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시민단체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표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다음달 9~10일 강원도 삼척해변에서'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을 응원하는 해변 가족캠프'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구은회 기자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표그룹 본사 앞.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이 지난해 동양시멘트를 인수한 삼표그룹 본사 앞에 천막을 친 지 10개월이 넘었다. 법대로라면 당연히 동양시멘트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어야 할 이들이 초여름 뙤약볕 아래에서 농성을 하고 있다.

농성장 곁을 지나는 일대 직장인들은 이들의 사연에 관심이 없다. 그저 조용히 지나가 주면 좋으련만 “저런 사회 불만세력들…”이라며 눈총을 쏜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은커녕 유일한 생계수단까지 빼앗긴 이들이 사회에 불만이 없다면 그것이 더 이상하지 않은가.

'위장도급·부당해고 판정' 나오면 뭐 하나

동양시멘트 하청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이 500일을 향해 가고 있다. 다음달 11일이면 해고된 지 딱 500일이 된다.

지난해 2월 동양시멘트 하청노동자들이 실제로는 원청인 동양시멘트의 정규직이었다는 고용노동부 태백지청의 판정이 나온 뒤 101명의 노동자가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당시 태백지청은 동양시멘트 사내하청업체들이 업무수행 독자성이나 사업경영 독립성을 갖추지 못한 노무대행기관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별도 사무실조차 갖추지 않고 동양시멘트가 내준 사무실에 더부살이를 하는 하청업체를 정상적인 기업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노동부 판정으로 정규직 전환을 기대했던 노동자들은 판정이 나온 바로 그달에 해고됐다. 동양시멘트가 하청업체와의 도급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노동부에 위장도급 진정을 제기했던 2개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는 동양시멘트의 위장도급과 부당해고를 인정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동양시멘트는 노동위 판정을 이행하는 대신 최대 2천만원으로 상한선이 정해진 이행강제금을 납부하는 쪽을 택했다.

그런 와중에 지난해 9월 삼표그룹이 동양시멘트를 인수했다. 삼표는 해고노동자들의 교섭요구에 응하지 않고, 자회사를 설립해 노조를 탈퇴한 조합원들의 고용을 승계했다.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을 취하하는 조건이었다. 500일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달라진 것이라고는 이게 전부다.

"법대로 하라"고 외친 대가는?

현재 삼표 본사 앞 농성장에는 소송을 포기하지 않은 20여명의 노동자가 남아서 싸우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한결같다. “법대로 하라”는 것이다. 자신들이 동양시멘트의 정규직이라는 사실이 노동부와 노동위에서 재차 확인된 만큼 해고자들을 정규직으로 복직시키고 밀린 임금을 제대로 계산해 지급하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10년 넘게 일해도 최저임금 언저리를 벗어나지 못했던 임금을 정규직과 동일하게 다시 계산해 달라는 주문이다.

해고 직후 법원에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 1심 재판은 아직 진행 중이다. 8월30일 결심공판이 예정돼 있다. 이변이 없는 한 노동부·노동위 판정과 같은 맥락의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항소와 상고로 법정싸움이 이어질 경우 복직시한은 기약이 없다.

이날 농성장 주변에 동병상련 노동자들이 모였다. 쌍용자동차·유성기업·하이디스·콜트·콜텍 해고자들이 힘을 보태겠다며 찾아왔다. 이들은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의 투쟁이 지역사회에서 잊히지 않도록 다음달 9~10일 강원도 삼척 해변에서 ‘동양시멘트 해고노동자들을 응원하는 해변 가족캠프’를 열기로 했다.

김경래 민주노총 강원본부 동양시멘트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교섭을 요구하며 사용자측과 실랑이를 벌였다는 죄로 벌써 7명의 노동자가 옥살이를 했고, 사용자측이 제기한 고소·고발과 16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가압류 청구는 해고노동자들의 일상생활까지 옥죄고 있다"면서도 "정규직화라는 우리는 정당한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투쟁을 포기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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