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제조업 생산공장에 가면 생산 노동자를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직접직과 간접직이다. 직접직은 제품의 생산과 직접 연관된 공정에서 일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다른 말로 하면, 직접직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사람이다. 간접직은 직접 생산을 지원하는 공정에 있는 노동자다. 자동차공장을 예로 들면, 철판을 자르고(프레스) 용접하고(차체) 색깔을 입히고(도장) 부품을 조립하는 일을 하는 노동자가 직접직이다. 간접직은 제품생산 정상 여부를 검사(품질검사)하고 부품이나 부자재를 공급(물류)하고 고장 난 설비를 수리하거나 정비(보전)하는 노동자다. 조선소도 마찬가지다. 배를 만들기 위해 철판을 자르고 구부리고 용접하는 노동자가 직접직이다. 간접직은 크레인을 운전하고, 장비를 고치는 사람이다.

작업장에서 직접직과 간접직의 갈등관계가 심화되는 양상을 보인다. 갈등의 원인은 임금 차이다. 직접직 노동자가 간접직보다 노동강도가 세지만, 연공급 임금체계에서는 임금 차이를 두지 못한다. 입사순으로 기본급이 결정되는 탓에 나이가 많은 간접직이 나이가 어린 직접직보다 임금이 많다. 노동강도가 약하고 임금이 많으니 노동자들은 자연스럽게 간접직을 선호한다. 연공급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발달한 것이 수당제도다. 직접직은 간접직보다 수당의 종류가 많고 금액도 많다. 자동차공장을 예로 들면, 의장컨베어수당·고열수당·소음수당·위험수당 등은 모두 직접직에만 해당한다. 이런 흐름은 다른 업종의 사업장도 마찬가지다. 조선업종에서도 직접직이 간접직보다 수당 종류가 많다. 이렇게 직접직만 수당이 많다보니 간접직도 불만이다. 임금교섭 때만 되면 간접직도 수당을 요구하지만, 교섭에서 풀리지 않는다. 직접직의 반대 때문이다. 직접직은 간접직에게 “직접직하고 자리를 바꾸자”고 한다. 이 한마디에 간접직은 목소리를 낮추고 만다.

수당이 적은 간접직은 노동시간을 늘려서 직접직과의 임금 차이를 메운다. 자동차공장의 도장공정에 가면 믹싱룸이라는 곳이 있다. 이곳은 도장공정에 도료를 공급하고 페인트를 뿌려 주는 기계를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여기서 일하는 노동자는 노동강도는 약하지만, 노동시간은 길다. 도료를 공급하는 일은 반복되는 일이 아니다. 2~3시간 단위로 간헐적으로 일한다. 대신, 도료를 공급하는 일은 24시간 계속 운영한다. 도료가 굳으면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12시간씩 맞교대를 한다. 주말에도 계속 일한다. 연장근로가 많아 직접직보다 임금도 더 많이 받는다. 조선에 가면 신호수라는 노동자가 있다. 신호수는 트랜스포터라는 운반차가 이동할 때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배치되는 사람이다. 신호수는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부담이 크지만, 노동강도는 약하다. 그런데 노동시간이 길어서 임금이 조선소 내에서 최고 수준이다. 노동시간이 긴 이유는 조선소의 작업공정 특성에 있다. 조선소는 블록(작업장에서는 김밥이라고 부른다)을 직영에서 생산하지만, 최근에는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외주화했다. 그러나 조립은 직영공장에서 해야 한다. 외주에서 제작된 블록을 도크로 이동하려면 신호수가 반드시 필요하다. 직영과 외주에서 제작된 블록을 모두 이동시켜야 하기 때문에 작업량이 많다. 물량이 많아서 주말에도 일한다. 이런 신호수는 작업자들이 선호하는 직무로 인식돼 있다. 일은 편하고 임금은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하루 종일 자전거를 타면 엉덩이가 아파서 힘들다”는 말로 자신의 고임금을 방어하기도 한다.

직접직과 간접직의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는 지금의 작업장을 둘러싼 임금제도와 근무형태가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말하고 싶어서다. 지금처럼 직접직과 간접직의 임금 차이를 교섭력으로 풀어 가는 방식도 지속가능하지 않아 보인다. 언제까지 ‘직접직과 바꾸자’는 식이나 ‘자전거 타느라 엉덩이가 아프다’는 식의 논리로 계속 싸울 텐가. 현장에서는 임금 공정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럴수록 직접직과 간접직의 차이를 제도적으로 풀어 낼 방안을 찾아야 한다. 노사관계 당사자가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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