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태우 기자

“다음과 같은 출판사 이름이 있다면 (인터넷서점의) 장바구니를 비운다.”

30일 오후 트위터에서 5천회 이상 리트윗되면서 트위터 이용자들의 관심을 받은 게시물이다. 트위터 이용자인 자애 레이니스(@ray****)씨가 불매를 요청하면서 언급한 ‘자음과모음, 네오픽션, 네오카툰, 꼼지락, 단숨, 이지북, 부엔리브로, 강같은평화, 이룸’ 등 9곳의 출판사는 최근 편집자 윤정기씨를 업무에서 배제해 논란이 된 출판사 자음과모음 계열사다.

중견출판사인 자음과모음은 슬라보예 지젝의 신간 ‘새로운 계급투쟁: 난민과 테러의 진정한 원인’을 최근 발간하는 등 다수의 진보성향 서적을 발간했다. 정은영 자음과모음 대표는 1993년 실천문학에서 문학 편집자로 활동한 이래 20년 넘게 문학서적을 출판했다. 그런데 회사 방침에 반발하는 직원들을 가혹하게 대했다.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 출판지부 조합원인 편집자 윤(30)씨는 2014년 5월 자음과모음에 입사했다. 윤 편집자는 같은해 9월 사옥 안에 CCTV를 설치하려는 회사에 반발하면서 갈등을 빚었다. 윤 편집자는 지부에 가입한 뒤 조합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3월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의 물류창고에 배치됐다. 그는 물류창고 발령이 부당하다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같은해 7월 124일 만에 편집자로 복귀했다.

하지만 복귀 이후 자음과모음이 아닌 계열사 이룸 출판사로 소속이 변경됐고, 개정증보판 교열업무를 맡았다. 윤 편집자가 교정을 맡은 책은 단 한 권도 발간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22일 출판업무와 무관한 사무실로 발령을 냈고 업무도 주지 않았다. 벽지가 뜯어진 허름하고 좁은 사무실이었다. 사측 관리자는 “어떻게 해야 널 죽여 버릴까 싶다”고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 같은 사실은 윤씨의 지인인 트위터 이용자 책은탁(@boo**)씨가 SNS에 폭로하며 알려졌다. 문인을 비롯해 누리꾼들까지 자음과모음을 성토하고 나섰다.

황인찬 시인은 “자음과모음에서 발간한 혁명과 더 나은 세상을 꿈꾸던 그 많은 인문도서들이 너무나 무색하고 궁색하다”고 지적했다. 윤 편집자의 원직복직을 요구하는 독자·저자·출판노동자의 공동성명을 받는 서명운동까지 벌어졌다. 출판사의 계간지에 작품을 내지 말아야 한다는 소설가들의 참여도 확산됐다.

결국 30일 자음과모음은 “무엇보다 그간 심적으로 고통을 겪었을 윤정기 님께 사과드린다”며 원직복직을 약속하는 내용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사건은 일단락된 듯 보이나 자음과모음이 예전 이미지를 회복하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다. 시대의 지성을 자부하는 출판사가 기호나 편견으로 노동자를 막대한 대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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