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체들이 임금·복지·고용을 비롯한 노동조건 변경을 노동자들과 협의하지 않고 밀어붙이고 있다. 노동자와 대화하지 않는 구조조정이 조선업 노사관계를 '예견된 파국'으로 치닫게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노동자 입장에서는 '파업'이라는 선택지만 남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21일 오전 경남 거제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회사는 일방적으로 발표한 인력감축·임금삭감 자구안을 철폐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삼성중공업은 2018년까지 전체 인력의 30~40%를 감축하는 내용의 자구안을 노동자협의회에 전달했다. 자구안이 현실화하면 정규직 1만3천272명 중 2018년까지 최대 5천400명이 회사를 떠나게 된다. 회사는 3분기부터 일반 사원들의 임금을 삭감한다. 이어 조·석식 식대비를 올리고 근무복 지급 수량을 조정하면서 주말버스를 유료화한다.

노동자협의회는 "회사가 노동자들의 동의도 받지 않고 고용을 줄이는 것은 물론이고 임금·복지 등 노동조건 전반을 후퇴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동자협의회 관계자는 "사측이 제시한 복리후생 대부분은 노사가 정상적인 협상을 통해 만든 것인데도 아무런 논의 없이 축소 또는 폐지를 강행하려 한다"며 "구조조정을 빌미로 노사 대화 없이 인력을 줄이고 노동조건을 후퇴시킨다면 물리력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노동자협의회는 22일 회사에 쟁의발생신고를 하고 다음주에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한다. 23일에는 거제 시내에서 전체 직원과 가족들이 참가한 가운데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고 정부와 회사에 구조조정 중단을 요구한다.

현대중공업 노사갈등도 심상치 않다. 현대중공업은 이날 보전·동력·장비·시설공사 등 설비지원 부문을 자회사로 분사하는 절차를 다음주부터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부문에서 일하는 정규직 994명을 자회사로 옮긴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노조 관계자는 "관리자들이 분사를 위한 전적 동의서를 받기 위해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며 "원만한 노사대화가 앞으로도 진행되지 않을 경우 노조는 단체행동으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임금·단체협상을 진행 중인 노조는 지난 20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중앙노동위가 조정중지 결정을 내리면 쟁의행위 찬반투표에 들어간다.

한편 조선소노조 연합조직인 조선업종노조연대는 지난달 19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업종별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바 있다. 조선업종노조연대에는 현대중공업노조·대우조선해양노조·현대미포조선노조·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와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STX조선지회·성동조선해양지회·현대삼호중공업지회 등 국내 주요 조선소노조들이 가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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