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바야흐로 변화의 시기라고들 한다. 지난 1주일 사이에도 커다란 사건들은 이어지지 않았나. 영국의 새로운 총리 등장, 네덜란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 결정은 유럽과 아시아의 지도를 새로 그리게 할 것이다. 성주에 배치될 사드는 앞으로 동아시아 국제관계를 이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화시킬 게 확실하다.

외부로 나타나는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내적 불안이 외부로 드러난 것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성장이 한계에 달했다고 평가되는 요즘, 각자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할 수 있느냐”는 기초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에 분주하다. 세상은 빠르게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선 게 분명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모습에서는 답을 찾아가는 적극적이고 창조적인(크리에이티브)인 모습은 찾기 어렵다. 언론과 국방, 그리고 노동 각 분야가 40여년 전의 틀로 빠르게 회귀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이제는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먼저 의제를 정하고 이끌어 나가야 한다. 다행히 이번 국회에서는 노동자들과 시민들의 지지를 얻고 이들을 대변하겠다고 약속한 많은 의원들이 국회를 구성하고 있기도 하다.

13일 국회에서 있었던 “근로자이사제(노동이사제) 도입쟁점과 전망”이 이러한 여망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용득·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노총과 서울시가 후원한 토론회였다. 노동계에서나 주장되는 다소 생소한 주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의외로 많은 시민과 노동자들이 객석을 가득 채웠다. 변화에 대한 열망이 있었다. 아마도 두 국회의원의 지난 이력을 믿고 이들에게 거는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반영이 아니겠는가.

토론 발제는 이 분야 권위자인 박태주 박사가 맡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박태주 박사는 서울시 노사정서울모델협의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2014년 11월24일 서울시는 투자출연기관에서 이사회 참여를 보장하는 '노동이사제도'와 노사가 참여하는 '경영협의회'를 설치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상반기에도 투자출연기관 노사의견을 수렴하는 등 제도화를 위한 준비를 꾸준히 해 왔다. 그리고 10월 드디어 그 시행을 앞두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노동자의 경영참여 이상으로 공장 정문 앞에서 막혀 버린 민주주의를 공장 안까지 불러들이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며 “노사 상호이익을 실현하고 기업경영에서 투명성과 효율성·공공성을 실현해서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라고 그 취지를 소개했다.

토론 중에는 유럽의 노동이사제가 우리나라에 도입하기에 부적절하다는 반론도 있었다. 얼마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밝힌 의견과도 유사한 취지다. 반론에서 인용한 유럽의 상황, 특히 독일 공동결정제도에 대한 사실확인이 필요한 부분들이다. 어쨌든 들으면 들을수록 만만치 않은 내용임은 분명하다.

단순하게 돌아가 보자. 노동이사제 도입에 필요한 많은 근거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권한”과 “책임” 구조는 시대와 장소를 뛰어넘는다. 양자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근대 시민법의 대원칙이기도 하다. 권한을 주지도 않고 어찌 책임을 물을 수 있겠는가. 의사를 공동으로 결정하고 경영에 참여하도록 허락한 후에나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지 않겠나.

토론을 통한 다양한 의견을 조율하면 위법과 불법의 소지도 크게 줄일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그렇게나 많은 위법 지적이 있었지만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확대 도입과정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힌 이사가 있다는 소리는 듣지 못했다. 만약 노동이사제가 시행됐다면, 기초적인 노동법조차 무시하는 부끄러운 작태는 일어나지 않았지 않겠나.

성장이 한계에 달한 현재, “참여”는 저성장에 따른 임금의 정체를 메울 수 있는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노동의 보상에는 꼭 금전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게다가 노동자들의 경영참여는 어쩌면 우리가 전혀 기대하지 못한 크리에이티브한 더 큰 성장의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노동자만큼 회사를 잘 아는 이가 그 어디에 있는가. 특히 공공기관에서의 현재 경영진은 그야말로 낙하산 비전문가가 태반이 아니던가.

“노동자 목소리가 제도적으로 경영에 반영될 때 건강한 기업경영이 가능하다”는 강병원 의원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무엇보다 “불가능을 꿈꿀 때 미래의 변화가 가능하다”며 “노동이사제를 반드시 제도화하겠다”는 이용득 의원의 꿈이 아주 가까운 미래에 현실이 되길 소망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