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아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

그 노동자는 약 13년간 근무했던 택시회사를 그만두고, 올해 초께 자영업을 시작했다. 얼마 전 만난 그는 회사 그만두고 나니 정말 마음은 편하다며, 한결 편안해진 얼굴로 웃고 있었다.

필자가 그를 처음 만난 것은 2011년 12월 말께 그가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하고, 법원에 부당해고재심판정취소 소송을 진행하는 과정에서였다. 그의 해고 소송은 노동위원회를 거쳐 1심·2심·3심에 이르러 대법원에서 부당해고라는 점을 확인받게 되기까지 2년4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2014년 중순께 회사에 복직하게 됐다.

그러나 위 택시노동자의 소송은 끝난 것이 아니었다. 회사는 그를 복직시키며 해고기간 임금 상당액으로 초과운송수입금 등을 배제한 채 기본급과 일부수당만 포함해 매월 80여만원씩으로만 계산한 금액을 지급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사납금제 사업장에서는 초과운송수입금 부분도 당연히 해고기간 임금상당액에 포함해 산정돼야 한다. 이에 그는 2년4개월여의 해고 소송이 끝난 후, 다시금 해고기간 임금상당액을 제대로 산정해 지급하라는 소송을 추가로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임금소송의 1심 판결이 1년8개월이 지난 올해 5월께에야 가까스로 선고됐다. 다행히 1심법원은 위 대법원 법리 등에 기초해 초과운송수입금 부분이 해고기간 임금에 포함돼야 함을 다시금 확인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선고되기 얼마 전, 그는 결국 회사를 그만뒀다. 어쩌면 회사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는지도 모르겠다.

택시노동자는 2011년 말 해고 이전에는 해당 사업장의 기업별노조(다수노조)에 대응해 민주노조를 만드는 것에 뜻을 같이한 다른 노동자들과 소수노조 활동을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회사와 긴장관계가 커지면서 다른 노조간부와 함께 해고됐다. 그러나 당시 소수노조를 함께하던 다른 노조간부는 이후 복직하지 않았다. 위 택시노동자만 2년4개월여의 소송 끝에 복직했다. 그러나 그 사이 소속 노조는 와해됐고, 동료들은 모두 떠나고 없었다. 어떻게든 다시금 민주노조를 만들어 보고자 그는 홀로 고군분투했다. 그러나 사측의 여러 탄압 속에서 그는 결국 노조 만드는 것을 포기하고 회사를 그만두는 것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노조활동을 시작하고, 그로 인해 해고되고, 복직한 후 다시금 노조를 만들고자 싸우다가, 사측의 탄압에 사직을 결정하기까지 5년간 그는 무척 고통스러웠을 것이다. 어느 개인의 인생에서 두 번은 경험하기 쉽지 않은 특별한 5년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택시사업장에서의 위와 같은 상황은 그리 특별한 일들이 아니다. 부당해고가 남발되고, 사납금제에 부수한 각종 부당임금 책정이 사실상 관행화돼 있고, 친회사 성향 노조가 아니면 여러 탄압조치가 자행된다. 일부 택시회사들은 회사에 문제제기하는 노동자들을 계속 근무하게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부당하게 해고라도 하고, 소송기간이 다 지날 때까지 2~3년 정도를 복직시키지 않으며 해당 노동자가 지쳐 그만두게 하는 것이 회사운영에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안타깝지만 그의 지난 5년은 사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인 셈이다.

회사를 그만두고 얼마 전 봤던 그의 웃는 얼굴이 이전보다 한결 편해 보였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의 웃음은 힘들었던 지난 5년을 반증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씁쓸했다. 그래도 지금처럼 다시 웃게 된 것만은 실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는 아직도 회사가 고발한 사건의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있다. 해고기간 임금사건 역시 사측이 항소한 상태다. 언제쯤이나 돼야 회사와 엮인 모든 사건들이 정리되고 그가 편안해질 수 있을까. 필자가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별것 없다. 그의 마지막 싸움이 될 수도 있는 해고기간 임금 사건은 필히 이겨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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