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현주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지난달 2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105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가 열렸다. 이번 총회에서는 상설위원회인 기준적용위원회 외에 '국제공급사슬망에서의 양질의 일자리'가 일반토론 주제로 채택됐고, 이와 관련한 특별위원회가 개최됐다.

국제공급사슬망(Global Supply Chains)은 복잡한 개념이다. 위원회 토론을 위해 제출된 ILO 사무국 보고서에는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하고 인풋과 다양한 단계의 발전, 생산과 운반을 통해 소비자에게 상품과 서비스를 가져다주는 과정에 필요한 국경을 넘는 활동조직”으로 정의돼 있다. ILO 사무국은 보고서에서 "주도기업(lead firm)은 국제공급사슬망을 지배하고 사슬망에 있는 다른 기업들이 준수해야 할 한도를 정하는 기업을 의미한다"고 정의하고 "주도기업과 계약자들 간 힘의 불평등과 이러한 불균형이 노동조건과 노동자들의 권리에 압력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노동자그룹은 국제공급사슬망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문제 되고 있는 데다, 기존 규율인 ILO 다국적기업 선언·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지침·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은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부족하며, ILO가 규율을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사용자그룹은 국제공급사슬망이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고 있고, 양질의 일자리가 문제 되고 있다는 증거가 없으며, 기존 규율로 충분하고, 새로운 규율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들의 입장은 갈렸으나 EU·아프리카·미국 등 많은 정부가 노동자그룹의 입장을 지지했다.

위원회 토론회가 진행되는 중에 한국에서는 유엔 기업과 인권 실무그룹 방한 결과 기자회견이 열렸는데, 실무그룹은 “현대자동차는 유성기업 문제에 대해 자신들이 관여할 바가 아니라고 했다”고 밝혔고, 이에 대해 “현대차의 반응은 기업의 책임을 강조한 국제노동기준에 어긋나는 것이어서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국제공급사슬망 위원회 논의의 핵심은 기본적으로 공급사슬망 내 주도기업의 인권보호 책임을 다각도로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었고, 이와 같은 측면에서 위 기자회견에서 드러난 한국 기업의 태도가 위원회 노동자그룹 내부토론에서 지적되기도 했다.

3~4일 동안의 위원회 주제토론, 3일 동안의 위원회 결론 초안 작성, 3일 동안의 위원회 결론 수정토론을 통해 밤 12시가 넘은 시각에 국제공급사슬망 위원회 일반토론의 결론이 도출됐다. 해당 결론은 마지막날 전체 총회에서 채택됐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지침(UN Guiding Principles)에 부합하도록, 기업체들은 부정적인 인권 영향을 확인하고 방지하고 완화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설명하기 위해 인권 실사의무(due diligence)를 수행해야 한다. 어떻게 인권 영향에 대처할 것인지 설명하기 위해, 기업체는 이에 대해 외부적으로 소통할 준비를 해야 한다. 기업체는 유엔 기업과 인권 이행 지침(UN GP)에 부합하도록 기업 사업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기업 수준에서의 고충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결론에 따르면 현대차는 부정적인 인권 영향을 확인하고 방지하고 완화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설명하기 위해 인권 실사의무를 수행해야 한다. 외부적으로 소통할 준비도 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의 사업에 영향을 받는 노동자들을 위한 고충 메커니즘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현대차가 이 같은 의무를 이행하면서 책임감 있는 기업행동을 하도록 지도해야 한다.

국제사회가 바라보고 있다. 국제공급사슬망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이제는 ILO 토론 결론에 따라 인권을 존중하는 기업으로의 면모를 보이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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