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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억울

시골집 개 복슬이다. 엄마 친구다. 간식 잔뜩 사 들고 내려온 아들 등을 때리며 타박하던 엄마는 당신 몫 아이스크림을 손에 덜어 내밀었다. 복슬이가 남김없이 핥았다. 활짝 엄마가 웃었다. 너른 마당 잔디밭을 뛰고 구르다 배고프면 밥그릇에 얼굴 파묻고 부스럭거리다 그늘 찾아 한숨 늘어지게 잔다. 개 팔자가 나쁘지 않다. 십수명이 한자리 모여 가족사진을 찍었는데 아차, 복슬이를 빼먹었다. 가족들은 모두 그 점을 안타깝게 여겼다. 다음을 기약했다. 풍산개 복슬이는 우리 가족이다. 술만 마시면 3단 변신해가며 주사를 부리던 친구를 두고 개가 됐다고 놀려먹었는데, 이제 와 생각하니 잘못이다. 개는 친구에게 살갑다. 취해서 누군가를 때리거나 무언가를 부수지도 않는다. 대개 사람에게 충직하다. 충직하지 않은 공복 누군가가 사람들을 먹고살게만 해주면 된다며 개돼지 취급해 공분을 샀다. 사람이 개를 문 격이니 뉴스가 됐다. 말하는 개돼지들이 멍멍꿀꿀 자조 섞인 울음을 토해냈다. 개탄했다. 개XX라는 욕을 돌려줬다. 엄마 친구 복슬이는 사료 말고도 우리 가족의 관심과 애정을 먹고 산다. 가족들 아픔에 공감할 줄도 안다. 개가 아니라 개만도 못한 이들이 문제다. 많지는 않을 거라 믿고 싶으니 한 1%쯤. 개는 억울하다. 온갖 나쁜 말 앞에 붙는다. 본래 뜻이 개(犬)가 아닌 경우도 많다. 개 새끼는 얼마나 사랑스럽던가. 개억울하다고 요즘 친구들은 말한다. 복슬아 이리온. 혈세 도둑이 저기 많다. 멍멍 짖어라. 발도 들이지 못하게 으르렁, 숨겨둔 네 강인한 이빨을 보여주거라.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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