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조례로 택시차령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여객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안이 법제처로부터 보완지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법제처·국토부·택시노동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달 30일 여객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마친 후 법제처에 심사를 의뢰했다. 개정안은 법인택시 최대 6년, 개인택시 최대 9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택시차령을 해당 지자체가 지역별 운행 여건을 고려해 조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택시차령 조정권한을 지자체로 넘긴 것이다.

법제처는 포괄위임 금지원칙에 어긋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객자동차법이 위임하는 사항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한정하지 않고 하위법령을 개정해 지자체에 포괄 위임했다는 뜻이다. 법제처 관계자는 "대통령령으로 규정한 것을 아무런 제한이나 한도도 없이 지자체 조례로 위임하는 건 맞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국토부가 이를 수용해 재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진행 중인 사항이기 때문에 (수정내용에 대해서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택시노동계는 택시차령 조정 권한을 지자체에 주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전택노련과 민택노련은 이날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택시운전자와 승객 안전을 위협하는 택시차령 연장을 사회적 합의도 없이 졸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지자체에 차령조정 권한을 줄 경우 결국 차령제한이 완화되거나 폐지돼 택시 사고위험이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택시차령 완화는 택시업계 숙원이었다. 사업주들은 차령제도가 사업자의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불합리한 규제라며 제도 완화·폐지를 요구해 왔다. 반면 노동계는 "노후 차량들이 대형사고를 야기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실제 지난 1978년 차령제한 제도가 도입된 이후 수차례 폐지 시도가 있었지만, 노후차량으로 인한 대형사고들이 발생하면서 무산됐다. 2014년에도 국토부가 개인택시 차령제한은 폐지하고, 법인택시는 차령을 연장(최대 8년)하거나 한계운행거리를 설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다 노동계 반발로 중단됐다. 19대 국회에서도 주승용 국민의당 의원이 지역별로 차령을 따로 정하거나 단체장이 차령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여객자동차법 개정안을 두 차례 발의했지만 회기만료로 폐기됐다.

임승운 전택노련 정책본부장은 "차령 제도가 지자체로 이관되면 차령연장 문제를 놓고 전국적으로 첨예한 노사갈등과 대정부 투쟁이 빈발하면서 행정력 낭비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공청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인 녹색교통운동도 이날 성명에서 "택시 사업자들의 차령완화 요구 압박을 견딜 수 있는 지자체가 드문 현실에서 사실상 차령 폐지를 위한 수순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우려했다. 전택노련과 민택노련은 이날 세종시 국토부와 국무조정실·법제처를 방문해 여객자동차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철회와 심사 보류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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