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공공부문 비정규직과 지역 일반업종 노동자들이 뭉친 통합연맹 출범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민주일반연맹과 전국지역·업종일반노조협의회는 지난 2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통합연맹 선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내년 3월까지 일반노조협의회 소속 각 노조들이 민주일반연맹에 가입하는 방식으로 통합을 추진한다.

민주일반연맹은 민주연합노조(위원장 전순영)와 충남공공노조로 구성돼 있다. 일반노조협의회는 민주노총 각 지역본부에 속해 활동한다. 두 조직은 각각 5천명과 1만2천명의 조합원들로 구성돼 있다. 통합이 완료되면 1만7천명 규모의 연맹이 탄생한다.

비슷한 업종 노동자로 구성돼 있는 양측이 통합에 속력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대정부 투쟁의 필요성이 높아지면서다. 지방자치단체에 속해 일하던 환경미화원 등은 2000년을 전후해 대거 민간위탁으로 전환됐다. 임금은 물론 정년까지 축소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행정자치부는 교량안전점검·방역·예방접종 같은 분야까지도 민간위탁으로 전환하라는 지침을 내려보냈다. 전순영(48·사진) 민주연합노조 위원장은 <매일노동뉴스> 인터뷰에서 "안전업무를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요구에 무응답으로 일관하던 정부가 이제는 아예 공공부문 전반을 외주화·비정규직화하려는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통합연맹을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안정·처우개선을 위한 대정부 교섭과 제도개선 투쟁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7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연합노조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민주일반연맹·일반노조협의회 통합 추진
1만7천 비정규직·일반업종 연맹 출범 초읽기


- 민주연합노조와 일반노조협의회는 어떤 조직인가.

“민주연합노조는 환경미화원들이 주축이 돼 출범했다. 지자체 직영에서 민간위탁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정년과 임금이 축소되는 등 노동조건이 저하됐다. 1999년 즈음에 전국적으로 일어난 일이다. 의정부시에서 노조가 결성된 뒤 일어난 변화가 소문을 타고 경기도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당시 공무원들은 현장 미화노동자를 머슴 다루 듯 했다. 노동자들은 지시사항에 항변 한마디 못했고, 나이 어린 9급 공무원 앞에서 머리를 들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노조를 만든 이후 노동조건이 나아지고 우리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다. 그러자 노조 결성에 속도가 붙었다. 지역일반노조들도 민주연합노조와 비슷한 시기에 전국적으로 만들어졌다. 일반노조는 지자체 비정규직과 지역 일반업종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조직해 왔다. 같은 업종인데도 따로 노조활동을 한 셈이다.”

- 통합은 언제부터 추진했나.

“민주연합노조와 지역·업종일반노조협의회는 출범 당시부터 상호 교류가 잦았다. 노조운동을 어떻게 확대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약간의 생각 차이로 함께하지 못했을 뿐이다. 언젠가는 같이해야 한다는 부채감이 있었다. 2년 전부터 함께할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 보자는 취지로 두 조직이 지역에서 공동투쟁을 하고 각종 행사도 같이 치렀다. 지도부들이 자주 만났고 회의·간담회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강원권·수도권·영호남 등 3개 권역에서 회의체계를 만들어 일상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같은해 5월에는 공동투쟁본부를 꾸려 지역에서 비정규직 철폐운동을 전개했다. 해당 투쟁으로 행자부로부터 '지자체 비정규직을 관리하는 전담부서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이끌어 냈다. 이제 자신감이 붙고 있다. 일부에서는 단일노조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통합을 마무리하면 이후 과제로 단일노조 얘기가 자연스럽게 나올 것 같다.”
 

▲ 정기훈 기자


"화학적 결합 위해 권역별 회의·노조운영 경험 공유"

- 통합 절차는 어떻게 되나.


“전국 일반노조들이 내년 3월까지 연맹에 가입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일부 지역의 일반노조는 연맹 가입을 대의원대회에서 결정했다. 내년 3월 통합연맹 대의원대회를 거쳐 단일한 노조체계를 완성할 계획이다. 그 과정에서 양측이 최저임금 인상투쟁을 비롯한 민주노총 투쟁에 복무하면서 공동사업을 계속해 나간다. 권역별 회의나 노조 중앙단위 회의에서 통합 정관과 운영방법을 논의할 것이다. 상임집행위원회 위원들이 상대방 노조 회의에 참석해 조직운영의 이해도를 높이는 작업도 준비하고 있다.”

- 통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급한 과제가 있다면.

"통합을 왜 하려는 것인지 아직 의심하는 조합원들이 있다. 이들을 설득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노조가 통합에만 치중하면 현장사업에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연합노조가 이만큼 성장한 것은 지역을 담당하는 상근자들 또는 현장 조합원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통합으로 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장점을 놓칠 수도 있다는 우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려보다는 기대가 크다. 민주연합노조 조합원이 5천여명인데, 대정부 교섭이나 제도개선 투쟁에서 대표성을 얻기 힘든 게 사실이다. 규모를 키워 전국적인 노조로 거듭나서 대정부 투쟁을 벌여야 한다는 대의에 조합원들이 공감하고 있다."

"처우개선·안전한 일터 위해 대정부 투쟁 벌일 것"

- 제도개선을 강조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매년 시청을 상대로 교섭을 한다. 그런데 모든 노동조건은 정부가 정한다. 지침에 의해 임금 수준이 정해진다. 정년도 정부 의지가 반영된다. 그럼에도 지자체별 임금체계는 천차만별이다. 공무원은 단일체계이지만 우리는 기본급·수당 등이 각각 다르다. 단일 일금체계로 만들어 임금개선 투쟁을 전국적으로 통일되게 진행할 필요가 있다. 뉴스에 나오지는 않지만 도로·자원 재활용품 선별장 등에서 일하다 다치는 노동자들이 숱하다. 노동환경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다. 미화원이 청소차에 매달려 다니는 것은 불법이지만 일에 쫓겨 그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전장비를 차량에 설치해야 한다.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많은 제도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 갈 길이 멀다.”

- 정부가 지자체에 민간위탁 활성화 지침을 내려보냈는데.

“정부는 올해 초 주차위반차량 관리나 도로유지·보수관리, 시설물 유지·보수 업무 등을 민간에 위탁하라고 지시했다. 이를 어길 경우 예산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압박했다. 지자체 대시민 서비스부문 거의 전부를 외주위탁하겠다는 속셈이다. 민간위탁이 얼마나 불합리한 제도인지는 지난 수십 년간 시행 과정에서 이미 확인됐다. 내가 17년간 민간위탁 노동자로 일했다. 일은 현장 노동자들이 하고 용역업체는 시에서 돈을 받아 월급을 나눠 주는 역할만 한다. 업무 전문성 없이 사람 관리만 하는 업체로 전락해 있다. 직영으로 전환하면 예산이 절감되고 현장노동자들의 처우도 개선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지도 이미 오래됐다. 박근혜 정부가 거꾸로 가고 있다.”

- 통합연맹 출범은 어떤 의미가 있나.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는 의미가 있다. 통합연맹에는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들도 포함될 것이다. 지역을 중심으로 민주노조운동을 활발하게 전개할 수 있는 틀이 될 수 있다. 15년 이상 각자 활동한 노조들이 통합하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조합원들의 기본 활동방식이나 정서도 다를 것이다. 화학적 결합을 할 수 있도록 조합원 토론·교육을 강화할 생각이다. 다양한 연대활동을 통해 갈등의 소재를 줄여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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