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산업보건협회

최근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작업환경측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작업환경측정 종사자들이 과다한 업무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면서 측정 결과까지 부실해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측정 부실 책임을 사업주에게 묻기보다는 측정기관에 떠넘기면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대한산업보건협회가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을 맞아 5일 오전 서울 강남 코엑스 콘퍼런스룸에서 연 ‘근로자 건강보호를 위한 신뢰성 향상 방안’ 세미나에서 나온 얘기다. 이날 발제를 맡은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실장은 "작업환경측정 노동자들의 과다업무와 장시간 노동이 측정 결과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루 10시간 일해도 모자라”

조 실장은 “작업환경측정에만 최소 6시간이 걸리고 측정 전후 준비와 마무리, 보고서 작성시간까지 고려하면 하루 10시간을 일해도 모자라는 게 측정 노동자들이 놓인 환경”이라며 “이들에 대한 처우개선 없이는 측정 결과의 신뢰성을 높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산업위생학회가 2013년 941명의 작업환경측정 노동자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58.9%가 주 40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이 중 17.7%는 주당 연장근로시간이 12시간을 넘었다.

정부가 작업환경측정 신뢰성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했다. 조 실장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작업환경측정을 전문기관에 위탁하더라도 사업주 책임이 면책되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가 산업재해 사고 발생시 측정 부실 문제가 불거지면 측정기관에 책임을 물으면서 사실상 사업주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사업주가 작업환경측정시 측정기관에 정보를 은폐하거나 허위정보를 제공한 경우 강하게 처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그래야 신뢰성 높은 측정을 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작업환경측정, 화학물질 누출사고 막는 첩경

장규엽 아주대병원 건강증진센터 계장(산업위생관리기술사)은 이날 ‘공정별 화학적 유해인자 관리’ 발제에서 “유해물질을 다루는 사업장에서 작업환경측정만 정확하게 해도 화학물질 누출에 따른 산재사고를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계장은 최근 메틸알코올 누출로 인한 노동자 실명사건을 예로 들면서 “고용노동부 자료에 재해발생 원인 중 하나로 작업환경측정 미비 문제가 언급돼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업환경측정을 제대로 했다면 메틸알코올이 누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는데, 사건이 일어나기까지 감지하지 못한 것은 측정을 부실하게 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산업안전보건법 제42조는 화학물질 같은 유해물질을 다루는 사업주는 의무적으로 작업환경측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도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