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우리나라 전통 제조업 노동자들이 대규모 저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일은 조선업종노조연대가, 22일에는 금속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조선업종 총파업에는 현대중공업노조 등 다섯 개 사업장에서 3만여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15만명의 조합원을 거느린 금속노조도 쟁의행위 찬반투표가 86.3%의 찬성으로 가결돼 22일 전국적인 총파업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총파업은 우리나라 제조업을 이끌어 왔던 자동차와 조선업종의 노동자들이 대규모 총파업에 나선다는 점에서 주목을 끌기에 충분하다. 특히 노동운동 역사의 상징인 현대중공업노조와 현대차지부가 동시에 파업에 참여한다는 점도 관심거리다. 총파업이 성사되면, 최근 몇 년 동안에 볼 수 없었던 노동계 최대 규모의 총파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파업은 정부와 사용자의 실패한 노동정책에 대한 저항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리고 금속노조의 연대성을 확인하는 의미도 있다. 그런데 파업 이후가 걱정이다. 총파업이 일회성 보여 주기 식 행사에 그치거나 개별 기업의 교섭력만 높여서는 곤란하다. 총파업을 계기로 기업별 교섭이 산별노조의 조직성과로 이어져야 한다.

조선업종의 파업은 지난해 조직된 조선업종노조연대가 주도하고 있다. 노조연대는 정보를 공유하고 공동행동을 조직하는 정도의 느슨한 연대활동에 머물고 있다. 노조연대에 참여하고 있는 노조는 기업별노조가 다수다. 삼성중공업은 노조가 아니라 노사협의회 상태다. 조선업종 노조는 2000년대 중반 산별노조 전환에 소극적이었다. 당시 조선업종은 호황기를 맞으면서 산별노조보다는 기업별노조라는 틀에 안주했다. 현대중공업노조는 스스로 금속연맹을 탈퇴하는 행동을 보였으며, 대우조선노조도 금속노조로 조직을 변경하지 못했다. 게다가 조선업종 노조는 해양플랜트가 호황을 누리던 시기에 대규모 비정규직 채용을 용인했다. 심지어 직접생산공장에 버젓이 하도급이 들어오는 것까지 용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 결과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5배나 되는 규모로 커졌다. 현재 조선업종 위기에서 최대 피해자인 비정규직을 당시 노조가 막아 내지 못한 부분은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결과는 노조가 기업별노조 형태에 안주한 탓이 크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자동차 업종은 금속노조에 가입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산별노조의 교섭력에 힘을 보태는 데는 실패했다. 금속노조 중앙교섭은 최대 조직력을 가진 완성차지부가 빠지면서 의미가 퇴색됐다. 중앙교섭은 매년 조직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2009년에 중앙교섭에 참여하기로 약속까지 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자동차업종 역시 기업별 교섭체계에 안주하게 되면서 산업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부품업체에 대한 불공정 행위에 대한 견제를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완성차와 부품사의 임금격차는 2배에서 3배까지 벌어졌다. 이런 문제 역시 산별교섭체계를 완성하지 못한 문제에서 비롯된 결과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총파업을 주도하는 현대차지부 집행부는 산별노조 가입을 성사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산별교섭체계에 대한 의지는 분명해 보인다. 기존의 중앙교섭 틀을 깨고 그룹사공동교섭을 제안한 것도 산별교섭에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번 총파업은 단순히 정부의 임금피크제를 막고, 조선업종의 구조조정을 막아 내는 선에서 끝낼 일이 아니다. 총파업은 산별노조로 조직력을 모아 낼 수 있는 기회다. 산별노조체계를 갖추는 것이 노조의 위기대처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앞으로 전통 제조산업의 위기는 상시적으로 진행될 것이다. 지금은 조선업종이 최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자동차도 구조조정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대비해야 한다. 조선업종 구조조정 과정에서 확인했듯이 위기는 개별 사업장보다는 산업 전체 위기로 이어질 것이다. 산업의 위기에 대응하려면 기업별노조체제보다는 산별노조체계가 강력하고 효율적이다. 산별교섭체계는 노조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와 사용자에게도 단점보다는 장점이 크다. 중앙집중식 교섭체계가 전달체계의 효율성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총파업으로 조선과 자동차업종이 산별교섭체계의 틀을 갖추는 디딤돌을 놓길 바란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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