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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이 문제, 우산은 무죄
서울중앙지법 5번 법정 출입구가 꽉 막혀 시끄럽다. 우산이 문제다. 길고 뾰족한 그것은 흉기가 될 수 있다고 그곳 경비노동자가 단호한 말투로 알렸다. 보안문 옆에 번호표 매단 흉기가 잔뜩 쌓였다. 법정은 눈 빨간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탄식이 곧 쏟아졌다. 입 앙다문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오는데, 우산 찾는 일이 더뎠다. 줄이 길었고 줄지를 않았다. 어두운 계단에 갇혀 오도 가도 못해 분통 터진 사람들 목소리가 높았다. 혼란이 길었다. 참다못한 사람들이 우산을 싸 들고 복도에 풀었다. 체증이 풀렸다. 엄숙하던 법원 복도가 잠시 땡처리 난전 꼴이었지만 사람들 그 와중에 질서를 찾았다. 문밖엔 여전히 구름 짙었고, 기약 없이 비가 쏟아졌다. 우산이 필요했다. 카메라 앞에 선 사람들이 눈물과 분노를 쏟아 냈다. 총파업 싸움을 예고했다. 우산 펴 들고 터벅터벅 길을 나섰다. 엄브렐라 유니온(Umbrella union), 노동조합총연맹을 가리키는 영어 표현이다. 지난 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빨간 우산을 펴 들고 행진했다. 쉬운 해고에 맞선 최선의 선택은 노동조합이라고 거기 적었다. 큰비에 우산을 겨우 챙겼는데, 물폭탄이 쏟아진다. 머리를 겨냥한 직사 물대포는 또 어찌 견디나. 우산은 종종 무력하다. 문제다. 갈기갈기 찢긴 우산은 삐죽 날카롭고 흉측하다. 과연 치명적인 흉기로도 쓰일 만하다. 과연 우산이 문제다.

정기훈  photo@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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