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인지 나방인지 정체 모를 큰 날벌레 한 마리가 여의도 민의의 전당 앞 농성장에 날아들었고, 거기 누운 사람 맨발을 타고 종아리까지 기었다. 화들짝 놀라 일어나면서 엄마를 찾았는데, 눈 깜짝할 새였다. 밥 오래 굶었다더니 기력이 아직은 남았다. 젊어서 그렇다고 동조단식 나선 유지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이 혈압 재 주다가 말했다. 햇볕은 우산 들고, 빗방울은 비닐 덮고 피해 가며 자리 깔고 버틴 지 열흘 남짓, 최저임금 인상 얘기 전하려 제 몸을 깎아먹는다. 벌을 받는다. 물과 효소는 최소한의 생존을 위한 것이었지, 사람다운 삶을 위한 선택은 아니었다. 유통기한 지난 편의점 삼각김밥 말고도 먹고 싶은 게 많다고, 최저임금 인상해서 이것저것 먹고 싶다고 그 앞자리에 적어 뒀다. 우산에 적은 최저임금 1만원 문구 옆엔 하트 뿅뿅 그려 넣었다. 사랑하면 용감해진다던데, 가구 공장 일부터 생동성 시험 알바까지 안 해 본 일 없다는 박정훈(오른쪽)씨가 낯선 벌레는 무서웠다. 모르면 무서운 법. 알고 보니 최저임금 그거 올려야겠더라. 갈 길이 멀기에 가냘픈 그는 지금 맨발의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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