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임금협상이 결렬됐다. 지난해 임금·단체협상 쟁점이었던 통상임금·임금체계 문제가 올해 교섭에서도 쟁점을 이루고 있다. 임금피크제 확대시행 여부도 논란거리다.

박유기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은 5일 오후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열린 제14차 임금협상에서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박 지부장은 “지부 요구안에 대한 회사측 답변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교섭 결렬을 선언하겠다”고 말한 뒤 퇴장했다.

◇"더 달라" vs "더 깎자"=올해 임금협상은 지난해 임단협의 연장선에 있다. 지부 집행부는 바뀌었지만 쟁점은 그대로다. 핵심은 상여금과 통상임금이다. 지부는 기존 상여금 제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통상임금 산입범위에 상여금을 포함하자고 요구하고 있다. 통상임금 확대를 통한 임금인상 전략이다. 지부는 앞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달라”고 법원에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한 상태인데, 교섭과 투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반면 회사는 임금체계 개편을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지부 요구대로라면 비용부담이 크기 때문에 일부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회사는 정기상여금 일부를 기본급에 포함해 임금의 안정성을 높이면서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는 ‘신임금체계’ 방안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해 임단협에서 회사가 제시했던 안이다.

현재로서는 통상임금 쟁점에 대한 노사 의견접근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가장 중요한 노동조건인 임금에 대한 사안이어서 지부가 양보안을 내놓기 쉽지 않다. 더구나 박유기 집행부는 회사측의 신임금체계 방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당선됐다. 지부로서는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

임금피크제 확대시행 여부도 쟁점 중 하나다. 현대차는 만 59세에 기본급을 동결하고, 만 60세에 전년 기본급 대비 10%를 다시 줄이는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왔다. 회사는 임금삭감 폭을 훨씬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부 입장에서 보면 임금삭감이다.

노조활동을 둘러싼 노사갈등도 올해 교섭에서 무시 못할 변수 중 하나다. 회사측은 고용노동부의 ‘위법·불합리 단체협약 자율시정 권고’를 근거로 총 11개 단협 조항의 시정 또는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노동부가 지적한 위법한 단협 조항은 △유일교섭단체 인정 △비품 제공 △정년퇴직자·장기근속자 자녀 1인 채용시 우대 △업무상 사망시 직계가족 또는 배우자 1인 채용 △재직 중 사망시 직계자녀 1인 우선채용 조항이다.

노동부가 지적한 불합리한 단협 조항은 △정리해고 실시 후 노사합의 없이 하청 등 채용할 수 없음 △인력운영과 고용에 미치는 사항은 노사공동위원회를 구성해 심의·의결 △해외공장이라는 이유로 노조와 공동결정 없이 정리해고 실시 불가 △정리해고 대상자 노조와 공동결정 등이다.

노동부는 해당 조항이 회사 인사·경영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시정을 권고했다. 조합원 기득권을 과보호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정년퇴직자·장기근속자 자녀 1인 채용시 우대 조항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조항은 고용보장이나 노조활동에 대한 사안이다. 회사가 해당 조항의 개정을 밀어붙일 경우 지부는 이를 단협 개악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만큼 폭발적인 노사갈등을 내포한 사안이다.

◇13일 쟁의행위 찬반투표=올해 처음 시도된 ‘현대차그룹사 공동교섭’도 주요 변수 가운데 하나다. 현대차지부를 비롯한 금속노조 소속 현대차그룹사 지부·지회는 올해 “재벌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며 공동교섭을 추진했다. 하지만 회사측의 불참으로 지난달 21일 교섭이 결렬됐다. 임의교섭에 불과한 그룹사교섭이 결렬된 것만으로는 쟁의행위를 하기 힘들다. 지부가 임금협상과 그룹사교섭을 병행하는 이유다.

지부는 이날 임금협상 결렬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신청을 내는 등 합법적인 쟁의권 확보에 나섰다. 이달 11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쟁의발생을 결의하고 쟁의대책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이틀 뒤인 13일에는 조합원총회를 열고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다. 금속노조는 22~23일 서울에서 총파업 집회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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