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30원, 올해 최저임금이다. 노동자들은 이걸로 밥해 먹고 옷 사 입는다. 집세도 내고, 아이들 용돈도 준다.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삶이요, 구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이달 말까지 내년도 최저임금 액수를 결정한다. <매일노동뉴스>가 서비스연맹(위원장 강규혁)과 공동기획으로 최저임금 수준이 곧 삶의 질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지면을 마련했다.<편집자>



최저임금 1만원은 이룰 수 있는 꿈입니다

홈플러스 아시아드점 안수용씨

 

저는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저희 남편은 트레일러 운전사인데 회사에 고용돼 일을 하다가 몇 년 전 빚내어 중고차를 구입해 현재는 개인사업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물류가 줄어들어 남편 수입도 줄어 저희 가정 경제에도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중고 트레일러 구입 때 빚이 가장 큰 무게로 다가왔습니다.

그래서 가정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2년 전부터 저는 홈플러스 계산대에서 일하게 됐습니다. 오랫동안 가정주부로 살다 보니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제게는 도전이었습니다. 홈플러스라는 대기업에서 일할 수 있다는 뿌듯함으로 모든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입사 첫날 계약서를 쓰는데 근무시간이 6시간이라는 겁니다. 보통 직장이 8시간 근무인데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딸아이도 어리고 어쩌면 더 좋을 수 있겠다 싶어 계약을 하고 일을 시작했습니다. 한 달 후 첫 임금을 받았는데 6시간 근무에 시급 5천700원, 한 달 임금이 약 80만원이었습니다. 정말 기가 찼습니다.

차비로 10만원 쓰고, 대출 30만원 갚고, 생활비로 40만원 쓰고 나면 제가 출근할 때 필요한 화장품 하나도 마음대로 사기 힘든 형편입니다. 지금도 시급이 올랐다고는 하지만 시급 6천30원에 한 달 5만원도 안 되는 돈입니다. 물가가 오르는 것에 비해 시급은 너무나 적게 올라 많이 아쉬웠습니다.

가장 마음이 아픈 것은, 제가 집에 있을 때는 딸아이 학교 갔다 오면 손수 간식도 챙겨 주고 공부도 봐주고 했는데 지금은 이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어라고 직장을 다니지만 정작 딸아이 학원 하나 보낼 수 없다는 겁니다.

올해는 제발 저희 같은 서민들이 부유하게는 아니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최저임금이 정해지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결혼도 하고,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었으면

홈플러스 아시아드점 이종열씨


얼마 전 어머니께서 전화로 “언제 결혼할 거냐”고 또 물어보신다. 하지만 내 월급으로 결혼은 꿈도 못 꾼다. 결혼 잔소리가 싫어 자취를 한다. 부모님은 내가 대기업마트를 다닌다고만 알고 최저임금 받는 줄은 모른다.

대기업이라고 들어온 마트고, 대기업이니 잘리지는 않겠지 생각하고 들어온 회사다. 월급은 적지만, 언젠가는 정규직이 될 거라 믿고 입사했다. 하지만 들어오니 정규직이 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일찌감치 그만두려고 했는데 동료들과 정도 들었고, 나가 봐야 최저임금에서 조금 나을 뿐이며,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둘러봐도 마땅한 곳이 없다. 급여가 100만원을 조금 넘는데 월세 20만원 그리고 전기세·수도세·가스세 등등 집에 들어가는 돈이 30만원은 되는 것 같다.

월세가 싸서 직장과 멀어도 구한 집인데 생각보다 지출이 많다. 지금 다니는 곳에서 정규직도 되고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기대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그럴 희망도 보이지 않는다. 적어도 안정적인 수입과 생활로 결혼도 하고, 희망을 가지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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