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30원, 올해 최저임금이다. 노동자들은 이걸로 밥해 먹고 옷 사 입는다. 집세도 내고, 아이들 용돈도 준다.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삶이요, 구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달 말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액수를 결정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서비스연맹(위원장 강규혁)과 공동기획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곧 삶의 질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지면을 마련했다.<편집자>


어떻게 월급이 10년 넘게 똑같을 수 있죠?
홈플러스 울산남구점 백은미씨

 

남매를 키우는 엄마이자 마트노동자입니다. 전업주부로 있다가 큰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작은아이가 1학년 되던 해 남편의 실직으로 직업전선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지금은 큰아이가 대학교 4학년이고, 작은아이는 군대에 가 있습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에 오면 살림에, 집안 대소사에 몸이 몇 개인지 모를 정도로 일하면서 보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점점 몸이 아파서 휴무일에는 한의원에 가서 침 맞고 어쩔 때는 병원 가서 링거 맞고 그래야 다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달에는 한 달 월급의 반이 병원비로 나갑니다.

그런데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한 달 월급 차이가 거의 없습니다. 처음에는 생활에 보탬이 되고자 일했는데 지금은 돈을 까먹고 있습니다. 누구는 “그러면 회사를 그만두면 되지” 하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게 쉽습니까? 버는 돈은 얼마 안 되지만 있던 걸 없앨 수도 없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합니다. 한창 아이 키울 때는 외식 한 번 덜하고 학원 하나 안 보내고 휴가 때도 당일치기로 다니면서 어떻게든 아끼면서 살아왔습니다. 이제는 몸이 말을 안 듣고 골병이 들어 병원비로 다 나갑니다.

어떻게 월급이 10년 넘게 계속 똑같은지 저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갑니다. 한없이 낭떠러지로 떠밀려 가는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도 부모 전철을 밟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에 무섭습니다. 이 사회가 그렇게 돌아가는 게 두렵습니다. 최저임금이 만원으로 오른다면 그래도 한 달에 200만원은 받게 되겠죠. 그럼 지금 하는 이 고민의 반 이상은 해결될 것 같습니다. 진짜 생각만 해도 기분 좋네요. 제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우리가 살 수 있게 도와주십시오. 우리는 너무 간절합니다.


 

 

올해는 제발 만원으로 최저임금 올려 주세요
홈플러스 울산남구점 김명숙씨


매년 최저임금 결정할 시기가 되면 저소득 노동자와 서민들은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고 하고 경영주들은 최저임금을 올리면 경제가 더 나빠지고, 고용률이 더 떨어진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난해에는 보지도 않던 <100분토론> <심야토론>까지 토론이란 토론은 다 봤습니다. 헌데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혼자 사는 40대 여성입니다. 최저임금으로 혼자 살아가기 빠듯합니다. 그렇다고 노후대비가 돼 가는 것도 아니고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빠 결혼·연애는 꿈도 꾸지 못합니다. 혹시 결혼이나 연애를 한다 하더라도 비정규직 천지인 대한민국에서 둘이 벌어 봤자…. 이러니 출산율도 계속 떨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해서라도 최저임금은 반드시 올려야 합니다. 최소한 아플 때 병원비 걱정 없이 병원에 가야 하지 않겠어요? 마트에서 근무하는 사람들, 일하는 데 지장 없으면 대부분 그냥 참고 일합니다. 집 없어 이곳저곳 옮기는 것도 버겁습니다.

미국·일본 등 여러 선진국들이 출산율을 높이려고 최저임금을 올린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건 다 미국이 좋다고 따라하면서 왜 최저임금은 따라하지 않는 걸까요. 올해는 제발 만원으로 최저임금 올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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