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선근 사회공공연구원 부원장(서울시 시민대책위 진상조사단 간사)

서울메트로 2호선 성수역(2013년 1월)·강남역(지난해 8월)·구의역(올해 5월)에서 연이어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던 비정규 노동자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2014년 9월 총신대역과 올해 2월 서울역에서도 두 분의 할머니가 숨지는 승객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구의역 사고로 희생된 김군의 경우 19살 청년 비정규 노동자로서 우리 사회 양극화와 나쁜 청년일자리, 지하철 안전업무 외주화, 최저가낙찰제 문제 같은 구조적인 문제점을 세상에 드러냈다.

처음 지하철 스크린도어를 도입했던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은 예산절감을 이유로 민간사업자가 스크린도어를 시공해 운영하는 민자사업으로 추진했다. 현대건설에서 함께 있었던 서울메트로 강경호 사장과 스크린도어 업체가 민자사업 특혜를 가져갔다. 광고회사인 유진메트로컴은 경쟁입찰도 아닌 단독입찰로 22년 장기계약을 따냈다. 그것도 광고효과가 높은 강남역을 비롯한 24개역을 운영하는 권리를 얻었다. 오세훈 전 시장은 민자사업에 대한 특혜 논란이 제기되자 나머지 97개역을 민자가 아닌 서울시 예산사업으로 진행했다.

오세훈 전 시장 때 시공된 97개역은 총체적 부실공사였다. 이명박 정부가 공기업 예산을 절감하다는 이유로 최저가낙찰제와 조기 예산집행을 경영평가 지표로 쓰면서다. 경영평가는 안전보다는 비용절감을 목표로 이뤄졌다. 그리고 2008년 이명박 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대책대로 오세훈 전 시장은 서울메트로에 대해 직종통폐합과 전동차 점검주기 축소, 근무형태 변경을 하며 인력을 감축했다. 창의혁신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서울메트로 정원은 당시 1만284명에서 9천150명으로 줄었다.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전동차 경정비, 차량기지 구내운전(기관사·차장), 모터카 운전, 철도장비 운영 같은 지하철 안전과 관련한 중요업무는 분사라는 형식으로 외주용역됐다.

인력감축과 외주화는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높은 배점을 받았다. 당시 서울지하철노조는 이에 반대하다 노조간부 70여명이 해고나 직위해제를 당했고, 간부와 조합원 140여명이 고소·고발됐다. 부실공사로 인한 피해는 컸다. 2014년 서울메트로 스크린도어 장애는 1만7천337건 일어났다. 잦은 장애와 고장은 결국 비정규 노동자와 승객의 사망사고로 이어졌다.

2003년 2월18일 발생한 대구지하철 참사로 192명이 사망하고 151명이 부상을 당했다. 대구지하철 참사는 97년 외환위기 구조조정으로 인한 대규모 안전인력 감축과 1인 승무, 경영 효율화, 성과 중심 경쟁체제 도입이 주요 원인이었다. 비용을 절감하겠다며 불연재를 쓰지 않고 불에 잘 타는 소재를 사용한 전동차를 도입한 것이다.

2005년 5월24일 일본의 오사카 근처에서 대형 철도사고가 있었다. JR서일본철도 후쿠치야마선에서 탈선사고가 났는데 107명이 사망하고 562명이 부상당했다. 사고 원인으로 일본철도 민영화 이후 JR서일본철도와의 과도한 경쟁, 기관사에게 정시운행을 강요하는 조직문화, 비용절감을 위한 열차자동 정지장치(ATS) 미설치, 부서 및 직원 간 경쟁과 성과평가제가 지목됐다.

철도와 지하철은 네트워크산업이다. 열차 승무원과 역사에서 일하는 역무원은 물론 ·전기·신호·통신·기계·토목·건축·전자·종합사령실(관제) 등 15개 직종의 많은 직원들이 협업한다. 이들이 원활히 소통할 때 승객안전과 노동자 안전이 확보된다. JR동일본은 JR서일본과 달리 87년 민영화 이후 부서 및 직원을 경쟁시키는 성과급과 연봉제를 철도안전의 가장 큰 위협요소로 보고 관리자인 간부와 직원까지 적용시키지 않고 있다.

그 덕으로 87년 민영화 당시 연간 400여건이었던 철도사고는 2014년 기준 100여건으로 연간 70% 가까이 줄었다. 노사가 함께 노력해 공동체적인 직장문화를 만들어 안전한 철도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JR동일본은 영업구간 1만6천킬로미터(한국철도공사 영업구간은 4천킬로미터다)를 운행하면서도 세계적인 안전·서비스를 갖춘 철도회사로 명성을 얻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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