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도 기타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지난해 의료공공성 후퇴 논란에 휩싸이고, 지나친 돈벌이 경영을 한다고 비판받은 병원들이 우수등급이나 양호등급인 A·B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돈벌이 병원에게 면죄부를 주는 경영평가는 무효"라고 반발했다.

4일 의료연대본부에 따르면 최근 국립대병원의 2015년도 경영평가에서 서울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이 A등급으로 평가됐다. 경북대병원·강원대병원 등 9개 국립대병원과 치과병원이 B등급을, 강릉원주대치과병원과 충북대병원이 C등급을 받았다. 최고등급인 S등급과 하위등급인 D·E등급을 받은 곳은 없었다.

의료연대본부는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의 경영평가 결과를 지적했다. 서울대병원은 지난해말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중증응급환자 진료를 위한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사실상 포기하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보건복지부와 마찰을 빚었다. 공공의료기관 역할을 저버렸다는 비판이 따가웠는데, 경영평가에서는 되레 우수등급을 받았다.

B등급을 받은 경북대병원은 지난해 수술용장갑을 저가로 교체하고, 단가 48원짜리 주사기를 20배 비싼 980원짜리로 바꾼 뒤 환자에게 주사기 비용을 부담시킨 사실이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주차관리 용역업체를 변경하면서 비정규 노동자들을 해고했다.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승계를 발주기관이 관리·감독하도록 한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위반이다.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응급실 과밀화지수가 182%나 되고 중증응급환자가 응급실에 머무는 시간이 20시간이나 되는 서울대병원이 효과적인 경영활동을 하는 게 맞느냐"며 "서울대병원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을 포기할 의사까지 밝혔다"고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공공의료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등 최소한의 정부 정책마저 무시하는 국립대병원들을 우수·양호 등급으로 평가하는 교육부 경영평가 기준이 무엇이냐"고 반문한 뒤 "의료공공성을 파괴하고 무분별하게 수익성을 추구하는 병원을 질타하기보단 돈벌이 병원에게 면죄부를 주는 교육부 경영평가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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