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챙겨 주질 않았으니 안전은 제 일이었다. 그 누구도 책임지질 않았으니 안전은 남 일이었다. 에어컨 수리하던 노동자는 안전장비가 없었다. 시간에 쫓겼고 실적압박에 떠밀렸다. 떨어졌고, 죽었다. 지켜 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어린 아들이 메모지에 적었다. 햄버거와 감자튀김 배달하던 알바노동자가 쫓기듯 도로를 내달렸다. 최소배달시간 20분이 그를 폭주로 내몰았다. 튕겨 나갔고, 죽었다. 지하철 안전문을 고치던 청년노동자는 미처 컵라면 먹을 시간이 없었다. 2인1조 수칙이 매뉴얼에 선명했지만 혼자였다. 흰 국화와 온갖 메모지 따위 흔적으로만 거기 남았다. 배 짓는 공장에서, 또 어디 집 짓는 현장에서 죽고 다치는 일이 우리의 일상이다. 공기단축, 비용절감 팔 박자 구호가 요란스럽다. 안전사회 건설을 향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의 여정은 좌초위기다. 돈 많이 쓴다고 트집 잡는다. 안전은 과연 남 일이었다. 안전제일, 온 데 흔한 저 오랜 구호가 ‘살려야 한다’, 언젠가의 비장한 구호만큼이나 헛말로 맴돈다. 매엠맴 여름 한 철 매미 소리다. 위험을 보는 것이 안전의 시작이라는 구호가 있다. 숱한 위험의 진창 밑바닥마다 돈이다. 돈만 보는 것이 위험의 시작이고 뿌리다. 땡전제일, 눈먼 자들의 나라에서 제일 가는 구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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