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민간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해 기업 구조조정 문제를 논의하자는 제안이 나왔다.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와 서별관회의 논란을 일으킨 정부 금융정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경제학부)는 6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열린 ‘국책은행 자본확충펀드 전면 재검토를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회계제도 개혁과 관치금융 청산이 올바른 구조조정을 위한 과제”라며 이같이 밝혔다. 토론회는 금융노조와 더불어민주당 민병두·전해철·제윤경 의원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

"기름 떨어졌는데 윤활유 붓겠다고?"

발제를 맡은 전성인 교수는 조선·해운업이 맞은 위기를 사막을 달리는 자동차에 비유했다. 산업 침체로 업체들이 지급불능 상태에 빠져 있는데, 정책 초점이 엉뚱하게도 유동성 확보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전 교수는 “정부가 자본확충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것은 자동차 바퀴를 굴리는 기름이 떨어졌는데, 바퀴에 낀 모레를 떼기 위해 윤활유를 붓는 처방과 같다”며 “무리하게 보증을 끌어오려다 실정법을 여럿 위반한 정황도 포착된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설계한 자본확충펀드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첫 단계로 한국은행이 신용보증기금에 5천억원을 출연해야 한다. 그간 한국은행은 금융감독원이나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에 출연한 선례가 있지만 이는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금융위원회법)과 농어가목돈마련저축에 관한 법률(농어가저축법)을 근거로 했다. 전 교수는 “한국은행이 자신이 해주는 대출과 연계시키기 위해 기본 출연금의 수배에 달하는 돈을 출연한다는 것인데 신용보증기금법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며 “기업은행에 대출한 10조원을 특수목적법인에 재대출하게 하는 것도 은행법상 대주주 여신한도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천억원의 자금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서별관회의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일 공개한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지원방안’ 문건이 언급됐다.

전 교수는 “서별관회의 참석자들이 대우조선 정성화방안 발표 후 감리 개시 여부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분식회계를 ‘당분간 덮자’고 결정한 것과 같다”며 “민간은행은 안 올 것 같으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동원해 일단 돈을 부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발권력 대신 정부 재정으로 해결해야"

참석자들은 한국은행이 아닌 정부가 나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은 재정이 부담해야 한다는 원칙에는 이론이 있을 수 없다”며 “자본확충펀드를 공적자금관리 특별법상 공적자금으로 지정하고 국회의 통제와 감사원 감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성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도 “산업은행의 자본 늘리기는 한국은행을 통해서가 아니라 정부가 재정으로 해결할 일”이라며 “결국 구조조정 지연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피하고자 재정투입이 아닌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별관회의를 사실상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금융안정협의회 신설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전 교수는 “회동 자체를 금지할 수는 없으니 서별관회의가 의사결정을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국회가 정당 의석 비율에 따라 추천한 민간 전문가와 금융감독기구, 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이 참여하는 금융안정협의회 설립을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때”라고 제안했다.

김상조 소장은 "서별관회의는 권한과 책임의 괴리와 투명성과 책임성이 결여된 것이 문제"라며 "미국이 2008년 글로벌 위기 이후 거시건전성감독기구(금융안정협의체)를 법정화한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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