1일 중소도시에서 개정안이 시행되자 택시 사업주들은 기발한 방법을 고안해 냅니다.

‘최저시급×근로시간=고정급’으로 계산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기존의 월 고정급 임금을 최저시급으로 나누어 나온 값을 소정근로시간으로 본 것입니다. 종전에 월 고정급으로 30만원을 지급했다면 이를 2010년도 최저시급 4천110원으로 나눠 나온 값을 월 소정근로시간으로 정한 것입니다. 그래서 택시노동자들의 월 소정근로시간(주휴일 포함)을 72시간으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최저임금이 매년 오를 때마다 기존의 고정급 30만원을 최저시급으로 나누어 소정근로시간만 줄이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사용자가 이런 요술을 부리면서 동원한 법조항은 근로기준법 제58조(근로시간 계산의 특례) 제1항 ‘사업장 밖에서 근로를 해서 근로시간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소정근로시간을 근로한 것으로 본다’와 제2항 ‘노동자 대표와의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에는 그 합의에 정하는 시간을 그 업무의 수행에 통상 필요한 시간으로 본다’라는 규정, 동법 제2조(정의) ‘소정근로시간이란 노동자와 사용자 사이에 정한 근로시간을 말한다’입니다.

택시노동자들은 사업장 밖에서 근무를 하기 때문에 노사 간에 합의한 시간을 근무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소정근로시간을 노사 간에 몇 시간으로 정하든 법정한도(일반 사업장 기준 1일 8시간, 1주 40시간)를 초과하지 않는 한 언제나 유효하다는 법 규정을 그 근거로 삼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국 각지의 택시노동자들은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릅니다.

법원의 판결은 일치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용자측 논리를 그대로 인용해 노사 간에 정한 시간에 대해서만 임금을 지급해도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결한 법원이 있습니다. 반면 실제 근로시간의 단축 없이 형식적인 소정근로시간(임금을 지급하는 시간)만을 대폭 축소해 그 시간에 대해 최저시급을 지급하는 것은 무효라고 판결한 법원도 있습니다. 현재 이 사건들은 각각 대법원에 상고가 돼 있는데, 3년이 경과한 현재까지 판결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최저시급이 인상되더라도 택시 사업주들이 막 휘두르는 요술방망이가 최저임금법 위반이 아니라면 택시노동자들은 여전히 월 30만원의 고정급을 받게 돼 최저임금법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게 됩니다.

기막힌 택시노동자들의 현실을 보면서 정태춘님의 ‘아 대한민국’의 한 소절로 글을 맺습니다.

‘기름진 음식과 술이 넘치는 이 땅, 최저임금도 받지 못해 싸우다가 쫓겨난 힘없는 공순이들은 말고, 하룻밤 향락의 화대로 일천만원씩이나 뿌려대는 저 재벌의 아들과 함께, 우린 모두 풍요롭게 살고 있지 않나, 우린 모두 만족하게 살고 있지 않나 아∼ 대한민국 아∼ 저들의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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