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던 대로 한국에 사드가 배치되기로 결정됐다. 단 행정부 차원에서. 경북 성주군에서는 군수를 비롯한 전 군민이 사드 배치에 반대해 투쟁으로 떨쳐나서고 있다. 일부 주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사진을 떼어 내고 있다. 이에 국방장관이 현지를 방문해 주민들에게 직접 이해를 구하느라 애를 쓰고 있다. 성주 사드배치는 주민들의 투쟁으로 저지될 것인가. 대구경북(TK) 주민들은 지금 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얼마 전 숙원사업인 밀양 신공항 건설 약속을 김해공항 확장으로 폐기하더니, 대구 인근 군 공항을 시 외곽으로 이전한다며 민심을 챙기더니, 이번에는 성주에 사드 시설을 도입한다고 하니까. 이러다 보니 사회 일각에서는 이 정도면 ‘박근혜 퇴진’을 넘어 ‘박근혜 타도’를 주장해야 한다는 격앙된 목소리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이 지점에서 필자는 제도언론과 다른 생각을 한다. 사드는 누가 성주에 배치하기로 결정했는가. 박근혜 대통령일까, 한민구 국방장관일까? 그들이 결코 아니다. 그러면 누구인가. 주한미군 사령관일 수도 있고, 미 국방장관일 수도 있고, 미 대통령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 제도언론은 대단히 헛짚고 있는 것이다. 사드는 철두철미 미국의 이해를 위해 미국이 배치하고 있다. 누구의 땅에? 우리의 땅에!

그들은 왜 이 땅에 사드를 배치하는가. 제도언론은 사드는 공격용이 아니라 100% 방어용이라고 한다. 그 말을 믿을 수 있는가. 북쪽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레이더로 탐지하고 미사일로 요격하는 것은 분명하다. 100% 요격·격추할 수 있는가. 그렇게 요격한 다음 아무것도 안 하고 구경만 할 것인가. 또 날아올 텐데. 그렇게 또 날아오지 않게 하려면 발사 원점을 타격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 순수하게 방어만 한다? 2차 대전에 패배한 일본처럼 전수방어? 그렇다면 그야말로 문제다. 옛 전법에도 공격이 최상의 방어라는 말도 있다.

또 오로지 북한 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는데, 요격하는 데는 북한 미사일만 가능한지 모르지만 탐지하는 데는 중국과 러시아까지 가능하다. 그들의 움직임을 탐지해서 원점을 타격할 생각은 없다는 말인데, 그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북한 미사일이 포항·울산·부산 등 한반도 남쪽을 공격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해서, 미 증원군이 도착할 곳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는데, 전쟁이 일어난다면 미 증원군이 지상으로 한반도에 오기 전에 공중전으로 전쟁이 결판나지 않을까. 그런데도 속전속결에는 소용이 없고 전쟁이 판가름 난 다음에나 도착할 군대를 보호하기 위해서 사드를 배치한다고? 북한·러시아·중국이 그토록 완강히 반대하고 남한 국민 대다수도 반대하고 있는 사드를, TK 주민들의 민심이반을 각오해야 할 경북 성주에 배치한다고? 과연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는가. 오바마는 흑인 대통령이니까 백인처럼 거짓말을 밥 먹듯 하지 않으니까 그의 말을 믿어도 될까.

사드는 우리나라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배치된다는 것을 저들도 본의 아니게 실토했다. 어느 미군을 보호하겠다는 것인가. 주한 미군도 아니라고 한다. 주한미군을 보호하려면 주한미군 기지가 집중적으로 설치되고 있는 평택을 보호해야 하는데, 성주에 기지를 설치해서는 평택을 향해 날아오는 북한 미사일을 사드로 요격할 수 없다고 한다. 장영근 항공대 교수가 진행한 시뮬레이션 결과다. 그렇다면 사드는 결국 오키나와건 괌이건 한반도 바깥에 있는 미군과 시설을 보호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경북 성주에 사드 기지를 설치하기로 한 이유는 그것이 아니라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게 아니라면 성주 사드는 북한발 미사일 요격을 위해서가 아니라 북한만이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을 비롯한 공군 활동을 탐지하고 유사시 이를 제압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오바마 같은 착한 대통령이 그런 거짓말과 나쁜 짓을 할 리 있을까. 우리는 박근혜 정권에 대해서는 쉽게 분노하고 비난한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에 대해서는 그런 비난과 분노를 잘 보내지 않는다. 그는 검은 얼굴을 한 만델라 대통령처럼 착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사드 한반도 배치 문제는 누가 추진했는가. 박근혜 정권이 아니라 오바마 정권이다. 사드를 운용하는 것은 미국이고, 탐지 후 요격을 결정하는 것도 미군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미국 대통령이다. 오바마는 대통령이 된 후 뚜렷한 치적도 없이 노벨평화상을 받았다. 전쟁을 확대하지 말라는 뜻일 게다. 그런데 그는 뭇 사람들의 이런 기대를 배반하고 부시가 개시한 전쟁노선을 계승했다. 그는 부시를 머리가 나쁘다고 비판했지만 추구하는 목적과 목표가 잘못됐다고 비판하지 않았다. 그는 오사마 빈 라덴을 죽이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계속했다. 나아가 리비아 침공, 시리아 침공 등 침략전쟁을 지휘했다. 그리고 '아시아 재균형(Pivot to Asia)'이라는 이름으로 동아시아에 군비를 증강하고 전쟁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사드 배치는 그 일환이다. 2010년 한반도를 전쟁 직전으로 몰아간 천안함 사건 당시 미국 대통령도 오바마다. 오바마는 만델라의 얼굴을 한 부시다. 최근 그는 댈러스 경찰관 피격사건 희생자 추모식에 참석, 부시와 손을 맞잡고 함께 애도했다. 화합·통합·치유의 이름으로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고 외치는 흑인들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서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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