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2017년 최저임금 결정시한은 6월28일이다. 일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아직 노사 요구안조차 제출되지 않은 채 막바지에 이르렀다. 시급이냐 월급이냐, 최저임금 결정단위를 둘러싼 논란과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적용 문제로 속절없이 시간이 흘렀다. 최저임금 인상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저임금 노동자가 473만명이다. 전체 노동자 4명당 1명꼴이니 최저임금을 국민임금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런 중요한 임금을 결정짓는 최저임금위원회가 그에 걸맞은 사회적 관심과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올해는 지난해보다 조용하고 밋밋하게 진행되고 있다. 심지어 회의 내용조차 생생하게 밖으로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논의가 밀실에 갇힌 채 가장 많은 수의 노동자 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하는 법정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노사 양측 요구안은 이미 예정돼 있다. 노동계는 월급 209만원(시급 1만원), 경영계는 동결이 확실시된다. 올해도 어마무시한 간극이 벌어졌다. 노사 간 입장 차이가 심대한 탓에 결국 매년 반복돼 온 것처럼 9명의 공익위원들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앞다퉈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치권 분위기라면 재깍 시급 1만원이 달성될 것처럼 보였는데, 지금은 외려 지난해보다 시들해진 형국이다. 최저임금 적용 당사자들의 강력한 투쟁과 광범위한 사회적 압력 없이는 현재의 최저임금위원회 구조 내에선 1만원은 고사하고 두 자릿수 인상조차 요원해 보인다.

최저임금이 저임금 노동자 절대 다수의 임금인 만큼 인간답게 먹고살 정도의 수준으로 오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지금의 꽉 막힌 최저임금위 구조를 혁파하지 않고 그게 가능할까 의구심이 든다. 합리적인 공론의 장에서 노사 양측의 날 선 공방이 있는 그대로 생생하게 공개되고 그 과정에서 더 많은 사회적 지지를 얻는 주장과 의견이 우위에 서는 방식으로 전개되는 것이 여러모로 바람직할 것이다.

그런데 최저임금위 문턱이 너무 높다. 배석자도 최소인 데다 기자 출입마저 막혀 있어 일반 국민은 최저임금위의 건조한 보도자료만 접할 수 있을 뿐이다. 피와 살과 감정을 가진 27명 위원들의 얘기를 실명으로 접할 통로는 없다. 지난해 노동자위원들이 애써서 개선된 부분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골격은 변함없이 답답할 뿐이다.

국민의 알 권리는 기본권이다. 노사 교섭에서도 정보의 비대칭성이 낳는 폐해는 심각하다. 결사항전으로 치닫는 노사 적대의 출발은 대부분 정보를 많이 가진 사측이 숨기거나 속여서 그런 경우가 많다.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기본권이자 민주주의의 전제다. 특히 당사자가 제때 사실을 아는 것은 대단히 의미가 크다. 노동의 대가인 임금은 개인에게는 가장 중요한 사안이다. 일반적으로 노사교섭시 각 차수별 교섭이 진행될 때마다 시차 없이 교섭장에서 오간 얘기와 그 결과가 가감없이 공개되고 공유되는 이유다. 그런데 수백만 노동자의 이해와 직결된 중차대한 최저임금 교섭 내용은 사회적으로 유통되지 못한 채 최저임금위 울타리 안에 갇혀 있다. TV 생중계나 공개토론을 해야 할 대표적인 사안이 언론을 도외시한 최저임금위의 비민주적인 규정과 관행 때문에 비효율적인 회의구조 속에서 질식당하고 있다. 홀대받는 최저임금위 위상과 역할을 제고하는 여러 제도개선 사항이 있지만, 당장 개선해야 하고 개선할 수 있는 첫 번째 과제는 속기록 수준의 회의내용 공개와 언론방송 취재 허용이다.

최저임금은 대다수 저임금 노동자들과 영세 자영업자들의 이해관계가 얽힌 중요한 사회적 의제다. 따라서 가장 풍부하고 구체적으로 내용을 공개하는 게 마땅하다. 민감한 쟁점인 만큼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합리적인 토론이 이뤄지면 소모적인 논란도 줄일 수 있다. 더 나아가 최저임금 위반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국민을 무시하거나 부담스러워하면서 최저임금위가 제 몫을 할 수는 없다. 1천명이 참여한 청년유니온의 설문조사 결과 최저임금위 정보공개 요구 비율이 98%로 만장일치에 가까웠다. 일석삼조인 최저임금위 회의 전면공개가 지금이라도 이뤄지길 바란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 (namsin196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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