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10% 수준의 노조 조직률이 10년여를 이어 가고 있으면서 정부나 사용자는 물론 노동조합 당사자들도 획기적인 대안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한 가운데 이 사회의 너무나 많은 노동하는 사람들은 사회적 관심과 돌봄을 충분히 받지 못하면서 일을 하고 생계를 꾸려 가고 있다.

특히 경제 공동체가 형성시킨 부의 사회적 재분배와 관련해 노동조합의 취약함은 경제적 불평등의 심화를 부추긴다. 나아가 노동조합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노동시장 전체의 상향평준화에 큰 기여를 못한 채 조직화된 단위와 그렇지 못한 단위의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쪽으로 영향을 끼치는 것도 문제다.

노동조합이라고 하는 조직형태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하더라도, 엄연한 민주적 자본주의 사회임에도 노동시장의 포괄적 상향평준화를 실현하고 부의 사회적 재분배를 가능케 하는 ‘노동조합적 기능(function)’의 혜택을 사회구성원들이 누리지 못하는 것은 분명 문제적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선진국들의 연합체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의미 있는 사회경제적 지수들과 관련해 한국이 바닥을 깔고 있는 이유는 어쩌면 그러한 본원적인 노동조합적 기능의 공백에서 기인한다. 역으로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나 대륙 서유럽 국가들이 OECD 지수의 상위에 랭크되는 이유는 노동조합의 조직·제도와 함께 그러한 사회적 기능을 잘 작동시킨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대안은 무엇일까. 노동조합의 조직화가 오랜 답보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조직노동이 사회적 특권을 양산한다고 하는 부정적이고 왜곡된 사회적 시선이 따가운 가운데 서유럽 노동조합이 수행한 것과 같이 노동시장의 포괄적 상향평준화와 부의 사회적 재분배 기능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하루아침에 내오긴 힘들다. 노동조합의 조직을 얽매는 제도개혁도 필요하고 노동조합 활동가들 스스로의 자기혁신도 필요하다. 전자와 관련해 알다시피 우리는 지난 20년간 국제노동기구(ILO)의 결사의 자유 조약의 비준을 미뤄 오고 있는 상황이다. 노동조합이 파업을 했는데 그것이 불법이라고 주동자에게 징역형을 부과할 뿐 아니라 엄청난 손해배상도 청구하게 만드는 상황은 분명 노동조합의 활동을 심하게 위축시키는 쪽으로 작용한다.

노동조합 제도개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엄청난 사회적 에너지의 집결, 그리고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 내기 위한 긴 노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분명 이뤄 내야 하지만 그것에만 집착하고 마는 것은 부족하다는 생각이다. 필자는 공익(public goods)과 관련한 다양한 사회적 행위자들을 비록 그들이 노동조합이라고 하는 명시적인 제도적 옷을 입고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정하게 활성화시켜 내는 것을 하나의 차선책으로 고민할 여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노동조합이 아니어도 시민사회에서 노동이해대변을 지원하고 실현하는 데 기여하는 NGO들의 활성화를 일차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알바천국 같은 회사가 ‘품격 있는 알바’를 이야기하면서 노동권 준수를 알게 모르게 장려하는 것도 일단은 나쁘지 않다.

나아가 사업협회나 직업단체 등도 일정하게 그러한 역할을 수행할 여지가 있다. 최근 연구차 몇몇 사업협회들의 관계자들을 만나 그들이 노동시장 내지 해당 사업영역의 인력과 관련해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탐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이른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등 정부가 추진하는 직능자격제도의 거대한 변화 한가운데에서 일정하게 그들의 역할이 활성화되는 면을 확인하게 된다.

노동조합적 기능의 활성화를 위해 새로운 행위자들을 강화시키는 것은 현재의 노동조합 조직과 노사관계 제도의 변화에 분명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다. 양자가 우리 사회의 문제를 풀어내는 데 긍정적인 기능을 하도록 큰 그림을 다시 그려 낼 필요가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mjnpark@kl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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