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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로 고객 편의를 칭하지 말라
▲ 김민수 청년유니온 위원장

나에게 서울역과 용산역 사이에 위치한 남영역의 이미지는 ‘지나치는 동네’다. 1호선을 오갈 때 자주 접하는 지명이지만 막상 내리거나 멈춰 설 일은 거의 없다. 남영역의 유일한 출구를 빠져나와 5분 정도 걸어가면 롯데리아 본사가 있다. 롯데리아는 햄버거만 파는 회사가 아니다. 커피숍(엔제리너스), 도넛 매장(크리스피), 아이스크림 가게(나뚜루팝) 등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프랜차이즈들이 롯데리아에 묶여 있다. 대기업 계열사 사무실 치고는 약간 낡은 건물 앞에서 피켓을 들고 섰다. “배달 노동자 목숨을 담보로 하는 20분 배달제를 폐지하라! 배달 노동자 안전대책을 수립하라!”

지난 1일 롯데리아에서 배달업무를 하는 청년노동자가 택시와 충돌해 길 위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는 롯데리아 본사 지침으로 내려오는 ‘20분 배달제’로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사고 직전 고인이 동료직원에게 보낸 카카오톡 메시지에는 밀려오는 주문과 제한된 배달시간 사이에서 느끼는 노동의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5년 전, 청년유니온 등 청년·노동·시민사회의 노력으로 피자업계의 30분 배달제는 명시적으로 폐지됐으나 배달 노동자를 위험과 죽음으로 내모는 속도 경쟁은 멈추질 않고 있다.

롯데리아는 20분 배달제가 강제력 없는 규정이라 주장하고 있으나, 패스트푸드 업계에서 종사하는 현장 당사자의 목소리는 다르다. 증언에 따르면 배달 노동자들이 배달에 나설 때는 고객에게 이미 안내된 ‘도착 예정시간’이 주문서와 POS(판매시점관리시스템)를 통해 제시된다. 지침에 따라 고객에게 전달된 시간에 맞추지 못한 책임은 배달 노동자의 몫이다. 배달 제한시간은 본사에서 지침으로 관리하며, 매장에 따라 직원의 인사평가에 반영되기도 한다.

롯데리아만의 문제가 아니다. 맥도날드는 맥딜리버리 서비스를 운영하며 주문량에 따라 30분에서 1시간 사이의 소요시간을 소비자와 배달 노동자에게 고시하고 있다. 버거킹도 유사한 배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통한 배달 애플리케이션이 정착되면서 매장 내에서의 음식 서비스를 주되게 하던 소규모 사업체에서도 배달업무를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요식업계의 배달 경쟁을 파고든 배달 대행업체도 등장해 성행하고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가 배달 노동자 4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2%가 배달업무를 수행하는 도중 크고 작은 사고를 경험했다. 우리나라 배달산업 규모에 비추어 봤을 때 대단히 높은 비중이다. 배달 노동자들은 사고 원인과 개선 방향으로 ‘무리한 시간제한’과 ‘배달 건당 지급되는 수당’을 1·2순위로 지목했다. 교통상황에 따른 위험과 무관하게 빠르게 배달해야 한다는 심적 압박이 구조적인 위험을 낳고 있는 것이다. 배달산업은 커지고 있지만 노동자의 안전을 살피는 제도적인 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속도경쟁을 부추기는 시스템이 성행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배달시간 제한을 설정하며 고객 편의를 표방한다. 나도 햄버거를 즐기는 고객이지만 다른 누군가의 삶을 위협하는 편의 따위는 원치 않는다. 많은 시민들의 생각도 나와 다르지 않다. 그러니 기업들은 함부로 고객을 칭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남영역 롯데리아 본사 앞에서는 점심시간을 맞아 빨간색 사원증을 메고 있는 또 다른 노동자들이 줄을 지어 거리로 나섰다. 누군가는 안타깝게 피켓을 바라봤고, 누군가는 애써 외면했다. 같은 회사 로고를 달고 일하는 배달 노동자의 죽음과 직면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리적 공간이 다르고, 수행하는 업무도 다르다. 기업의 거대함 앞에 개개인의 존재는 나약하다. 그럼에도 연대를 호소한다. 수많은 배달 노동자들이 겪는 고통과 위험은 특별한 불운이 아니라 구조의 폭력이고, 자연의 섭리를 앞당긴 모든 죽음은 아직 남겨진 삶과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청년유니온 위원장 (cartney13@hanmail.net)

김민수  cartney1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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