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별관회의는 비공식 회의다. 논의 안건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으므로, 문건의 출처가 불분명하고 논의안건인지 여부도 확인하기 어렵다.”

지난 4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 문건을 외부에 공개하자 금융위원회가 내놓은 해명이다. 문건은 “분식회계 의혹”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관련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문건에는 “대우조선에 5조원 이상의 부실이 현재화돼 사실관계를 규명하기 위한 감리가 필요하다는 문제제기”라거나 “대우조선 정상화방안 발표(10월 말) 이후, 진행상황을 감안해 금감원이 대우조선 감리개시 여부를 결정해 추진”이라고 쓰여 있다.

문건이 맞다면 당시 서별관회의에 참석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은 대우조선의 분식회계 방조자가 된다. 어떻게든 4조2천억원의 자금지원책을 내놓기 위해 의도적으로 감리를 늦췄고, 결국 부실 규모가 커졌다는 비판을 살 수밖에 없다.

금융위는 허술한 논리로 문건의 존재 여부를 부인하고 있다. 문건 표지에는 "동 자료를 회의종료 후 회수할 예정이오니 협조해 주시기 바랍니다"고 적혀 있다. 외부에 노출돼서는 안 되는 자료가 나갔으니 금융위가 답답해하는 것을 이해할 만도 하다.

금융위의 말이 사실일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홍 의원이 문건을 조작했다고 하기에는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다. 내노라하는 경제관계 장관들을 욕 먹이기 위해 누군가 없는 문건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일이다.

금융위가 뻔히 들킬 거짓말을 하는 것은 사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부가 구조조정 자금 조성을 위해 내놓은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가 그렇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관계 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방안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서근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과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협의가 없었다”고 답했다.

구조조정과 관련한 정부의 금융정책이 밀실에서, 비공식적으로 결정되고 있다는 뜻이다. 최근 금융노조가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의 문제점을 다루는 국회 토론회를 벌였다. 전문가들은 금융안정협의회 신설을 주장했다. 정부가 구조조정에 투입하는 돈은 대부분 공적자금이니 민간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별관회의로 상징되는 불투명하고 일방적인 의사결정을 멈출 때라는 지적이 나왔다. '올바른 구조조정'을 두고 논의가 활발하다. 구조조정해야 할 1순위는 정부의 정책결정 방식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