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프랑스는 공공부문 노동자 해고가 극도로 제한돼 있어요.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계량화된 실적이나 성과평가 압박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최근 노조간부들이 많이 구속된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것 같아 많이 걱정됩니다.”

알랭 수투어(53·사진) 프랑스노동총동맹(CGT) 운수노조연맹 국제실장은 지난 12일 오후 서울 혜화동 카페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한국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성과연봉제·퇴출제에 대해 “저성과자 퇴출 같은 방식은 공공부문에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의 노조탄압과 관련해 “노조간부를 구속하는 정부는 민주적 정부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수투어 실장은 공공부문 운수노동자 출신이다. 프랑스 공기업인 파리교통공사(RATP) 버스운전사와 전차운전사로 근무한 경력이 있다. 현재 CGT 운수노조연맹뿐만 아니라 유럽운수노련(ETF) 집행위원과 국제운수노련(ITF) 도시교통위원회 부의장직을 맡고 있다.

- 프랑스도 '노동개혁안' 때문에 사회 갈등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노동개혁의 핵심 내용은 무엇인가.

"한국과 매우 유사한 상황이다. 프랑스는 진보정부, 한국은 보수정부인데 양쪽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매우 비슷하다. 양국 모두 철저히 기업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한다. 프랑스에서 국민 70% 이상이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국민 다수의 의견과 반대되는 내용의 법안을 강행한다. 일단 해고를 더 쉽게 만드는 내용이 있다. 정리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기업들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해 장기근속자를 우선 해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개악안에 담았다.

가장 위험한 부분은 산별협약을 무력화하는 내용이다. 프랑스의 산별협약 적용률은 98%에 육박하는데, 산별협약보다 기업별 단체협약을 우선 적용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업노조가 약하거나 소규모 사업장의 경우 사용자가 마음대로 노동조건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 법이 통과되면 노조가 약한 모든 사업장에서 착취가 심화될 것이다. 근로감독관의 권한을 축소하고 산업안전 기준을 낮추고 잔업수당 가산율을 줄이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프랑스는 현재 주당 노동시간이 35시간이다. 잔업수당 지급 임금을 줄이면 노동시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 노동개혁악에 노동조합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나.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와 파업을 벌이고 있다. 지난 3월9일 전국의 노동자들이 모여 시위를 했다. 이후 현재까지 10여차례의 대규모 전국 집회를 치렀다. 파리에서도 100만명 이상이 모였다. 정유공장·철도·항만 노조들도 파업에 가세해 에너지·운수·수송에 차질을 빚을 만큼 위력을 발휘했다.

이달 말 노동개악 법안이 통과된다고 해도 정부가 법을 공포하는 절차가 남았다. 그때까지 막아 내면 된다. 지난 2006년 투쟁을 통해 프랑스 정부가 강력하기 밀어붙였던 노동유연화 정책 입법을 막아 낸 승리의 기억이 있다. 26세 이하 취업자를 특별한 사유 없이 해고할 수 있도록 한 최초고용계약법(CPE)을 결국 철회시켰다. 이번에도 막아 낼 것이다.”

-시위대를 대하는 프랑스 정부의 태도는 어떤가.

“프랑스 정부는 한국과 같이 노조간부들을 잡아들여 구속·수감하는 수준은 아니지만 경찰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고 있다. 시위 도중 경찰이 시위대를 일부러 자극하고 충돌을 유도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집회 현장 통제를 이유로 참가자들의 짐을 뒤지는 등 검문을 시작했다. 35년 동안 집회를 다녔지만 이런 비정상적인 경우는 처음이다. 집회 참석을 어렵게 해 시위 규모를 축소하려는 시도다.

정부는 언론을 통해 노동법을 개혁하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체로 실패했다고 본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현재 노동자들의 권리를 하락시켜서 만들어 내는 일자리가 제대로 된 일자리일 리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는 노조와 대학생단체·고등학생단체까지 연대해 대응하고 있다.”

수투어 실장은 같은날 오전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조성덕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을 면회했다. 이번 방한기간 동안 교통네트워크·화물연대 운송본부·공공운수노조 지도부와 간담회를 진행하고 금천구 마을버스 투쟁 노동자들을 방문한다.

“국적은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가 같은 노동자라는 것이 중요하죠. 프랑스 노동자들과 한국 노동자들의 목표와 지향점은 같습니다. 우리는 노동개악을 반드시 막아 낼 겁니다. 한국 노동자들도 절대 포기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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