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설비 정비 공기업인 한전KPS의 업무 중 일부를 하도급받은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원청이 직접고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민주노총 법률원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1부(주심 이기대 대법관)는 한전KPS 하청업체 노동자 박아무개씨 등 42명이 한전KPS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상고심에서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을 내렸다. 심리불속행 기각결정은 형사사건을 제외한 사건에서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심리 없이 기각하는 제도다.

박씨 등이 일하는 J주식회사는 1999년부터 한전KPS 6개 지사의 송전선로 점검·정비 업무를 하도급받아 수행해 왔다. 1심인 수원지법 성남지원과 2심인 서울고법은 잇따라 “박씨 등이 한전KPS로부터 직접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자 파견관계에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서울고법은 △한전KPS가 하청업체 노동자들을 교육한 점 △작업현장에 하청업체 현장대리인이 상주하지 않고 한전KPS 직원들이 작업배치와 작업지시를 한 점 △원청과 하청 직원들이 혼재근무를 한 점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한전KPS 관리자들의 승인을 받아 휴가를 사용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라 2005년 7월 이전에 한전KPS에 파견된 10명의 노동자에 대해서는 옛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상 직접고용 간주 규정을 적용해 이미 한전KPS에 고용된 것으로 봤다. 나머지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현행 파견법을 적용해 “직접고용 의사를 표시하라”고 주문했다.

노동자들을 대리한 권두섭 변호사(민주노총 법률원장)는 “재판 도중 한전KPS측은 기획재정부가 예산을 배정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하도급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공공기관 효율성만 따지는 정부 정책이 불법파견을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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